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6208

회전목마의 데드히트- 그래도 하루키.

회전목마의 데드 히트 回轉木馬のデシド.ヒ―ト (1985) 무라카미 하루키 (지은이) | 권남희 (옮긴이) | 창해 | 2004-10-05 올해 읽은 첫 책...치고는 썰렁하기도 하다. 회전목마의 데드히트. 하루키식의 희한한 제목에, 뭐 믿고 이렇게 얇은 책에 8000원이나 붙였나 싶은, 하드커버의 이쁜 소설집. 출판사가 ‘믿은’ 것은 더도 덜도 아니고 무.라.카.미.하.루.키.라는 이름 일곱글자였겠지. 재미없었냐고? 이 책, 별로 재밌는 책도 아니고 제대로 된 소설도 아닌데, 그런데도 이 작은 소설집을 순식간에 넘기면서 이런 생각들을 했다. 역시 하루키야, 재미없다고 해도 하루키는 하루키, 어쨌든 빨리빨리 읽히는 것을 보면. 내가 하루키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별로 극적이지도 않고 치밀하지도 않은 단편 몇..

딸기네 책방 2006.01.20

책 읽어 주세요, 아빠! - 아빠, 책 읽어주라니깐!

책 읽어 주세요, 아빠! 니콜라스미 (지은이), 김서정 (옮긴이) | 프뢰벨(베틀북) 아마 다른 집에서도 그렇겠지만, 우리 집에서도 책 읽어주는 건 엄마인 내 몫이다. '엄마가 읽어준다'는 것에 대해 특별히 불만은 없지만, 그리고 아이에게 책 읽어주는 시간이 소중하다는 건 알고 있지만, 솔직히 졸리다. 요새 꼼꼼이가 책읽기에 재미가 들려서 자기 전에 '되게 많이 읽어주세요' 하는데 몇권을 읽어줄지를 놓고 밤마다 실랑이를 벌인다. 난 새벽에 출근을 하기 때문에 늘 피곤하다. 지난 10여년간 졸린 상태로 세상을 살아왔다 -_- 그래서 책 읽어주다 말고 막 졸고, 잠꼬대 섞인 헛소리꺼정... ㅠ.ㅠ 그러니 이 책의 제목을 본 순간, 어찌 기쁘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불역열호아~). 그림도 귀엽고 내용도 귀엽고 ..

딸기네 책방 2006.01.20

눈보라 속의 쥐 의사 선생님- 소박하고 재미있는 일본 그림책

요새 우리나라 그림책들도 이쁘고 수준 높고 좋은게 굉장히 많은데, 이상하게 우리나라 그림책들은 일러스트레이션이 굉장히 강한 대신에 스토리텔링은 상투적인 게 대부분인 듯. 이 책, '눈보라 속의 쥐 의사 선생님'은 일본에 있을 때 봤었는데 '구리와 구라' 시리즈처럼 그림이 참 소박하다(실제로 '구리와 구라' 시리즈와 이 책은 같은 일러스트레이터가 그림을 그렸다). 기초 데생이 탄탄한 화가가 아이들 보라고 단순하고 코믹하게 그린 듯한 그런 그림인데, 화려한 것하고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내용은 짧으면서도 스토리 구성이 단단하고 재미가 있다. 그런 걸 보면, 아무리 '그림책은 그림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역시 '책'인 바에야 '이야기'가 재미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딸기네 책방 2006.01.20

나도 '왕의 남자'를 봤다!

너무 재밌었다. 울기도 울었고... 간간이 웃기고, 많이 슬프고. 알고보니 연극이 원작이라고... 영화 자체가 너무나 '연극적'이었는데, 원작이 연극이라니 수긍이 간다. 영화 굉장히 잘 만들었는데, 감독(이름을 모르겠네)이 대단히 대단히 재능있는, 영감어린 예술가라는 생각은 안 든다. 스토리가 워낙 탄탄하다. 극본의 힘이랄지, '원작의 힘'이랄지. 영화적으로 잘 만들기도 했지만 줄거리가 아주 재미있다. 인물과 인물 간의 관계, 묘한 긴장관계가 시종일관 흐트러지지 않은 것이 마음에 들었다. 특히 연산과 녹수의 관계, 연산과 공길의 관계. 신분상의 권력관계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다면적이고 기묘한, 그러나 충분히 있을 수 있는 관계를 그려낸 게 좋았다. 폭군, 광대, 동성애. 시대는 조선인데 테마는 한국적이..

다시 고개드는 유럽의 보호주의

`국경 없는 유럽 통합 경제권'을 지향해온 유럽에 보호주의의 먹구름이 끼고 있다. 각국 정부가 금융, 자동차 등 주력 산업분야를 보호하기 위해 무역장벽을 오히려 높이면서 유럽 경제통합이 차질을 빚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고개 드는 보호주의 이탈리아의 우니크레딧 은행과 독일의 금융회사 HVB는 최근 공동으로 폴란드 은행 2곳을 합병하려다가 폴란드 정부의 제지에 부딪쳤다. 이 합병 건은 `국적'이 다른 두 나라 기업이 공동으로 인수합병을 추진한다는 것 때문에 지난해 내내 유럽 금융업계의 관심을 모았었다. 유럽연합(EU)은 폴란드 정부의 합병 금지조치가 EU 조항에 어긋나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독일은 지난해 9월 경영위기를 맞은 자동차 회사 폭스바겐이 외국기업에 팔리는 것..

