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성이 걷고 있다. 흰 벽에 그림자가 비쳐진다. 그림자의 실루엣은 짧은 머리를 뒤로 묶은 어린 소녀다. 정장을 입고 성큼성큼 걷고 있는 여성은 카멀라 해리스. 지난 3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대선에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나와 부통령에 당선된 해리스다. 그림자 소녀는 루비 넬 브리지스 홀, ‘루비 브리지스’라는 이름으로 미국 흑인 민권운동사에 새겨져 있는 여성이다. 루비는 민권운동이 한창이던 1960년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즈에 살던 여섯 살 흑인 소녀였다. 그 해 11월 윌리엄프란츠 초등학교에서 처음으로 흑백 ‘통합 교육’이 시작됐다. 루비는 백인들만 다니던 학교에 맨 처음 등교한 흑인 학생이었다. 등교길은 순탄치 않았다. 백인들의 저항은 거셌다. 인종차별에 반대해온 부모는 다섯 자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