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지방시와 오드리 헵번처럼···패션 거장과 패셔니스타들

딸기21 2018. 3. 14.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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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패션 디자이너 위베르 드 지방시가 지난 10일(현지시간) 파리 부근의 자택에서 91세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오드리 헵번과 재클린 케네디의 패션 스타일을 창조해 낸 디자이너로 유명하죠. 헵번이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입었던 검정 드레스, 역시 헵번이 ‘사브리나’와 ‘마이 페어 레이디’에서 입었던 옷들을 만들었습니다. 루이뷔통 회장인 베르나르 아르노는 지방시를 “파리를 1950년대 세계 패션의 정상에 올린 창조자 중 한 명”이라고 칭송했습니다.


2009년 영국 런던 라갤러리아에서 열린 경매에 오드리 헵번이 영화에서 입고 나온 의상이 출품돼 있다. _Getty Images)


지방시와 헵번의 관계처럼, 유명 디자이너들 중에는 자신만의 ‘뮤즈’를 통해 스타일을 선보인 이들이 많습니다. 옥스포드 영어사전에는 아예 ‘뮤즈’라는 단어에 ‘창조적인 예술가를 위한 영감의 원천이 되는 사람 혹은 인격화된 존재’라는 뜻풀이가 올라와 있습니다. 


‘샤넬의 미래주의’ 칼 라거펠트와 크리스틴 스튜어트


샤넬을 대표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의 뮤즈는 미국의 배우 겸 모델인 크리스틴 스튜어트입니다. 샤넬의 선글라스와 핸드백 모델을 했고, 특히 샤넬 브랜드 중에서도 스포티하고 ‘미래주의적인’ 디자인을 많이 소화합니다. 2015년에는 라거펠트가 감독을 맡은 짧은 영화에서 샤넬을 창조한 코코 샤넬 역을 연기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라거펠트가 스스로 뽑은 이미지의 원천은 사실 1989년 37세로 사망한 자크 드 바셰입니다. 1970년대 ‘파리에서 가장 세련된 게이’라고 불렸다는 바셰는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났지만 라거펠트는 늘 그에게서 영감을 얻는다고 자서전 등에서 털어놨습니다.


2017년 12월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샤넬 패션쇼에 모습을 보인 크리스틴 스튜어트. | Getty Images


레이디가가와 ‘하우스 오브 가가’ 그룹 


레이디가가는 ‘하우스 오브 가가’라고 불리는 디자이너 그룹을 곁에 두고 있습니다. 독창적인 스타일이 하늘에서 굴러떨어진 게 아닌 것이죠. 레이디가가의 패션을 담당하는 한 축이 브랜든 맥스웰입니다. 2013년부터 합류했다고 하네요. 레이디가가가 레드카펫에서 입은 드레스들, 2015년 오스카상 시상식 때 걸쳤던 오버사이즈의 ‘아제딘 알라이아 드레스’같은 것들이 맥스웰의 작품입니다. 서로 ‘베스트 프렌드’라 부를 정도로 개인적으로도 친밀한 사이라고 합니다. 2016년 봄 맥스웰이 자기 이름을 걸고 첫 패션쇼를 했을 때 맨 앞줄에 모델로 등장했던 것도 레이디가가였습니다. 

스스로 작곡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연기도 하는 만능 엔터테이너 케이티 페리. 그의 뒤에는 ‘모시노’의 제러미 스캇이 있습니다. 패션 잡지 인스타일에 따르면, 이 커플의 스타일의 특징은 ‘괴팍한 귀여움(quirky-cute eccentricity)’이라고 합니다. 대만계 미국 디자이너 알렉산더 왕에게는 배우 타라지 헨슨이 있습니다. 왕이 메트갈라에서 선보였던 흑백의 의상, 체인이 늘어진 에미상 시상식 의상 등을 헨슨이 소화했습니다. 

배우 줄리언 무어(왼쪽 두번째)가 지난달 8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톰 포드의 패션쇼를 맨 앞줄에 앉아 구경하고 있다. 엘리자베스 뱅크스, 헤일리 볼드윈 등 스타들이 함께 했다. | Getty Images


영화감독도 겸하고 있는 미국 디자이너 톰 포드는 다소 기묘한 디테일들을 선보이는 걸로도 유명한데, 비욘세나 마일리 사이러스같은 유명 배우들과 함께 했습니다. 하지만 ‘완벽주의자’로 유명한 포드의 스타일을 가장 잘 표현해내는 사람은 배우 줄리언 무어라는 평입니다. 

‘대중문화의 아이콘’ 마크 제이콥스와 소피아 코폴라 

12년간 지방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하면서 이 브랜드를 부활시키고 지난해 물러난 리카르도 티시에겐 킴 카다시언이 있습니다. ‘온몸에 가십을 두르고 다니는 배우’죠. 올해 37세인 카다시안은 티시의 패션쇼가 열리면 늘 앞자리에 앉아 존재감을 발휘해주는 스타이기도 합니다.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딸인 소피아 코폴라는 영화감독이면서 각본도 쓰고, 연기도 하고, 때로는 패션디자이너로도 활동합니다. 그를 받쳐주는 디자이너는 마크 제이콥스랍니다. 제이콥스는 케이트 모스나 셰어같은 스타들을 통해 패션과 대중문화의 아이콘이 된 디자이너인데, 코폴라와의 인연은 1992년으로 거슬러올라갑니다. “코폴라의 스타일 감각뿐 아니라 행동하는 방식에 매료됐다”는 말을 했습니다. 제이콥스가 루이뷔통에서 나오기 전 마지막 런웨이에도 코폴라가 섰습니다.


2017년 6월 뉴욕에서 함께 한 소피아 코폴라와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 | Getty Images


디오르의 치우리·구치의 미첼레 “가족이 뮤즈” 

가족을 뮤즈로 삼은 이들도 있습니다. 스텔라 매카트니는 자기 부모의 ‘제로 센스(zero sense)’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이너가 됐다고 공개적으로 말하는 사람입니다. 지난해 경제잡지 포브스 인터뷰에서 매카트니는 “부모님은 패션에는 정말로 관심이 없었고, 그게 내게 큰 영향을 미쳤다”고 했습니다. 

디오르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마리아 그리지아 치우리는 자기만의 뮤즈로 딸인 라첼레 리지니를 꼽았습니다. 구치의 알레산드로 미첼레는 자기 어머니를 ‘수퍼 크레이지 레이디’라 부르면서 “어머니의 독특한 스타일에서 가져온 것들을 구치에 불어넣고 싶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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