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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죽는 10대, 죽이는 10대... 올 것이 왔을 뿐이다

엄마가 중학생 아들의 책상을 톱으로 썰었다고 했다. 성적이 좋지 않다고. 어떤 아이는 “아이팟과 함께 묻어달라”며 목숨을 끊었다. 넉 달 전 청주에서는 한 남학생이 차마 인용하기도 힘든 충격적인 행위를 했다. 지난해에는 동남아의 국제학교에 다니던 한국 학생들이 귀국해 행인을 폭행, 살해했다. 그리고, 가혹한 폭행을 당하던 남학생이 친엄마를 살해했다. 언론에선 우리 사회의 성적지상주의에 대한 비판이 이어진다. 끔찍하긴 하지만, 충격적이라기보다는 ‘올 것이 왔다’는 느낌이다. 패륜 존속살해사건의 효시 격인 ‘박한상 사건’이 떠올랐다. 내가 대학을 졸업할 무렵이었다. 부유층 집안에서 자라 미국에 유학했던 학생이 도박에 빠져 집으로 다시 끌려온 뒤 부모를 살해했다. 부잣집 유학파 아들이 저지른 경악스러운 사건에..

이 여성, 로자 파크스

1955년 12월 1일 미국 앨라배마 주 몽고메리. 백화점에서 일을 마친 흑인 여성 로자 파크스(Rosa Lee Louise McCauley Parks. 1913-2005)는 여느 날처럼 버스를 타고 뒷자리로 갔습니다. 당시 미국 남부 도시들에서는 버스에서 백인이 앞쪽에 타고 흑인은 뒤쪽에 타야 했습니다. 버스가 만원일 때에는 흑인은 무조건 백인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내려야 했습니다. 1954년 연방대법원이 흑백 분리교육은 부당하다고 판결하는 등 민권을 옹호하는 쪽으로 점차 나아가고는 있었지만 미국 전역, 특히 남부에서는 분리정책이 공개적으로 실시됐습니다. 파크스는 1930년대부터 남편 레이먼드와 함께 전미유색인종지위향상협회(NAACP)에서 열성적으로 활동해온 민권운동가였습니다. 파크스와 동료들은 인도의 ..

[스크랩] 기러기 가족

기러기 가족 이상국 -아버지 송지호에서 좀 쉬었다가 가요. -시베리아는 멀다. -아버지, 우리는 왜 이렇게 날아야 해요? -그런 소리 말아라. 저 밑에는 날개도 없는 것들이 많단다. 오랜만에 읽는 시다. 함민복 시인이 엮은 를 득템한 기념으로, 간만에 시를 읽는다. 주루룩 훑어보다가 눈에 들어온 첫 시. 나는 하염없이 날아야 하는 새일까, 저 밑의 날개도 없는 존재일까? 아무 상상력 없이 고른 그림 하나. 아버지 브뤼헬의 Winter Landscape With A Bird Trap. 아버지가 됐든 아들이 됐든, 브뤼헬은, 내게는, 어떤 상상력도 감흥도 불러일으키지 않는 작가. 그렇지만 그림을 보면 싫지 않은, 희한한 작가.

아침의 낚시질- 건져올린 책들

아침형 인간이어서 좋은 게 많다. 아침에 남보다 살짝 일찍 출근해서, 일주일에 한번 정도 '책정리'를 한다. 큐티양에게 온 책들을 뜯어서 여행관련된 것은 큐티 몫으로 남겨두고 나머지 중 몇권씩 골라오는데, 건질 것들이 적지 않다. 오늘아침 낚아온 것들. 백만년만의 시집이다. 함민복 엮음, . 일단 엮은이가 함민복이고... 이성복 나희덕 이규보 곽재구 프리모 레비... ㅎㅎ . 목차가 빽빽해서 일단 집어왔다. 그 다음 두 권은 나하고 영 궁합이 안 맞을 것이 확실하지만 갖고다니면 폼 좀 날법한 책들. , 슬라보예 지젝의 . 지젝의 책은 오래전 일본에서 놀 때 읽은 것이 전부다. 확실히 내 취향은 아니다. 난 이렇게 복잡한 건 못~해! 그런데 는 로쟈님이 옮긴 것이고, 또 부제가 '9.11 테러 이후의 세계..

[아침을 열며] 안철수, 최중경, 아인슈타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참 대단하다. 돈을 1500억원이나 벌었다는 것도, 그걸 내놓겠다는 것도 대단하다. 그런데 그의 기부를 놓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사회에서 재산 사회환원은 주로 ‘꼼수’ 부릴 일이 생긴 사람들이 하는 일, 궁지에 몰린 이들이 면피용으로 던지는 말들이었다. 그렇다 보니 안 원장에게도 ‘혹시 딴생각 있는 거 아냐’ 하는 의구심이 쏠린다. 이해는 된다. 빌 게이츠가 마이크로소프트(MS)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자선재단 일에 매달린다고 했을 때 미국 일부 언론들도 ‘등떼밀려 털고 나온 것’이라는 둥의 보도를 했던 기억이 난다. 기부를 했다가 오히려 위신 깎인 사람도 많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갑부 알 왈리드 왕자는 2001년 9·11 테러가 일어난 뒤 피해자 구호기..

