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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 내 영혼의 아틀란티스

스티븐 킹이라는 작가의 이름은 많이 들어봤는데, 실제로 작품을 읽어본 것은 처음입니다. 역자에 따르면 킹은 96년 오헨리문학상을 받았고, 미저리 쇼생크탈출 등 영화화된 작품을 포함해 모두 36권의 소설이 전세계 33개국 언어로 번역돼 1억권 이상이 판매된 '초베스트셀러 작가'라고 하는군요. 번역자의 말이 과장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 소설, 참 재미있습니다. '마력'이 있다해도 될 것 같습니다. 존 그리샴이나 로빈 쿡처럼 헐리우드의 구미를 당기는 대중소설을 쓰는 작가인줄로만 오해하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내 영혼의 아틀란티스'는 아주 흥미로우면서도 진지합니다. 이 책은 5편의 연작소설로 이뤄져 있습니다. 첫번째 이야기인 '노란 코트를 입은 험악한 사나이들'은 바비 가필드라는 11살 소년이 겪는 ..

딸기네 책방 2000.07.09

파인만씨, 농담도 잘 하시네

1965년에 노벨상을 수상한 미국인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의 책입니다. 사이언스북스에서 출간했구요, 두 권으로 돼 있습니다. 원제는 'Surely You're Joking, Mr. Feynman!'입니다. '파인만의 책'이라고 했는데, 정확하게 말하자면 파인만이 주위 사람들에게 털어놓은 인생의 에피소드들과 추억, 그가 저지른 온갖 장난을 구술 식으로 정리해놓은 겁니다. 회고록이나 자서전이라고 하면 좀 무겁겠고, 에세이집이라고 하기에도 좀 그렇고...장르를 구분하기가 힘든 것은 이 파인만이라는 사람이 워낙 '별난' 사람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제가 북리뷰팀 주변을 기웃거리면서 건져낸 보석입니다. 마음에 드는 책을 연거푸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 올해에는 책 복이 있는 것 같습니다. 파인만은 191..

브레진스키, '거대한 체스판'

거대한 체스판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지은이) | 김명섭 (옮긴이) | 삼인 | 2000-04-01 '유라시아 변두리 인민'의 입장에서 봤을 때엔 참 거북스런 제국주의의 솔직한 고백이라고 할까요. '역사는 진보한다'는 명제, 세계는 인권과 자유의 길로 발전해야 한다는 믿음, 인간이 추구해야 할 것은 평화공존이라는 사고방식에 칼을 꽂는 발상들이어서 읽는 내내 목에 걸렸습니다.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는 폴란드 태생인데 '공산주의가 싫어서' 미국으로 건너갔다는군요. 역사의 진보에 대한 확신, 그리고 인권과 자유라는 것들은 근대 이래 서구에서 시작된, 그리고 서구가 제3세계에 이식시켜놓은 가치관입니다. 정치적인 수사로서가 아니라 그 본연의 의미만을 따지고 보자면 참 좋은 것들입니다. 그런데 결국은 이런 가치체계가 제..

딸기네 책방 2000.06.25

돌과 피리

독일 작가 한스 벰만의 '돌과 피리'(전3권)를 읽었습니다. 동화적인 상상이 가득한 소설입니다. '듣는귀'라는 소년이 이상한 돌을 손에 넣게 되고, 할아버지로부터 피리를 배우면서 세상을 여행합니다. 소설은 얼핏 중세 유럽의 시골을 배경으로 한 요정이야기 따위의 동화같으면서, 뒤집어보면 로드 무비식 성장소설의 전형을 따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소년은 그렇게 어른이 되었다' 류의 단순한 성장소설은 아닙니다. 오히려 환상적인 소재들을 동원해 인간의 변화과정과 삶의 의미를 멋지게 은유해놓은 매력적인 '철학소설'이라고 해야 할 겁니다. 참 재미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궁금한 건, 왜 우리나라에는 일본에서 베껴온듯한 에스에프 귀신얘기 말고, 이런 환타지소설이 없을까 하는 겁니다. 문학사에는 문외한인 제가 알기에도 ..

딸기네 책방 2000.06.03

[스크랩] 윤동주, '달을 쏘다'

워낙에 윤동주 시를 좋아하지만, 그의 짧은 글들에는 시와는 또다른 정취와 맛이 있지요. 연희전문 재학시절 수업 땡땡이 치고 쓴 글이나 이 '달을 쏘다' 같은 글들입니다. 역시나 많이 베껴써봤던 글입니다. 마지막 구절, '무사의 마음을 먹고 달을 쏘다'가 가슴에 콕 박히는 것 같아서요. 달을 쏘다 - 윤동주 번거롭던 사위(四圍)가 잠잠해지고 시계 소리가 또렷하나 보니 밤은 저윽이 깊을 대로 깊은 모양이다. 보던 책자를 책상머리에 밀어놓고 잠자리를 수습한 다음 잠옷을 걸치는 것이다. 「딱」 스위치 소리와 함께 전등을 끄고 창녘의 침대에 드러누우니 이때까지 밖은 휘양찬 달밤이었던 것을 감각치 못하였었다. 이것도 밝은 전등의 혜택이었을까. 나의 누추한 방이 달빛에 잠겨 아름다운 그림이 된다는 것보다도 오히려 슬..

딸기네 책방 2000.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