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 저런 얘기 1147

애석하다

웃고싶은데, 웃긴 그림이 있어서 퍼왔다. 요즘 기분이 그리 좋지는 않다. 사실 기분이 좋지 않은지는 오래된 것 같다. 한 3년 되었나... 일본에서 돌아온 뒤로 줄곧 그리 좋은 상황은 아니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분이 나쁜 것도 아니다. 원래 기분이 잘 안 나쁘니까. 그런데 가끔이라도 기분이 안 좋을때 나는 무엇을 하나? 기분이 안 좋을땐 기분나쁜 걸 즐긴다 -_- 막 씹고 욕하고 마음속으로 싸우고... 그리고 자리에 앉아(기분나쁜 일들은 거의 회사에서 일어나니까) 스도쿠, 프리셀, 스파이더카드놀이 같은 퍼즐게임을 한다. 인터넷에 CNN 틀어놓고 이어폰 꽂고 퍼즐 풀면 최고. 아무것에도 집중하지 않으면서 뉴런들을 다방면으로 동원할 수 있는... 저녁에 보신탕 먹으러 가기로 했다. 원래 알바뛰는 곳..

2007, 허망한 가을

가을 타니? 난 그런거 안 타. 그래서 올가을엔 분위기 한번 잡아볼까, 나도 가을 한번 타볼까 했는데 날씨가 안 받쳐준다. 얇은 카디건 따위 입을 시간도 없이 더웠다 추웠다 요동을 치네. 올가을의 스케치를 몇장이라도 건져보려고 했는데, 영 그저그렇다. 난 감성 같은게 없어서, 멋대가리가 없다. 내 감정은 느낌이 아닌 물건 같다. 그나마 내가 갖고 있는, 물건 같지 않은 느낌들은, 별로 표현할만한 것들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9월의 어느 주말, 정동 시립미술관 앞에 놀러갔다. 저녁 지나 밤이 되니 분위기가 괜찮았다. 좋아한다고 할수는 없지만 지리적 여건 때문에 그나마 자주 가게 되는 덕수궁. 고궁의 밤은 색다르다. 낮과는 전혀 다르다. 근데 사진 찍어놓고 보니, 기술 탓인지 감성 탓인지 그 느낌이 안 산다...

책꽂이

책꽂이, 그러면 좀 싸고 가벼운 것 같고 책장, 그러면 무겁고... 어쩐지 장식장 같은 그런 느낌이 나는데 다음달쯤 이사를 한다. 결혼 10여년 만에 살림살이 장만한다고, 돈쓰느라 아주 신났다. 원래 내 취향은 로코코와 바로크의 중간 지점에 아르데코를 섞은... 것인...데... 돈이 모자라 본의 아니게 젠 스타일로 향해가는 듯한 느낌이 없잖아 있다. 보는 눈은 있어가지구... 지난 주말에 일산 가구공단(이사간다고 땡처리 중임) 들러서 구경을 했는데 진짜로 이쁜 소파를 발견했다. 초록색 줄무늬 소파... 넘 이쁜데 오지게 비싸다 어차피 소파는 안 살거니깐. 왜냐? 난 '거실을 서재로'를 이미 진작부터 실천하고 있다. 돈이 없어서리... 지금 사는 집이 딱히 대저택이 아니라서 -_- 테레비를 방안에 들여놓..

보르네오의 '숲공장'과 캠프 리키 오랑우탄 동네

세계식량농업기구(FAO)는 열대우림 1ha가 탄소 67t을 잡아두는 효과를 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거꾸로 숲 1ha가 사라지면 그만큼의 탄소가 대기 중으로 방출돼 온실효과를 불러온다는 얘기가 된다. 아시아 최대 열대우림인 보르네오섬의 숲은 이미 수세기에 걸쳐 서서히 파괴돼왔고, 지금은 내륙까지 다 파헤쳐졌다. 이 삼림은 오랫동안 목재의 주요 공급원이었고 지금도 바다로 흐르는 강물 위에는 목재를 실어나르는 바지선이 수시로 떠다닌다. 문제는, 환경파괴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목재를 아예 안 쓸수는 없다는 것이다. 나무를 베어내야 할 현실적인 필요성과 환경파괴를 막아야 할 장기적 과제, 그 사이에 해법은 없을까. 산속 오지의 숲공장 지난달말 보르네오섬 남부, 인도네시아 칼리만탄에 있는 빵깔란분의 산지를 ..

