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인권 국가...라고 해도 믿는 사람 이젠 많지 않겠지만.
세계를 상대로 ‘인권’을 외쳐온 미국에서 또다시 인권 문제가 불거져나왔다.
지난해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게 만들었던 ‘감청 파문’에 이어, 미 정보당국이 대형 통신회사들의 자료를 건네받아 국민 수천만명의 전화통화 기록을 조사한 사실이 폭로된 것. 또 말 많았던 테러용의자 고문 수사 문제에서도 정부가 광범위한 고문을 허용하는 쪽으로 관련조항을 개정한 사실이 들통나 ‘인권국가 미국’의 이미지에 먹칠을 하게 됐다.
감청파문 ‘2라운드’
일간 USA투데이는 지난 10일 국가안보위원회(NSA)가 2001년 9.11 테러 뒤 AT&T와 버라이즌, 벨사우스 등 3대 통신회사로부터 미국인 수천만명의 전화통화기록을 넘겨받아 조사했다고 폭로했다. 통화를 ‘도청’한 것은 아니지만, 이 자료들을 수집.분석함으로써 NSA는 평범한 미국인들의 통화 습관을 비롯한 사적인 데이터들을 원하는대로 얻을 수 있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다음날인 11일 야당인 민주당 의원들은 부시 대통령이 나서서 해명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백악관은 “테러용의자를 식별하기 위한 모든 조사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졌다”고 밝혔지만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부시대통령은 통화기록 조사가 이뤄진 기간 동안 NSA 의장을 지냈던 마이클 헤이든 공군대장을 중앙정보국(CIA) 국장에 지명, 야당은 물론 공화당 의원들로부터도 반발을 샀었다. 이번 파문으로 헤이든 지명 논란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AP통신 등은 이미 지지율이 바닥으로 떨어진 부시대통령의 레임덕을 부추기는 또하나의 요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포로 고문’ 허용?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11일 미 국방부가 테러용의자나 전쟁포로에 대해 이전보다 훨씬 더 ‘혹독한 심문’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지침서를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국방부는 지침서 관련 브리핑을 취소하면서 지침서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논란이 되는 구체적인 심문 방법은 비밀로 분류돼 있지만 예전보다 훨씬 가혹한 심문을 허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시대통령은 지난해 공화당의 온건파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고문금지법’을 제안하자 “미국은 고문을 하지 않으니 고문금지법이 필요없다”는 논리를 내세워 거부했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서 체포한 탈레반.알카에다 용의자들을 쿠바 관타나모 기지의 포로수용소에 수감하고 있다. 관타나모 수용소와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수용소 인권침해 사실이 알려진 뒤 국방부는 인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지침을 개정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오히려 개악이 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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