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6249

으아아아아아아아아

어떡해... 나 결국 다시 버닝해버렸다...!!!!!!!!!! 일본에서도 유로2004를 볼 수 있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채널 식스, TBS에서 방송을 해주더라 이 말이지! 밤에 잠이 안 와서 아지님 비됴 보는데 참견하려고 나왔다가, 그만 하일라이트를 봐버렸다. 그리고 새벽 3:30 D조 네덜란드-체코전 생중계를 보아버렸다. 게다가, '축구 보고난 뒤에 곧바로 자야지' 하고서 무려 바나나 안주에 사께를 마시며 관람하는, 딸기답잖은 관전행태까지 보이면서 말이다! 그런데... 오늘 경기는...이런... 너무너무 재미있자나!!!! 네덜란드, 쓰리톱은 훌륭했다. 내가 몹시도 애호하는 루드가 중앙, 오른쪽에 반더메이드(네덜란드 현지 거주중인 선배 말로는 '판'이 맞다고 하던데), 왼쪽에는 아인트호벤의 잘나가는 신..

후지따 쇼오조오, '전체주의의 시대경험'

전체주의의 시대경험 후지따 쇼오조오 (지은이) | 이홍락 (옮긴이) | 창비(창작과비평사) 리뷰를 쓰려고 마음먹은지는 오래됐다. ‘서평’이라고는 하지만 어차피 ‘나를 위한’ 독후감이다. 이 책을 읽고서 내가 나에게, 아무 말 없이 넘어가서는 안 될 것 같아서 반드시 독후감을 정리를 해야겠거니 하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리뷰를 쓰기가 참 힘들었다. 이 책, 몇마디 말로 정리해버릴 수 있는 그런 책이 아니다. 다른 분들의 리뷰를 읽었다. 알라딘에 올라와 있는 리뷰 3편, 별이 열다섯개. 거기에 지금 내가 별 다섯개를 더 붙이고 있다. 몇편 안 되는 리뷰이지만 이렇게 일관되게 ‘별 다섯개’를 받을 수 있는 책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더우기 재미난 소설책도 아니고, 뭔가 대중적인 흥미를 불러일으킬 요소 따위란 눈..

딸기네 책방 2004.06.17

요새 읽은, 그러나 정리가 잘 안 되는 책들

재미난 책들을 읽었는데 꼼꼼히 정리하기가 쉽지 않다. 일본에 온 이래로, 나는 '글'이다 생각되는 것을 거의 적지 못하고 있다. 이유가 뭘까? 어쩐지, 이 곳에서의 내 생활은 현실성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요새 일본 드라마 'Long Vacation'에 푹 빠져 있다. 도쿄에서 보내는 나의 1년은, 아마도 내 인생에 드물게 찾아오는 'Long Vacation'이라 해도 될 것 같다. 어느새 나의 일상이 되어버린 서른세살까지의 생활에 너무 푹 젖어있어서인지, 나는 도쿄에서의 생활을 아주 즐겁게 받아들이면서도 동시에 이 생활의 '비현실성'을 더더욱 실감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차분히 뭔가를 정리하고, '예전처럼' 생각한다는 게 힘들기만 하다. 라이브러리를 멋대로 방치해둔 자의 변명 아닌 변명인 동시에, 지..

트레이시 슈발리에, '진주 귀고리 소녀'와 몇가지 기억들

진주 귀고리 소녀 Girl with a Pearl Earring 트레이시 슈발리에 (지은이) | 양선아 (옮긴이) | 강 | 2003-08-25 주변의 평에 비하면,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베르메르... 하면,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대학교 때 마구잡이 발표 수업이 있었는데, 미술에 대해 아무거나(!) 주제를 잡아서 발표하면 되는 거였다. 그때 나는 베르메르에 대해 발표를 했었다. 내용은 개판이었으므로 여기서 까발기고 싶지는 않다. 나는 그림의 모델이 되어본 경험도 있다. 어릴 적 우리집 2층 마루는 엄마의 화실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화실이 따로 없었던 엄마가 그림 도구를 널려놓은 공간이었다. 엄마는 어릴적 나한테 이런저런 자세를 취해보라고 하셨었는데, 제일 많이 했던 것은 흑염소 옆에 가서 서있는 것과..

딸기네 책방 2004.06.17

안토니오 네그리, '제국'

제국 Empire 마이클 하트 | 안토니오 네그리 (지은이) | 윤수종 (옮긴이) | 이학사 이탈리아는 좌파의 전통이 강한 나라라고 하지만, 이탈리아 작자들의 책을 읽은 것은 아주아주 오랜만이다. 이탈리아 좌파의 학문적 경향이 어떤지는 전혀 알 수 없고, 안토니오 네그리가 제법 유명한 사람이라는 정도만 알고 있다. 이 책을 공동저술한 마이클 하트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책은 아주 재미있었다. 저자들은 근대-제국주의-제국주의적 (국가)주권이라는 것과, 탈근대-제국-제국주권이라는 한 쌍의 시대를 구분한다. 전자는 안과 밖, 대립, 위기와 대응 같은 '이분법'이 통용되는 시대였지만 탈근대, 즉 제국의 시기에는 그같은 이분법은 적용되지 않는다. 핵심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밖'이 없는 시대라는 ..

