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4055

'무릎 꿇은 장애아동 부모'를 보며...

아이가 다녔던 초등학교는 특수학교와 담장을 맞대고 있었다. 시멘트 담은 아니었고 철망처럼 생긴 울타리였던 걸로 기억한다. 아이의 친구 중에는 특수학교 교사 부부의 딸도 있었고, 아이들은 옆의 학교가 특수학교라는 것을 전혀 의식하지 않은 채 울타리에 매달려 놀았다. 등하교 길에 특수학교 학생들을 오가며 보는 건 당연한 일이었고... 아무도 특수학교에 대해 좋다 싫다 얘기하는 걸 본 적 없다. 아마도 '오래전부터 거기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없던 학교를 새로 짓겠다고 하면 그 동네 사람들도 반대하고 나섰을까? 그랬을 수도 있겠다. 지금 반대하는 지역의 민심이 '특별히 나빠서'는 아닐 테니까. 아이가 다녔던 초등학교에는 특수학급도 있었다. 학생은 단 두 명. 몇 번 얘기한 적 있지만, 나를 보..

[구정은의 세상] 김장겸의 '사소한 일'

2003년 영국의 토니 블레어 정권은 미국을 도와 이라크에 군대를 보내기 위해 ‘공작’을 했다.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이 핵무기, 생화학무기 등을 개발하고 있다면서 위험을 과장한 정보들을 줄줄이 국민들 앞에 내놓은 것이다. 영국은 참전했고, 영국 군인 179명이 먼 땅에서 목숨을 잃었다. BBC 방송이 문제를 제기했다. 블레어 정부가 참전 지지 여론을 키우기 위해 이라크에 관한 보고서에 “대량살상무기를 45분 안에 발사할 수 있다”는 내용을 슬그머니 끼워넣어 위험을 부풀렸다고 보도했다. 파문이 커지고 의회의 조사가 시작됐다. 블레어 총리의 측근이 의문의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까지 일어났다. 그러자 정부는 BBC를 맹공격했다. BBC 이사회는 저널리스트들 편에 섰다. 당시 이사회는 “기자들과 뉴스 제작진은..

[화학물질, 안전망이 없다]내 몸에 쓰는 물건, ‘알 권리’를 보장하라

‘릴리안 생리대 파동’ 전에도 여성들 사이에서 일회용 생리대가 인체에 해로운 영향을 줄 거라는 ‘의심’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화학물질이 걱정되는 소비자들은 ‘순면 커버’ ‘오가닉 코튼’을 내세운 비싼 상품을 찾거나 면생리대를 쓰는 식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릴리안은 관련 정보도 적고 공론화되지도 못했던 생리대 안전성 문제를 물 위로 끌어올렸다. 생리대처럼 일상적으로 쓰이고 신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제품조차도 안전 관리가 충격적으로 부실하다는 점을 드러낸 것이다. ▶[화학물질 안전망이 없다](1) 주원인도 모르면서…식약처 “VOC만 전수조사” ▶[화학물질 안전망이 없다]안전을 돈으로 사는 시대, 탈출구 없는 저소득층 일회용 생리대 속의 화학물질은 외국에서도 논란거리였다. 미국에선 성분 정보를 공개..

[정리뉴스]렌즈용액, 아웃도어, 물티슈, 생리대까지...생활속 독성 화학약품들

가습기 살균제, 계란, 이번엔 생리대. 생활 속에서 흔히 먹거나 쓰는 것들에 유해한 독성물질들이 들어있다는 사실이 계속 드러나니 시민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소비자들을 두렵게 만드는 생활 속 독성물질들, 그동안 문제돼왔던 것들은 어떤 게 있었나 정리해봅니다. 최근 문제가 된 것은 ‘깨끗한 나라’에서 만드는 릴리안 생리대입니다. 독성물질 논란이 불거진 릴리안 생리대를 사용해 부작용을 겪고 있다는 여성 10명 중 6명은 생리주기 변화를 호소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여성환경연대는 24일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생리대를 쓴 뒤 부작용을 겪은 여성들이 제보한 사례 3009건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릴리안 부작용 제보자 65.6%가 생리주기 변화 ▶릴리안 유해성..

[기타뉴스] 임상시험 대상자 630명 중 여성은 43명...약품 시험에도 ‘성평등’ 필요

제약업계가 신약을 만들어 출시하기 전에 통상 생쥐나 돼지 같은 실험동물을 상대로 임상시험을 합니다. 그 뒤에는 인체 대상 임상시험을 거칩니다. 시험대상이 되는 동물이나 사람의 체질이나 성별에 따라 약물에 대한 반응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어떤 ‘표본’을 대상으로 시험을 하는지가 중요하지요. 동물 시험에서든 사람에 대한 시험에서든 암컷보다는 수컷을, 여성보다는 남성을 주된 대상으로 삼기 때문에 여성에게 약물이 투여됐을 때의 치료효과나 부작용이 정확히 측정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의학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나왔습니다. 미국의 의사이자 저널리스트인 싯다르타 무케르지는 이라는 저서에서 “결핵 예방접종인 BCG는 임상시험에서 강력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그 효과는 위도상 북쪽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면서..

박기영 논란.

