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4055

[구정은의 세상] 동상이 문제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남쪽의 케이프타운대학교(UCT)에서 재작년 세실 로즈의 동상이 철거됐습니다. 학생들이 오랜 세월 요구해온 겁니다. Rhodes statue in Cape Town university removed -BBC 세실 로즈(1853~1902년). 영국 출신의 식민주의자이지요. 금 파고 다이아 파내어 자기 이름을 딴 제국을 만든. (여담이지만 이태 전 밀렵꾼들에게 죽음을 당한 사자 세실도 이 작자의 이름을 딴 겁니다. 이 작자의 이름을 따서 출발한 로디지아는 지금의 짐바브웨라는 나라이고요.) 세실 존 로즈 동상을 철거하라고 요구하는 케이프타운대학교 학생들. 사우스아프리카투데이 그래서 이 동상을 철거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고, 학생들의 시위가 거셌습니다. 결국 UCT의 동상은 사라졌지만, 영국 옥스..

누베 비아헤라, 어떤 개의 죽음

불쌍한 것.... 누베 비아헤라, ‘떠다니는 구름’이라는 뜻이랍니다. 개의 이름입니다. 어쩐 작자가 주인이었는지... 콜롬비아의 부카라망가에 있는 팔로네그로 공항 터미널을 떠돌고 있었답니다. 아마도 주인이 공항에 버리고 간 모양입니다. 동일본 대지진 이듬해였나, 일본 TV에서 당시 후쿠시마에 버려졌다가 구출된 개에 대한 다큐를 본 적 있습니다. 지진이 뭔지도 모르는 개가, 식구들 다 떠나버리고 그 땅에 홀로 남겨져서 굶주린 채 헤매다가 어찌나 상처를 받았는지... 동물보호단체에서 개를 구해서 보살펴주는데,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겁에 질려 구석에 웅크리고는 눈만 그렁그렁한 채 사람들을 꺼리더라고요. 그 눈망울 보면서 울었어요. (이번 포항 지진 뒤에도 애완견들은 대피소에 들어갈 수 없어 고민이라던데...)..

[이 주의 프리뷰]'외유'는 끝났다...MBC '운명의 일주일'

지난 9일 태국 방콕에서 ‘한·태국 국제방송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MBC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주관한 행사입니다. 세미나를 해도, 왜 하필이면 군부 쿠데타 이후 언론탄압 국가로 세계의 비판을 받는 태국에서 했는지. 이 세미나에 참석한다며 방문진의 야권 이사 3명이 태국에 갔습니다. 그래서 지난 8일과 10일 이사회가 모두 무산됐습니다. 이들과 고영주 이사가 빠져도 이사회 9명 중 여권 이사 5명이 모여 김장겸 MBC 사장 해임안을 의결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단독 처리’ 모양새는 좋지 않아 안건 처리를 미뤘습니다. ‘외유’는 끝났습니다. 방문진은 13일 오후 2시 임시이사회를 열고 김 사장 해임안을 의결합니다. 이번주에는 김 사장 해임과 뒤이은 절차들이 뜨거운 이슈로 굴러갈 것으로 보입니다. ..

[구정은의 세상]저들이 손잡을 때, 우린 절망했다  

국정원이 하는 짓이 다 그렇고 그런 거였겠지, 생각하기는 쉽지만 이른바 공영방송이라는 곳들에 그렇게까지 개입했다는 것은 놀라웠다. 뭐랄까, 충격을 받았다기보다는 언론 종사자로서 어쩐지 함께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KBS 기자들 동향을 국정원에 건넸다는 기사를 보면서 가만히 생각해봤다. 내 정보를 편집국장이 국정원에 넘겼다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인데,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현실이었구나. 국정감사 자리에서 눈감고 기자들 질문에 모르쇠 하는 KBS 사장의 모습은 뻔뻔하다기보다는 처참해보였다. 그래, 눈을 감고 입을 다무는 것 말고 또 무슨 할 말이 있을까. 국정원의 방송장악에 가담한 혐의로 피의자 조사를 받고 있는 김재철 전 MBC 사장은 “목숨을 걸고 단연코 MBC는 장악할 수도, 장악될 수..

5공 때 지어진 프레스센터 놓고 분쟁이 벌어진 까닭은  

한국신문협회와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기자협회, 관훈클럽, 한국여기자협회, 한국신문윤리위원회 등 언론6단체는 프레스센터 소유권과 관리운영권을 둘러싼 분쟁 과 관련해 “새 정부가 풀어야 한다”는 공동입장을 26일 발표했다. 6개 단체는 이날 오전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프레스센터는 시설의 역사성으로 보나 설립 취지로 보나 명백히 ‘언론의 전당’이며 공적(公的) 자산”이라면서 “마땅히 언론계 품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단체들은 이 문제가 소송보다는 정책 원칙에 따라 조정·해결돼야 한다며 “그동안 열린 조정회의 결과대로 프레스센터와 남한강연수원을 문화체육관광부가 관장하고 방송회관과 광고문화회관은 방송통신위원회 산하에 두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코바코(한국방송광고진..

