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4020

[구정은의 세계]‘무슬림 입국금지’ 맞선 요르단 항공의 유쾌한 복수  

요르단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시리아, 이라크와 국경을 맞댄 중동 국가다. 주민 980만명 중 92%가 무슬림이지만 세속국가다. 인구 60%가 팔레스타인계인 아랍국이지만 이스라엘과도 국교를 맺고 있다. 절대군주제와 입헌군주제의 절반 정도에 와 있는 군주국이지만 걸프의 왕국들과 달리 이렇다할 자원도 없다. 그 대신 오래전부터 ‘줄타기(rope) 외교’를 통해 지역 내에서 입지를 확보해왔고, 미국과도 긴밀한 관계를 이어왔다. 이 나라를 오랫동안 통치했고 ‘분쟁 해결사’로 불렸던 후세인 국왕이 1999년 2월 타계했을 때에는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 등이 일제히 수도 암만을 찾아 조문했다. 최근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무슬림 입국금지 조치를 발표했다. 트럼프의 두 차례 행정명령 모두 법원에서 제동이 걸렸으..

[구정은의 세계] 망령의 시대

일본 작가 마루야마 겐지의 는 오토바이의 시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소설이다. 뿌리 뽑힌 채 질주본능으로만 존재하는 오토바이는 거대 도시를 꽉꽉 메운 인간들을 향해 이렇게 일갈한다. “뒈져라, 형법 불소급의 원칙.” 문명이라는 이름 뒤에 가려진 저급함, 죄를 짓고도 뉘우치지 않으며 스스로가 더럽혀지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인간들, 늙고 병들고 타락한 나라를 향한 이단아의 처절한 외침이다. 제국주의와 파시즘의 언술이 곳곳에서 판을 친다. 얼마 전 미국에서는 연방 하원의원이 백인들의 문명, 백인들의 문화를 거론했다. 미국이 스페인에게서 필리핀을 빼앗던 시절에 나오던 케케묵은 말들이 21세기에 소셜미디어를 타고 울려퍼졌다. 인종주의의 망령은 미국과 유럽이 2차 세계대전 이후로 쌓아올린 이상과 삶의 기준을 흔들..

[구정은의 세계]미국 관리 50명 모아 저녁 대접한 러시아 대사

요즘 미국이 ‘러시아 스캔들’로 시끄럽습니다. 발단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임명했던 마이클 플린이 미국 주재 러시아 대사와 통화를 하면서 미국의 러시아 제재를 해제할 것인가 말 것인가 등등 이야기를 나눠놓고서, “제재 이야기는 한 적 없다”고 거짓말을 한 것이었습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까지 거짓 보고를 한 플린은 결국 쫓겨났지요. 그 다음에는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에게 불똥이 튀었습니다. 미국의 법무장관은 우리 식으로 하면 검찰총장입니다.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총지휘해야 할 세션스도 러시아 대사와 접촉한 사실이 1일 드러났습니다. 세션스는 결국 이튿날 “수사에서 손을 떼겠다”고 했습니다. 세션스는 인준 청문회에서 러시아 측과 접촉한 적 없다고 했기 때문에, 위증 혐의도 받고 ..

김정남 살해에 쓰였다는 VX란

말레이시아 경찰은 24일 김정남의 시신을 분석한 결과, 눈과 얼굴에 묻은 독성물질이 VX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VX는 아무 맛도 없고 냄새도 없는 호박색의 액체다. 10mg만 투입돼도 사람이 목숨을 잃을 정도로 독성이 강하다. 1995년 일본 ‘옴진리교 사건’ 때 쓰인 독극물 사린가스보다도 더 치명적이다. 이 때문에 사건 초반부터 김정남 살해에 쓰인 독극물의 ‘후보’로 거론돼 왔다. ■여성들 피해없도록 합성물질 썼나 VX는 흡입을 통해, 혹은 점막이나 피부의 상처로 흡수된다. 지용성이라 기름 형태로 묻으며 흡착력이 매우 강한 반면 휘발성은 낮다. VX가 김정남 공격에 쓰인 것이 사실이라면, 어째서 공항을 오가던 주변 승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았는지 설명이 된다. 다만 김정남에게 얼마나 투입됐느냐 하는 ..

[구정은의 세계] 이재용이 달나라에 가는 날

미얀마 난민을 돕는 일을 하는 방글라데시 여성을 며칠 전 만나 현지 소식을 들었다. 시리아 난민은 세계의 눈길이라도 끌지만, 방글라데시 국경지대에 방치된 소수민족 로힝자 난민 상황은 정말 심각하다면서 세상의 무관심과 서방의 위선을 개탄했다. 긴급 구호식량을 배급받기 위해 아이 손에 화상을 입히는 엄마들 사연은 충격이었다. 그것과 별개로, 빌 게이츠의 재단이 그곳 난민들을 지원하고 있다는 얘기가 귀에 들어왔다. 이 재단을 놓고 ‘너무 덩치가 크다, 세계 구호원조를 좌지우지한다’ 비난하는 이들이 적잖은 것을 알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가 재산을 기부한다 했을 때에도 ‘착한 자본주의를 주장하는 자들의 위선’이라 하는 시각이 있었다. 얼마 전 옥스팜은 세계 10위 갑부들이 세계 하위층 절반이 가진 재산과 같은 양..

