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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조지'와 거북 이야기.

‘외로운 조지 Lonesome George’. 2012년 마지막으로 숨진 갈라파고스의 핀타섬땅거북 Pinta Island Tortoise의 이름이다. 그 종 가운데 홀로 남아 오랜 세월을 버텨야 했기에 ‘외로운 조지’라는 별명이 생겼다. 조지는 1971년 갈라파고스 제도의 핀타 섬에서 발견됐고 이듬해 푸에르토 아요라 Puerto Ayora에 있는 찰스 다윈 연구소 Charles Darwin Research Station로 옮겨졌다. 이미 그 시절 이 종은 모두 사라진 것으로 여겨지고 있었다. 한 마리 살아남은 거북을 어떻게든 번식시키려고 과학자들이 노력을 기울였다. 2008년에는 실제로 조지와 ‘합방’을 한 거북 암컷 두 마리가 알을 낳았고, 희망이 솟아났다. 그러나 모두 ‘불임된’ 알이었다. 조지는 갈..

싯다르타 무케르지, '의학의 법칙들'

의학의 법칙들 - 생명의 최전선, 가장 인간적인 과학의 현장에서 TED Books 8 싯다르타 무케르지. 강병철 옮김. 문학동네 에 이어 두 번째로 읽은 TED북스. 얇고 작고 짧지만 재미있다. 이 시리즈, 우습게 여기지 말고 보이는 족족 읽어야겠다. 싯다르타 무케르지의 를 근래 아주 재미있게 읽은 까닭에, 그 저자의 책이라는 이유만으로 믿고서! 펼쳐들었다. TED 강연을 정리한 간략한 책이지만 아주 재미있었다. 의사이고 학자인 무케르지의 이 책은 간단히 설명하면 그가 의학도들에게 전하는 '의사의 자세 혹은 의사가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의사들은 불확실하고 시시때때로 환자들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무언가를 가지고서 생명을 다뤄야 하는 사람이라는 것, 그래서 그들이 잊지 말아야 할 원칙..

콜린 우다드, '분열하는 제국'

분열하는 제국 American Nations: A History of the Eleven Rival Regional Cultures of North America (2012년)콜린 우다드. 정유진 옮김. 글항아리 여름 휴가 때 읽은 재미난 책. 미국 건국 시기에 형성된 '11개의 국가(nation)'을 중심으로 미국의 과거와 오늘을 설명한다. 유진이 번역답게, 한글 문장도 말끔하다. 남쪽의 히스패닉 지역인 엘노르테, 청교도 필그림들이 정착해 세운 양키덤, 네덜란드의 자유로운 기풍이 토대가 된 뉴욕 등 뉴네덜란드, 노예제에 기대어 있던 보수적인 디프사우스,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에서 난민처럼 이주해온 거친 이들의 정착지인 그레이터 애팔래치아, 미국과 캐나다에 걸쳐져 있는 북부 원주민들의 퍼스트네이션, 동부 ..

딸기네 책방 2017.08.13

박기영 논란.

복제양 돌리를 만든 이언 윌머트는 저서에서 황우석의 연구가 진짜인 줄 알고 몹시 감동했다가 사기임이 들통나자 허망했다는 심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보인다. 더불어, 그걸 밝혀낸 한국 젊은 과학자들에 대한 감동도. 그런 자정능력이야말로 과학을 이끌어가는 동력이라는 주장을 바닥에 깔고 있다. 프리먼 다이슨은 "원죄가 없는" 생물학자들을 부러워하는 물리학자의 속내를 피력했고() 미국 의학자 겸 저널리스트 싯다르타 무케르지는 생물학 연구자들이 스스로 과학윤리를 모색한 애실로마 회의를 "과학사에서 유례없는 회의"로 칭찬했다(). 이런 얘기들을 읽고 되짚어보는 건 재미있다. 적어도 내게, 과학기술은 남의 일이며 과학책을 줄창 읽는 건 그저 놀이이기 때문이다. 이해하고 소화해야 한다는 부담 없이 그냥 쓱쓱 넘기면 되니..

[구정은의 세상] 아파트 외벽

올 2월에 대구에서 팔 이식 수술이 이뤄졌다. 한국에선 처음이었다고 한다. 30대 남성이 손목부터 손가락까지를 이식받았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이 남성은 7월에는 프로야구 경기에서 시구까지 했다. 보건복지부는 법률을 고쳐, 그동안 이식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았던 장기 등 신체부위에 팔까지 포함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수술을 받은 남성은 회복돼 가고 있고, 새 직장도 얻었다 하고, 정부가 법을 고쳐 부족한 부분도 메우기로 했다니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이 남성이 공장에서 일하다 한쪽 팔을 잃었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팔 절단장애 판정을 받은 사람은 7500명이 넘는다. 아마도 그들 중 상당수는 일을 하다가 사고를 당했을 것이다.세계적으로 힘들다는 팔 이식수술이 성공적으로 실시된..