모런트 베이 폭동

1865년 10월 11일 영국의 식민지였던 자메이카 동부의 모런트 베이에서 폴 보글(Paul Bogle)이 이끄는 흑인 남녀 200~300명이 폭동을 일으켰습니다. 이 모런트 베이 폭동 Morant Bay rebellion 은 자메이카 역사의 분기점이 됐으며, 영국에서도 거센 정치적 논쟁을 불러일으켰습니다(영국에는 자메이카 등 카리브 지역에서 온 흑인들이 많지요. 얼마전 벌어진 '런던폭동'에도 자메이카계 이민자 가정 출신 젊은이들이 많이 가담했다고 합니다). 오늘날까지도 이 폭동의 성격은 논란거리로 남아 있으며 흑인노예사와 식민지 연구의 주제로 자주 인용됩니다. 폭동을 이해하려면 먼저 당시 자메이카 흑인들의 처지를 살펴봐야겠죠. 1834년 영국에서 노예해방법(Emancipation Act)이 통과됨에 따..

인종주의에 대한 책들

인종주의라는 주제 자체를 전면에 내세워 분석한 책들이 국내에 많이 출간돼 있지는 않다. 박경태의 《인종주의》(개념사, 2009)는 인종·인종주의의 정의와 역사를 소개한 책으로, 한국 사회에서의 다문화주의 논의와 인종주의적인 양상 등을 덧붙였다. 폴 C. 테일러의 《인종: 철학적 입문》(강준호 옮김, 서광사, 2006)은 인종주의의 철학적 측면을 다루면서 인종주의-반인종주의 사이의 윤리학을 다루고 있다. 인종주의가 힘을 발휘하는 양상은 매우 다양하다. 때로는 특정 인구집단에 대한 노골적인 학살이라는 극단적인 형태를 띠기도 하지만, 계급적-성적-지리적 차별구조 속에 뒤섞여 있어 골라내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인종주의의 얼굴과 그늘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런 차별구조들을 다룬 다양한 책들을 읽어볼 것을 권한다...

아이젠하워와 '군산복합체'

“현재의 우리 군사조직은 내 전임자들 시절의 조직과 전혀 다를 뿐 아니라, 2차 대전이나 한국전쟁 때 참전했던 이들이 알고 있는 것과도 다릅니다. 최근까지 미국에는 군수산업이라는 것이 없었습니다. 평시엔 보습을 만들다가 필요한 때가 되면 칼을 만드는 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임시변통으로 국방의 위기를 해결하는 위험을 감수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방대한 규모의 상시적인 군수산업을 창출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거기 더해 350만 명의 국민들이 직접적으로 국방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연간 군사안보에 쓰는 돈은 미국 기업들의 순익을 모두 합친 것보다도 많습니다. 방대한 군사체계와 방대한 군수산업의 결합이라는 것은 미국에게는 새로운 경험입니다. 그 전체적인 영향력, 경제적·정치적 그리고 심지어 ..

카루이자와, 단풍

닛코에 이어, 일본에서 마음에 드는 곳 발견. 나가노 현의 카루이자와. 추웠다. 도쿄와는 비교가 안 되게... 차가운 산 공기. 온통 숲속의 별장지이고 그 사이사이로 길이 나 있다. 낙엽 깔린 길들이 너무 좋았다. 그런데 사진은 별로 못 찍어서... ㅎㅎㅎ 저 길은 아필이면 -_- 낙엽 안 깔린 길... 1박2일 보내면서 두 번이나 들렀던 'Magnolia'라는 카페. 사진에 집중하고 있는 요니.

우드로 윌슨의 '14개 조항'

우드로 윌슨(Thomas Woodrow Wilson. 1856-1924)은 미국 28대 대통령(1913-1921 재임)이자 프린스턴 대학 총장을 지낸 학자이고, 또 교육자이기도 했습니다. 학교 다닐 때 국사 교과서에서 윌슨의 이름을 처음 봤습니다. 윌슨은 한국 학생들에게는 1919년 3.1 운동과 짝을 이뤄 등장하는 이름이죠. 윌슨의 이른바 14개 조항, '민족자결주의'가 3.1운동에 영향을 미쳤고, 3.1운동은 다시 중국의 5.4운동을 촉발시켰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윌슨의 14개 조항, 1차 대전 후 체제의 '이상'을 담다 윌슨은 1918년 1월 8일 미 의회 상하원 양원 합동회의에 참석해 1차 대전(1914-1918)을 끝낼 ‘강화(講和) 조건’에 대한 구상을 밝혔습니다. 이 연설에서 밝힌 14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