[김정남 피살]완전범죄는커녕, 곳곳 허점...남는 의문들  

김정남은 왜 이 시점에, 말레이시아의 사람 많은 국제공항에서, ‘조직적으로’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에게 살해된 것일까. 말레이시아 경찰이 19일 지금까지의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용의자들의 신원도 대부분 공개했으나 여전히 많은 것이 의문투성이다. ‘완전범죄’를 노렸다고 보기엔 허점 투성이이고, 오히려 미스터리가 가중되고 있다. 왜 지금, 말레이시아에서? 경찰이 ‘주요 용의자’로 지목한 북한 국적자 4명은 앞서 체포된 리정철처럼 현지에 거주하고 있었던 사람들이 아니라,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 사이에 입국한 사람들이다. 김정남은 지난 6일 마카오에서 쿠알라룸푸르로 이동했고, 13일 다시 마카오로 갈 예정이었다. 북한이 개입돼 있었다면 사전에 김정남의 이동 경로를 파악하는 것은 힘든 일이 아니다. ..

위협비행에 미사일 배치까지...러시아의 무력시위, 트럼프 압박용?  

러시아 전투기가 미국 군함 근처를 위협하듯 오갔다. 미국 본토 해안 주변에 러시아 정찰함이 출몰했다. 유럽의 안보 수준을 비아냥거리듯, 러시아가 신형 미사일을 배치했다. 최근 며칠 새 벌어진 일들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출범으로 미·러 간 ‘밀월’이 오기는커녕, 오히려 갈등에 더 불이 붙었다. 미국 국방부는 러시아 군용기 여러 대가 지난 10일(현지시간) 흑해를 순찰하던 미 해군 구축함 위로 근접비행을 했다고 14일 발표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본부를 둔 미군 유럽사령부는 러시아군 Su-24 전폭기와 IL-38 대잠초계기가 3차례에 걸쳐 미 구축함 포터호 90m 상공까지 접근했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는 유럽사령부 대변인을 인용, “러시아 군용기들은 무선에 응답하지 않았으며 매우 우려스러운 상..

김정남 피살 계기로 본 ‘영화 같은’ 암살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형인 김정남(45)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피살된 것으로 알려졌다. 비밀스런 암살작전은 구시대의 유물같지만, 러시아 첩보원 출신 망명자에서부터 동아프리카의 고릴라를 연구하던 여성 학자까지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정치적 반대파나 이익에 걸림돌이 되는 상대를 살해하는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 크렘린 옆에서 피살된 반푸틴 정치인 넴초프 2015년 2월, 제1부총리까지 지냈으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맞서며 야권 지도자로 변신했던 보리스 넴초프가 피살됐다. 크렘린 바로 옆에서 벌어진 사건이었다. 넴초프는 애인과 함께 차를 타고 가다가 무장 괴한들에게 총격을 받아 숨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내무부와 연방치안국(FSB)에 이 사건을 조사할 위원회를 만들라고 지시했지만 제대로..

캐나다 퀘벡시티 모스크에서 총기난사...기도하던 무슬림 6명 사망  

모스크에서 기도를 하고 있던 사람들을 향해 괴한들이 총기를 난사해 6명이 목숨을 잃었다. 캐나다 동부 퀘벡주의 퀘벡시티에서 29일(현지시간) 벌어진 일이다. 무슬림들을 향해 총을 쏜 괴한들은 퀘벡 억양을 쓰면서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라고 외쳤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난데 없는 참사에 캐나다는 공포에 떨었지만 누가, 무슨 목적으로 이런 공격을 저질렀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CBC뉴스와 라디오캐나다 등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쯤 퀘벡시티 서쪽 생트포이에 있는 이슬람문화원의 모스크에 괴한들이 들이닥쳐 총을 쐈다. 경찰은 6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시 경찰에 따르면 모스크에 있던 사람들은 대부분 이튿날 새벽까지 철야기도를 하기 위해 모인 이들이었다. 아버지를 따라 온 세살..

무슬림 입국금지? 트럼프가 며칠 새 저지른 짓들

아 진짜 ㅁㅊ 설 연휴를 보내고 있는 사이에... 트럼프는 세계를 뒤집어 놨다. -'멕시코 장벽'에 이어 트럼프가 만든 ‘무슬림 장벽’에 세계가 '충격과 공포'다. 이란 이라크 시리아 등 이슬람권 7개국 사람들 미국 입국을 제한하고 난민 심사도 보류. 트럼프의 5번째 행정명령은 이것이었다. -무슬림 입국금지 행정명령이 나오자마자 미국 여러 공항에 난민들이 억류됐고, 여행자들과 유학생들도 발이 묶였다. 특히 덜레스공항은 무슬림밴 대상자들을 가혹하게 다뤄 욕을 바가지로 먹고 있다. 미국 여러 법원들이 이번 행정명령에 제동을 걸었지만 일부 공항경비대와 국경수비대는 이참에 무시하고 반이민 강경대응에 나선 듯. 덜레스 시장은 비판이 거세자 결국 사과...이집트 등에서 미국행 여행기 탑승 거부당한 이들이 속출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