국내 최초 수술 로봇 ‘레보아이’ 계기로 본 ‘로봇 의료’...어디까지 왔나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수술로봇 시스템인 ‘레보아이(Revo-i)’를 허가했다고 3일 밝혔다. 미래컴퍼니가 개발한 레보아이는 환자의 몸에 절개를 한 뒤 로봇팔을 집어넣어 의사가 3차원 영상을 보며 수술하는 시스템이다. 담낭절제나 전립선절제같은 내시경 수술에 사용된다. 로봇팔 4개를 이용해 수술부위를 파악, 절개·절단·봉합을 할 수 있다. 그동안 허가된 수술용 로봇은 수술부위의 위치를 안내하거나 인공관절 수술에서 뼈를 깎을 때 사용하는 보조용 장치들이었다. 내시경 수술용 로봇이 허가를 받은 것은 미국의 ‘다빈치’에 이어 세계 2번째다. 현재 국내 수술로봇 시장도 거의 다빈치가 독식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현재 시스템당 30억원 정도로 알려져 있는 다빈치 도입비용의 70% 선에서 레보아이가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극단적인 날씨’로 유명한 세계의 도시들

날씨가 덥습니다. 올여름은 유난히 더운 듯합니다. 느낌만 그런 것이 아니라, 실제로 ‘대프리카’라 불리는 대구는 10년 새 최고기온을 기록했지요. 습도도 매우 높았고요. 게릴라성 호우를 퍼붓던 장마는 끝나가고 있지만, 이제 ‘더 본격적인 더위’가 기다리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한국의 무더위와 한겨울 추위는 ‘세계무대’에서 명함을 내밀 정도는 아닙니다. 월드아틀라스와 세계기상기구(WMO) 자료 등을 통해서 본 ‘극단적인 날씨의 도시들’을 소개합니다. 사막 한가운데나 시베리아 영구동토 같은 곳이 아니라 사람들이 많이 거주하는 도시들을 기준으로 뽑은 겁니다.가장 추운 도시, 러시아의 야쿠츠크러시아에는 사하공화국이라는 자치공화국이 있습니다. 시베리아에 있는데 ‘세계에서 가장 큰 행정구역’이라고 합니다. 사하의..

<어린왕자>의 바오밥나무, 국내에서 처음으로 꽃 피웠다

생텍쥐페리의 소설 에는 작은 별을 파고들어가 결국은 산산조각나게 만드는 ‘무서운 씨앗’ 이야기가 나온다. 뿌리로 별에 구멍을 뚫는다는 바오밥나무의 씨앗이다. 하지만 소설은 소설일뿐, 바오밥나무는 아프리카 여러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의 한 종류일 뿐이다. 아프리카의 사바나 기후에서 주로 자라는 바오밥나무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꽃을 피웠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이 2012년부터 충남 서천의 ‘에코리움 지중해관’에서 전시하고 있는 바오밥나무가 최근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화했다. 국립생태원은 “바오밥나무가 7월 22일부터 10cm 크기의 흰 꽃을 피웠다”고 1일 밝혔다. 바오밥나무는 국립생태원을 비롯해 포천 국립수목원, 제주 여미지식물원 등에 전시되어 있으나 국내에서 꽃을 피운 건 처음이라고 국립생태원은..

앨버트 린드먼, 현대 유럽의 역사

현대 유럽의 역사. 앨버트 린드먼. 장문석 옮김. 삼천리. 7/29 알차다. 마크 마조워 과 이언 부루마의 과 겹치면서도 결이 달라 재미있게 읽었다. 다만 유대인 문제에 좀 큰 비중을 두고 있다는 느낌. 그리고 굉장히 두껍다. 다 읽는 데에는 당연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_- 미국 역사학자인 저자는 19세기 이후 유럽의 혁명과 반혁명으로 시작해 20세기의 두 차례 전쟁과 냉전을 거쳐 2012년의 상황까지 200년 이상의 역사를 아우른다. 나폴레옹의 유산들로부터 유럽의 근현대를 끄집어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 유럽의 역사'라고 책 제목이 박혀 있지만 시간적 폭은 상당히 넓다. 광활한 시공간적 배경을 다루면서도 여성 문제, 아일랜드 문제, 유대인 문제 등의 몇 가지 테마를 틈틈이 잊지 않고! 콕콕 짚..

딸기네 책방 2017.07.30

빨치산 장기수 출신 구연철 선생이 말하는 ‘군함도의 기억’  

“열여섯, 열일곱, 이런 사람들이 끌려왔어요. 나중엔 쌀도 없어서 콩기름 찌꺼기를 만주서 가져오면 그걸 삶아 먹었지. 그러다 배탈나서 일 못하면 얻어맞고.” 25일 서울 왕십리 CGV 영화관에서 일제 강제징용 문제를 다룬 영화 시사회가 열렸다.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세우기 앞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마련한 시사회였다. 이 자리에는 부산에서 올라온 손님이 있었다. ‘군함도’로 불리는 일본 하시마(端島)의 탄광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빨치산 장기수 출신의 구연철 선생(86·사진)이다. 군함도에서 유년기를 보내고 해방을 맞은 구 선생은 영화를 보는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영화는 군함도의 탄광에 끌려간 노동자들의 지옥같은 삶,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음모와 일제의 잔혹상, 극적인 탈출 시도 등을 그렸다. 후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