보르네오의 불타는 이탄 지대

흔히 보르네오라 부르는 동남아시아의 거대한 섬에는 세 나라가 존재한다. 이 섬의 북부는 말레이시아 영토이고, 말레이시아로 둘러싸인 해안에 점처럼 박힌 소국 브루나이가 있다. 그 밖에 남부 대부분 지역은 인도네시아 땅이다. 이곳을 가리켜 깔리만탄이라고 부른다. 아마존과 함께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열대우림이 있는 곳이다. 밀림을 찾아 깔리만탄 남쪽 작은 도시 빵깔람분으로 가기 위해서는 비행기를 여러번 갈아타야 했다. 지난달 말 인도네시아 수도인 자카르타에서 자와(자바)섬 중부 스마랑에 내려 덜덜거리는 작은 비행기를 이용해 해협을 건넜다. 비행기 안에서 혹시나 깔리만탄의 밀림을 내려다볼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해보았지만, 빵깔란분 공항에 내리는 순간 기대는 사그라들었다. 검은땅의 모자이크 깔리만탄의 웬..

히바의 풍경

히바에서 찍은 사진들, 두번째로 모아 올린다. 히바 성채 안에 있는 미나레트. 아름답냐고? 보시다시피, 아름답다. 실제로 보면, 사진에 나타나있는 것보다 열배 더 아름답고, 백배 더 감동적이다. '크고 오래된 것들'이 주는 감동이 있다. 세월의 두께와 엄청난 존재감 앞에 압도당하는 그 느낌, 그것이 역사유적을 찾게 되는 이유가 아닌가. 이 미나레트는 아름답고 감동적이었지만, 희한하게도 아름다운 색채 때문인지 위압적인 느낌은 주지 않았다. 히바의 성채 안에 사실 아름다운 모자이크 타일로 장식된 곳은 많지 않았다. 이 미나레트는 그 몇안되는 빛깔 가득한 존재 중 하나로, 모랫빛 성채 안에서 홀로 빛나는 것 같았다. 좀더 가까이 다가가서 본 모습. 아래에서 올려다본 미나레트. 입구 근처에 늘어선 가게 들 중 ..

폼 때문에...

요새 책도 못 읽고 있는데... 여름에 푸켓 놀러갔다가 공항에서 바트화 남은 것 가지고 책을 샀다. 이 책의 영어판, Julia Lovell, THE GREAT WALLJohn Man, GENGHIS KAHN Geraldine Brooks, NINE PARTS OF DESIRE John Pilger, FREEDOM NEXT TIME 줄리아 로벨의 책은 한글판 있는지 모르고 산 거고, 징기스칸은 잭 웨더포드 책 읽던 남편이 갑자기 흥미를 보여서 역시나 충동적으로 샀다. 제랄딘 브룩스의 책은 이슬람 여성들의 삶을 다룬 것인데, 요즘 이쪽이 나름 유행타는 듯. 주로 이슬람 여성의 박해받는 삶에 초점을 둔 자전적인 글들(예를 들면 무크타르 마이의 고백 같은)이 서양에선 제법 수요가 있는지, 영문판 책들이 많이 ..

몽환의 도시, 히바

우즈베키스탄에서 내 목적지는 아랄해였다. 타슈켄트에서 서쪽으로, 서쪽으로 달려 아랄해에 면한 작은 도시 무이낙을 가는 것이 내 의 목적이었다. 나는 예정했던대로 타슈켄트에서 오래된 도시 사마르칸드로, 오아시스가 낳은 고도 부하라로 옮겨다녔다. 부하라에서 무이낙으로 가는 길에는 우루겐치라는 거점 도시를 지나야 하는데, 우루겐치에서 조금 비껴난 곳에 히바(KHIVA)가 있다. 우즈베크에 오기 전 준비작업으로 경로를 탐색하면서 우루겐치와 히바의 이름을 들었지만 나는 이 곳이 어떤 곳인줄 몰랐다. 얼마 안되는 우즈베크 관광자료를 통해 이곳에 오래된 성이 있고 그 안에 숙박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사실만 확인했었다. 부하라에서 나는 환상적인 경험을 했다고 생각했고, 미나레트(탑) 꼭대기에서 바라본 세상, 내가 그..

내 삶에 감사했던 순간, in 부하라 BUKHARA

우즈베키스탄 여행기 2편...이라기보다는 아마도 '사진 설명'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사마르칸드 서쪽, 부하라의 미르아랍 마드라사(이슬람학교)가 바로 이곳입니다. 사마르칸드의 마드라사들은 지금은 관광지가 돼있습니다만, 거기서 차를 타고 두어시간 달려 도착한 부하라만 해도 옛스런 모습이 참 많이 남아있는 곳이라서 마드라사가 그 용도 그대로 지금도 사용되고 있다고 해요. 함께 갔던 제 가이드 벡조드의 집이 부하라여서, 부하라 너무 좋다고, 사마르칸드 구경 오전중에 땡치고 부하라로 가자고 해서 열심히 택시 잡아 타고(둘이 합해 2만5000원 정도 나왔어요. 여럿이 함께 가는 택시랍니다) 부하라로 옮겨갔습니다. 부하라 넘넘 좋았습니다... 사막길 달려 나타난 부하라 칸(군주)의 여름궁전, 오래된 성,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