복제양 돌리를 만든 이언 윌머트는 저서에서 황우석의 연구가 진짜인 줄 알고 몹시 감동했다가 사기임이 들통나자 허망했다는 심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보인다. 더불어, 그걸 밝혀낸 한국 젊은 과학자들에 대한 감동도. 그런 자정능력이야말로 과학을 이끌어가는 동력이라는 주장을 바닥에 깔고 있다. 프리먼 다이슨은 "원죄가 없는" 생물학자들을 부러워하는 물리학자의 속내를 피력했고() 미국 의학자 겸 저널리스트 싯다르타 무케르지는 생물학 연구자들이 스스로 과학윤리를 모색한 애실로마 회의를 "과학사에서 유례없는 회의"로 칭찬했다(). 이런 얘기들을 읽고 되짚어보는 건 재미있다. 적어도 내게, 과학기술은 남의 일이며 과학책을 줄창 읽는 건 그저 놀이이기 때문이다. 이해하고 소화해야 한다는 부담 없이 그냥 쓱쓱 넘기면 되니..

[구정은의 세상] 아파트 외벽

올 2월에 대구에서 팔 이식 수술이 이뤄졌다. 한국에선 처음이었다고 한다. 30대 남성이 손목부터 손가락까지를 이식받았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이 남성은 7월에는 프로야구 경기에서 시구까지 했다. 보건복지부는 법률을 고쳐, 그동안 이식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았던 장기 등 신체부위에 팔까지 포함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수술을 받은 남성은 회복돼 가고 있고, 새 직장도 얻었다 하고, 정부가 법을 고쳐 부족한 부분도 메우기로 했다니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이 남성이 공장에서 일하다 한쪽 팔을 잃었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팔 절단장애 판정을 받은 사람은 7500명이 넘는다. 아마도 그들 중 상당수는 일을 하다가 사고를 당했을 것이다.세계적으로 힘들다는 팔 이식수술이 성공적으로 실시된..

국내 최초 수술 로봇 ‘레보아이’ 계기로 본 ‘로봇 의료’...어디까지 왔나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수술로봇 시스템인 ‘레보아이(Revo-i)’를 허가했다고 3일 밝혔다. 미래컴퍼니가 개발한 레보아이는 환자의 몸에 절개를 한 뒤 로봇팔을 집어넣어 의사가 3차원 영상을 보며 수술하는 시스템이다. 담낭절제나 전립선절제같은 내시경 수술에 사용된다. 로봇팔 4개를 이용해 수술부위를 파악, 절개·절단·봉합을 할 수 있다. 그동안 허가된 수술용 로봇은 수술부위의 위치를 안내하거나 인공관절 수술에서 뼈를 깎을 때 사용하는 보조용 장치들이었다. 내시경 수술용 로봇이 허가를 받은 것은 미국의 ‘다빈치’에 이어 세계 2번째다. 현재 국내 수술로봇 시장도 거의 다빈치가 독식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현재 시스템당 30억원 정도로 알려져 있는 다빈치 도입비용의 70% 선에서 레보아이가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극단적인 날씨’로 유명한 세계의 도시들

날씨가 덥습니다. 올여름은 유난히 더운 듯합니다. 느낌만 그런 것이 아니라, 실제로 ‘대프리카’라 불리는 대구는 10년 새 최고기온을 기록했지요. 습도도 매우 높았고요. 게릴라성 호우를 퍼붓던 장마는 끝나가고 있지만, 이제 ‘더 본격적인 더위’가 기다리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한국의 무더위와 한겨울 추위는 ‘세계무대’에서 명함을 내밀 정도는 아닙니다. 월드아틀라스와 세계기상기구(WMO) 자료 등을 통해서 본 ‘극단적인 날씨의 도시들’을 소개합니다. 사막 한가운데나 시베리아 영구동토 같은 곳이 아니라 사람들이 많이 거주하는 도시들을 기준으로 뽑은 겁니다.가장 추운 도시, 러시아의 야쿠츠크러시아에는 사하공화국이라는 자치공화국이 있습니다. 시베리아에 있는데 ‘세계에서 가장 큰 행정구역’이라고 합니다. 사하의..

<어린왕자>의 바오밥나무, 국내에서 처음으로 꽃 피웠다

생텍쥐페리의 소설 에는 작은 별을 파고들어가 결국은 산산조각나게 만드는 ‘무서운 씨앗’ 이야기가 나온다. 뿌리로 별에 구멍을 뚫는다는 바오밥나무의 씨앗이다. 하지만 소설은 소설일뿐, 바오밥나무는 아프리카 여러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의 한 종류일 뿐이다. 아프리카의 사바나 기후에서 주로 자라는 바오밥나무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꽃을 피웠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이 2012년부터 충남 서천의 ‘에코리움 지중해관’에서 전시하고 있는 바오밥나무가 최근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화했다. 국립생태원은 “바오밥나무가 7월 22일부터 10cm 크기의 흰 꽃을 피웠다”고 1일 밝혔다. 바오밥나무는 국립생태원을 비롯해 포천 국립수목원, 제주 여미지식물원 등에 전시되어 있으나 국내에서 꽃을 피운 건 처음이라고 국립생태원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