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4020

행복한 ‘은둔의 왕국’ 부탄이 뿔난 까닭은

‘은둔의 왕국’ ‘행복한 나라’라 불리는 히말라야의 소국 부탄이 뿔이 났습니다. 이례적인 일이죠. 대상은 중국입니다. 발단은 도로 건설이었습니다. 부탄의 북쪽은 중국, 동·서·남쪽은 인도가 에워싸고 있습니다. 부탄 서쪽, 인도의 시킴 주는 인도, 중국, 부탄, 네팔, 방글라데시 5개국의 국경이 만나는 복잡하고 미묘한 지역입니다. 이곳에 중국이 도로를 짓고 있는 겁니다. 중국과 인도는 히말라야의 국경지대를 놓고 오랜 세월 영토분쟁을 벌여왔습니다. 부탄 동쪽에 인도의 29개 주 가운데 하나인 아루나찰프라데시라는 지역이 있습니다. 중국은 아루나찰프라데시의 대부분 지역이 티베트의 일부에 해당된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이제는 부탄의 서쪽 지역에서까지 분쟁이 벌어진 겁니다. 중국이 시킴 바로 북쪽 티베트의 산악지대..

경매에서 88억원에 팔려나간 셀피(셀카)의 주인공은 누구일까요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뒤로는 모두가 셀피(셀카) 문화에 익숙하지만, 그런 문화가 생기기 반 세기 전에 이미 셀피를 시도한 작가가 있습니다. 팝 아트의 대부로 불리는 미국의 앤디 워홀(Andy Warhol. 1928~1987)이 그 사람입니다. 워홀의 ‘셀피’가 처음으로 경매에 나왔습니다. 1963년 뉴욕에서 자신의 모습을 찍어서 특유의 색채를 덧입힌 작품 입니다. 28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소더비 경매에 나왔고, 770만 달러(약 88억원)에 팔렸습니다. 사간 사람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매물로 내놓은 사람도 개인 소장가로만 알려졌습니다. 소장자는 1980년대에 이 작품을 구입했다고 가디언 등이 전했습니다. 인스타그램도, 트위터도, 페이스북도 없던 시절에 워홀은 이미 소셜미디어와 셀피 시대를 예견한 바..

미얀마의 가려진 소수민족, 사탕수수 플랜테이션의 카렌족 노동자들

미얀마 남부 카렌 주 일대를 중심으로 살아가고 있는 카렌이라는 소수민족이 있습니다. 미얀마에 있는 카렌족이 약 400만명이고, 태국에도 100만명이 있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밖에 이들이 흩어져 있는 주요 국가는 미국, 호주, 캐나다 등입니다. 미국에 2015년 7월 기준으로 6만5000명 가량의 카렌족이 살고 있습니다. 2000년대 중반에 난민으로 이주해간 사람들입니다. 호주의 1만1000명, 캐나다의 5000명, 스웨덴의 1500명 등도 대개 난민으로 들어간 이들이지요. 사진 | 장준희 (다큐멘터리 사진가)사진 | 장준희 (다큐멘터리 사진가)중국어-티베트어 계통의 언어를 쓰는 카렌족은 미얀마 전체 인구의 7% 정도인데, 다수 민족인 버마족과는 언어와 문화와 전통이 다릅니다. 카렌민족동맹(KNU)을 중..

장관도, 대사도 10년은 기본...키슬랴크 교체 계기로 본 러시아의 외교 파워

미국 주재 러시아 대사인 세르게이 키슬랴크(66)가 교체돼 러시아로 돌아갈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CNN방송은 26일(현지시간) “논란 많았던 러시아 대사가 본국으로 귀환한다”고 썼다.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주요국 대사가 갑자기 교체되는 일은 없으며, 이미 지난해부터 예정돼 있던 일”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언론들은 이미 지난 2월 키슬랴크의 후임으로 아나톨리 안토노프 전 외교차관(62)이 지명됐다고 보도했다. 미국 언론들은 키슬랴크를 ‘논란 많은 대사’ 또는 ‘외교관을 가장한 스파이’라고 부르지만, 미국 대사로 10년을 보낸 키슬랴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러시아 스캔들 이전까지는 워싱턴 외교가에서 엄청난 인맥을 자랑하던 인물이었다. 수십년 동안 뉴욕과 워싱턴, 브뤼셀을 오가며 서방과 외교전..

statelessness, 국적이 없다는 것

statelessness.복잡한 단어로군요. 국적이 없다는 것.무국적 상태.'상태가 없다'는 뜻도 되겠네요. 국가와 국경이 엄존하는 시대에, 국적이 없는 사람들은 어떤 합법적인 상태에도 속하지 않는, 그야말로 '상태 없음'이 돼 버리니까요.존재하지만 존재가 없는 사람들. 지난 20일이 세계 난민의 날이었지요. 난민 기사만 나오면 비난 댓글이 수백개씩 달립니다만, 차근차근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살기 팍팍하고 앞날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느끼는 사람들, '누군가가 내 것을 빼앗아가려 한다'고 덮어씌우기라도 하지 않으면 분노가 풀리지 않는 사람들을 설득하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겠습니까. 난민은 그나마 '보이는 존재들'입니다. 세계에는 200개 가까운 나라가 있고, 사람이 거주하는 지구상의 모든 ..