[구정은의 세상]라프토와 김대중, 그리고 이명박

토롤프 라프토(Thorolf Rafto). 노르웨이 베르겐 경제대학에서 경제사를 가르친 학자이자 인권운동가였던 사람이다. 라프토가 인권 분야에서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은 공산정권 하의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일어난 민주화 운동인 1968년 ‘프라하의 봄’ 때였다. 라프토는 체코 개혁파들을 지지하면서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운동을 시작했고, 동유럽 민주화 전반으로 관심과 활동을 넓혀갔다. 1973년에는 소련의 오데사를 방문하고 돌아온 뒤 소련의 국내정치를 비판하는 칼럼을 이탈리아 신문에 실었다. 1979년 라프토는 대학생들 앞에서 강의를 하기 위해 프라하를 방문했지만 공산정권은 이를 허락하지 않았을뿐 아니라, 심지어 공안요원들이 라프토를 붙잡아 구타하기까지 했다. 라프토는 1986년 64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당시..

[구정은의 세상]김성주, 김광석, 가족

"결혼은 1년에서 350~360일은 정말 행복한데, 나머지 열흘이 그렇게 고통스러울 수가 없다. 명절, 날카로운 말끝이 가슴에 닿아 생채기를 냈다. 가족을 설득하고 화내고 싸우는 일이 지겨워진 우리 부부는 왜 결혼이란 제도권으로 들어온 건지 후회가 된다는 말을 주고받았다. 몇 번 반복하면 이 짓이 익숙해질까." 지인은 페이스북에 저런 글을 올렸다. 결혼과 더불어 생기는 가족에 대한 고민들. 추석이 낀 달에는 한방병원에 찾아가 ‘화병’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연중 가장 많고, 그런 이들 가운데 여성이 남성의 4배라는 언론 보도도 눈에 띄었다. 여느 해보다 길었던 추석 연휴는 지나갔다. 가족의 존재 의미를 고민하게 하는 명절은 끝났다. 추석을 앞두고 가족을 다시 곱씹게 만든 두 가지 사건이 있었다. 첫째는 방송..

길 가다가 변을 당할 확률이 높은 나라들

보행자 사고에 대한 기사를 읽다가. 관련된 통계를 찾느라 OECD 데이타 페이지에 들어가봤다. 저기 나와 있는 나라별 숫자는 '길 가다 변을 당할 확률'이랄까, 그런 걸 일종의 지수로 만들어놓은 것이다. OECD의 설명을 빌면 길에서 교통사고로 다치거나 그 자리에서 숨지거나 혹은 사고로 30일 이내에 숨지는 사람 숫자와 건수, 주민 수와 교통수단 수를 기준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교통사고뿐 아니라 '길에서 자폭테러를 당할 경우' 같은 것들도 모두 반영한 수치라고. 수치들을 들여다보니 여러가지가 눈에 띈다. 조지아는 독립한 뒤에 계속 거리 상황이 안 좋아졌구나. 러시아는 늘 나빴고 지금도 나쁘구나. 그나마 나아진 것이 저 정도. 인도는 차량이 늘면서 갈수록 악화. 한국은 국가의 경제수준에 비해 꾸준히 -_-..

박정희 대통령 기념관

페이스북에 지인이 올린 글. "상암동 난지공원 북쪽에 요런 게 몰래 지어져 숨어있다. 동네 주민인 우리 회사 직원의 말에 의하면 일반 도서는 거의 없어 주민들을 외면한 도서관이라는데." 어떤 곳인가, 그냥 심심해서 검색해봄. 웹사이트의 이사장 인사말은 이렇게 돼 있다. "2017년은 근대화의 국부(國父)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돌을 맞이하는 역사적인 해입니다. 우리가 박정희 대통령을 기리는 이유는 박 대통령이야말로 애국애족(愛國愛族)의 정신으로 일평생을 조국 근대화와 굳건한 안보 구축을 위해 헌신하신 분이고,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정의의 율법과 신상필벌(信賞必罰)의 원칙을 통해 이 나라 국민을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강철 같은 의지의 국민으로 환골탈태시킨 분이기 때문입니다. 박정희대..

[공영방송 제자리 찾기](3)전문가형 BBC, 시민형 ZDF···제도는 제각각, 언론자유는 ‘운영’이 좌우

2012년 아시아·태평양 방송연맹(ABU)은 ‘공영방송’에 대해 ‘민영도, 국영도 아니며 정치적·재정적으로 독립된 방송’이라고 규정했다.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시민의, 시민에 의해, 시민을 위해 존재하는 공적 제도’로서 공영방송은 사회적 책무를 갖는다고 언론학자들은 말한다. 나라마다 공영방송 소유구조나 정부와의 관계는 조금씩 다르다. 공영방송들은 독립성을 강조한 ‘전문가모델’, 의회 다수당이나 정부에 의해 직접적으로 통제되는 ‘정부모델’, 의석 비율에 따라 정당들이 영향력을 갖는 ‘의회모델’, 의회 정당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집단들도 발언권을 갖는 ‘시민모델’ 등으로 나뉜다. 여러 모델들은 그 나라의 방송 역사와 시장 구조, 정부 방침 등에 따라 서로 다르게 발전해왔다. 방송 독립성 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