타지마할 살리기

인도가 자랑하는 세계적인 문화유산 타지마할 묘궁. 그러나 그 묘궁을 만든 무굴제국 황제 샤 자한이 남긴 또다른 유적, 자마 마스지드(대사원)는 재정난과 관리 실패로 크게 훼손될 위기에 처했다. 인도 정부가 무대책으로 남겨둔 역사적인 유적을 살리기 위해 인도의 무슬림들이 이슬람사회에 손을 내밀었고, `이슬람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도움으로 간신히 되살아날 수 있게 됐다. 영국 BBC방송은 17일(현지시간) 사우디의 압둘라 국왕이 자마 마스지드의 수리 비용을 낼 것을 정부에 지시했다고 사우디 외무부 발표를 인용해 보도했다. 앞서 인도 대사원의 관리를 맡고 있는 아흐메드 부카리는 이 모스크가 파손돼 수리가 필요하지만 비용이 모자라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며 이슬람 사회에 도움의 손길을 호소했었다. 인디아타임..

꿈의 궁전- 재미없는 명작?

꿈의 궁전 Le Palais Des Re`ves이스마일 카다레. 장석훈 옮김. 문학동네 “오래 전부터 나는 지옥을 형상화하고 싶었다. 지옥은 법이 탄생한 곳이자 인류의 첫 형법이다.” 지옥은 어떤 곳일까. 카다레는 생각보다 굉장히 단순해 나처럼 기대에 부풀어있던 독자를 오히려 황당하게 만든 이 소설에서 ‘사람의 꿈마저도 통제하는 곳이 바로 지옥’이라고 말한다. 알바니아 출신 작가인 카다레는 이 소설에서 투르크의 넓고 어두운 궁전을 배경으로 꿈까지 감시하는 거대한 제국을 그려냈지만 전체주의를 풍자한 것 치고는 너무 단순하고, 정확히 말하면 ‘재미가 없었다’. 카다레가 작년에 인터내셔널 맨 부커스 상을 받았다고 외신들이 크게 떠들었는데, 유럽인들이 좋아할만한 책인 듯 싶기는 하다. 알바니아, 유럽 ‘내부의 ..

딸기네 책방 2006.01.18

진실스러움

미국의 한 언어연구단체가 지난해 미국을 휩쓴 `2005년의 단어'로 `진실스러움(truthiness)'라는 생소한 단어를 선정했다고 CNN 방송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방언협회가 선정한 이 단어는 사전에 나와 있는 영어단어가 아니며, 지난해 한 방송사의 코미디프로에 등장하면서 `인기'를 얻게 된 이 말은 `설혹 진실이 아닐지라도 사람들이 진실이라고 믿고 싶어하는 것, 혹은 그렇게 믿고 싶어 하는 상태'를 가리킨다. 협회 측은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관련된 `카트리나 게이트'라는 신조어가 막판까지 이 단어와 경쟁을 벌였으나, 워싱턴 정가를 휩쓴 숱한 진실성 논쟁 속에 미국인들을 불신의 늪에 빠져들게 한 지난해 정치 상황과 맞물려 `트루디니스'에 높은 점수를 줬다고 설명했다.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의 마..

국왕 바뀐 쿠웨이트

쿠웨이트에서 국왕이 숨진 뒤 열흘도 안 돼 `궁정 쿠데타'를 연상케 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미 오래전부터 왕위계승자로 정해져 있던 왕세제가 `건강문제'로 물러나고 실권자인 현직 총리가 왕위에 오르게 된 것. AP통신 등 외신들은 지난 15일 79세를 일기로 타계한 셰이크 자베르 국왕의 뒤를 이어 즉위할 예정이었던 사촌동생 사드(75) 왕세제가 건강 문제를 이유로 퇴위키로 했으며, 사실상의 통치자로 군림해온 알 사바(76) 총리가 왕위를 잇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사드는 이미 1978년에 왕위계승자로 내정됐지만 1997년 대장 수술을 받는 등 건강이 좋지 않았다. 2003년에는 건강 악화로 총리 직에서 물러나 국정 총괄 역을 사촌인 알 사바에게 넘겨줬었다. 쿠웨이트시티 의사당 앞의 경비대원들 자베르 국왕의..

내 이름은 빨강- 소설 중의 소설

내 이름은 빨강 1, 2 Benim Adim Kirmizi (1998) 오르한 파묵 (지은이) | 이난아 (옮긴이) | 민음사 | 2004-04-23 진짜 맘에 드는 소설 하나를 만났다. 진정한 이야기, 심오하고 풍요로운 소설, 매혹 그 자체. 지나친 찬사인가? 나 혼자 좋아하는 걸까?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아마도 최근 몇 년간 미국이나 유럽의 언론들이 열광에 열광을 보냈던 ‘덜 서구적인’ 작가를 꼽자면 이스마일 카다레와 오르한 파묵 두 사람일텐데, 지난 연말에 읽은 카다레의 ‘꿈의 궁전’과 비교해서도 ‘내 이름은 빨강’은 소설 중의 소설이다. 유행 타는 파울로 코엘료나 다빈치 코드 류하고는 비교가 되지 않고, 적당히 즐거운 일본 소설들하고도 깊이와 넓이와 모양이 완전히 다르다. ‘액자소설’이라는 말..

딸기네 책방 2006.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