“전후 유럽의 가장 위대한 지도자를 잃었다”...‘독일 통일의 아버지’ 헬무트 콜 전 총리 타계

그는 독일의 어떤 정치인들보다도 사랑을 받았고, 적도 많았고, 일화도 많이 남겼다. 무엇보다 그는 한 시대의 상징이었다. 헬무트 콜은 전후 재건기를 거쳐 통일을 준비하던 시기 독일을 이끈 지도자이자, 세계사에 발자국을 남긴 인물이었다. 콜의 ‘정치적 수양딸’로 불렸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지금까지 12년간 집권하면서 21세기의 독일을 이끌고 있다. ‘독일 통일의 아버지’ 콜 전 총리가 루드비히스하펜의 자택에서 별세했다고 17일 일간 빌트 등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콜은 2010년 담낭 수술을 받고 2012년 심장 수술을 받은 데 이어 2015년에는 장 수술과 고관절 치료를 받는 등 노환에 시달려왔다. 여러 차례 위독설이 나돌던 콜은 향년 87세로 세상을 떠났다. 전후 독일의 최장수 총리이자 유럽 통합의..

[런던 화재]신원확인 첫 사망자는 시리아 난민청년...“영국은 그를 지켜주지 못했다”  

모하메드 알하지알리는 시리아에서 내전을 피해 영국으로 건너간 23세 대학생이었다. 그는 지난 14일 새벽(현지시간) 런던의 아파트에서 고향의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모하메드가 있던 곳은 런던 서부 켄싱턴의 그렌펠타워 14층. 불길이 낡은 공공아파트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함께 살던 형 오마르(25)와 함께 대피하려 했지만 연기 속에 길을 잃었다. 형은 간신히 탈출해 병원으로 실려갔으나 동생은 빠져나오지 못했다. 모하메드는 방으로 돌아가 시리아의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작별 인사를 했다.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은 “불길이 다가왔다, 안녕”이라는 것이었다. BBC방송 등 영국 언론들은 16일 그렌펠타워 화재 사망자들 중 가장 먼저 신원이 확인된 사람이 시리아 난민 청년 모하메드라고 보도했다. 그의 고향인 시..

화재 이튿날에야 현장 가서...주민들 안 만나고 돌아선 메이 총리

74명이 구조됐고, 17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얼마나 더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는지는 알 수 없다. 14일의 화재로 폐허가 된 영국 런던 서부 켄싱턴의 24층 아파트 그렌펠타워에서 시신 수습과 생존자 수색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나 피해 규모와 화재 원인 등을 알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런던경찰청은 15일 오전(현지시간)까지 “사망자 17명을 확인했으며 건물 안에 시신들이 더 있지만 숫자를 알 수 없다”고 밝혔다. 테레사 메이 총리는 이번 사고의 경위와 화재 이전 방재 대책이 미흡했다는 지적 등에 대해 “적절한 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메이 총리가 불이 나고 12시간 가량 지나서야 내각회의를 소집하고 이튿날에야 현장을 찾는 등 부실 대응을 하고 있다는 비난이 많다. 화재가..

[런던 화재]43년 된 아파트, 관리당국은 “불 나면 집에 있으라”

14일 새벽(현지시간) 대형 화재가 일어난 영국 런던의 그렌펠타워는 1974년 지어진 24층짜리 주거용 고층빌딩으로, 120가구가 살고 있다. 켄싱턴·첼시자치구 소유로, 켄싱턴·첼시입주자관리기구(KCTMO)에서 임대관리 등을 맡고 있다. 낡은 공공 주거건물의 화재 위험성은 이미 오래 전부터 지적돼 왔다. 2009년 런던 동남부 캠버웰에서도 아파트에 불이 나 여성들과 아이들 6명이 숨지고 20여명이 다친 일이 있었다. 이 사건으로 거의 슬럼화돼가는 노후 공공아파트들의 화재 대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렌펠타워도 2015년부터 2016년 사이에 외벽을 방연재로 새로 칠하고 창문을 교체하는 등 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그렌펠행동그룹(GAG)이라는 주민단체..

[구정은의 세계]우리는 남이다

아일랜드의 인도계 게이 총리가 14일 취임할 예정이다. 엔다 케니 현 총리 뒤를 이을 리오 바러드카는 38세, 이 나라 역사상 최연소 총리가 된다. 가톨릭 국가에서 들려온 놀라운 소식이다. 하지만 아일랜드의 변화는 이미 수십년간 진행돼왔다. 그 오랜 변화의 시간들이 쌓여 새 상징을 들어올렸다. 아일랜드는 1993년 동성애 처벌법을 없앴다. 유럽 나라들 중에서는 늦은 편이었다. 그 뒤론 변화의 속도가 빨랐다. 2010년 동성 간의 결혼과 비슷한 ‘시민결합’을 인정했고, 2015년에는 국민투표를 거쳐 동성결혼을 허용했다. 세계엔 유명한 성소수자들이 많다.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전방위 감시망을 세상에 알린 탐사보도 전문기자 글렌 그린왈드, CNN의 유명 앵커 앤더슨 쿠퍼도 게이다. 애플 최고경영자 팀 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