딸기네 책방 2004.06.17

마사코 소동

지난달 일본의 황태자 마루히토(44)가 아내 마사코(40)의 역성을 들며 '황실 안에 마사코를 억압하는 이들이 있다'는 의미의 발언을 한 것을 놓고, 일본 언론들이 황실 내부 갈등설을 연달아 보도하고 있습니다. 아직 딸(3) 하나밖에 없는 마사코가 '대를 이을 아들을 낳으라'는 압력 때문에 부담을 느껴 요양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주장에서부터, 황후와 마사코의 고부갈등설까지 퍼져 궁내청 안팎이 시끄럽다는데요. 황실에 관한 일련의 보도들을 보고 있자니, 마치 일본의 '가장 기묘한 부분'을 보는 것 같습니다. 똑같이 입헌군주제를 택하고 있는 영국에서는 왕실 인사들의 사생활이 황색 언론을 통해 낱낱이 중계되고 온갖 치부가 드러나 군주제 폐지론까지 나오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어떤 '눈에 띄는' 움직임을 찾아보..

[스크랩] 도깨비를 빨아버린 우리 엄마

꼼양 동화책 보여준다는 핑계로 내가 맨날 동화책 보고 있다 얼마전에 읽은 재미난 이야기. 엄마는 빨래를 좋아한다. 어제도 빨래를 했는데 "오늘 날씨 좋네" 이러면서 또 빨래를 한다 고무다라이에 옷 집어넣고 커튼까지 떼어 집어넣고 빨래를 한다 빨래를 다 한 엄마는 또 빨 것이 없나 찾아보다가 아이들한테 "빨래할 것 찾아와라!" 아이들이 찾아보니깐 강아지가 젤 더럽다 아이들이 잡으려고 쫓아오니깐 강아지가 도망가면서 '고양이가 더럽다'고 한다 아이들이 고양이를 쫓아가니깐 고양이가 도망가면서 '닭이 더럽다'고 한다 아이들이 닭을 쫓아가니깐 닭이 도망가면서 또 뭐가뭐가 더럽다고 한다 "멈춰!" 엄마의 명령이 떨어진 순간, 몽땅 멈춰버렸다 엄마는 아이들이랑 강아지랑 고양이랑 닭을 다 잡아서 빨았다 마당의 빨랫줄로는..

딸기네 책방 2004.06.11

일본 초등학생의 엽기 살인사건

요즘 일본에서 단연 화제가 되고 있는 뉴스는 초등학교 여학생의 동급생 살인사건이다. 범인이 처음부터 잡혔던(?) 마당에 속보거리랄 것도 별로 없지만 그래도 주요기사로 다뤄지고 있는데 그 초등학생이 범행 나흘전부터 동급생을 살해할 방법을 3가지나 생각해 두고 있었다는 사실이 오늘의 뉴스라면 뉴스다. 얼음송곳으로 찌르거나 수건등으로 목을 조르거나 칼로 목을 자르는 세가지를 생각했단다. 그 소녀는 '배틀로얄'(소설로도 영화로도 나온 건데 대부분 아시리라 믿고 생략)을 즐겨봤다는데 그 소설과 영화의 한 대목이 이번 사건과 흡사한 내용이다. 이 소녀는 그 장면을 연기한 배우를 좋아하는 배우로 꼽고 있단다. 배틀로얄과 흡사한 내용의 소설도 썼다고 한다. 머 이런 내용인데... 이런 사건은 일본뿐 아니라 어디든 벌어..

일본의 매뉴얼 문화

일본 정 떨어진다 싶고, 저러니 변태들이지 싶을 때가, 바로 저 '매뉴얼 문화'의 극단을 볼 때다. 물론 내가 본 것이 극단인지 아닌지는 아직 나는 모르지만, 아무튼 내가 본 가운데에서도 황당하기 짝이 없는 일들이 있다. 우리처럼 도쿄에 한해살이로 연수 와 있는 선배 가족과 함께 후지산에 여행갔다가 들은 이야기다. 그 집 큰 딸이 소학교 6학년인데, 학교에서 수학여행으로 닛코에 간다고 했다. 그런데 여행 안내문(매뉴얼)을 받아왔는데, 이것이 거의 책으로 한 권 분량이더란다. 여행가기 2주 전부터 매일매일 체온을 재서 학교에 가서 보고를 해야 한단다. 우리나라 같으면 어디 그런가? 수학여행 갈 즈음 해서 아이가 열이 있거나(엄마가 손으로 이마를 재보면 알지 -_-) 아프면 선생님께 얘기하고 빠지면 되지. ..

일본의 장애인들

"제 아들입니다, 한디캬푸(핸디캡-장애)가 있어요" 코알라마을에서 자원봉사하는 구니코씨는 나보다 몇살 위의 아줌마인데, 항상 웃는 얼굴에 유머가 넘친다. 일전에 코알라마을에 갔더니 여느때처럼 아이들이 몇명 놀고 있었고, 엄마들이 모여 수다를 떨고 있었다. 구니코씨는 나를 보면서 사내아이 하나를 가리키더니 "장애가 있다"고 먼저 말했다. 사실 그 말을 하기 전까지는 아이에게 장애가 있는지 느끼지 못했었다. 그러고 보니까 아이가 하는 행동이 예사스럽지 않았다. 뇌성마비는 아닌데, 자폐아 같기도 하고. 꼼꼼이가 같고 놀던 장난감을 구니코씨 아들이 빼앗자, 재빨리 아들을 붙들어안으며 꼼꼼이를 달랜다. 소학교 2학년이라는데, 아이가 저 나이가 되기까지 구니코씨는 지금과 같은 처신을 숱하게 해야했을 것이다. 구니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