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작가 한스 벰만의 '돌과 피리'(전3권)를 읽었습니다. 동화적인 상상이 가득한 소설입니다. '듣는귀'라는 소년이 이상한 돌을 손에 넣게 되고, 할아버지로부터 피리를 배우면서 세상을 여행합니다. 소설은 얼핏 중세 유럽의 시골을 배경으로 한 요정이야기 따위의 동화같으면서, 뒤집어보면 로드 무비식 성장소설의 전형을 따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소년은 그렇게 어른이 되었다' 류의 단순한 성장소설은 아닙니다. 오히려 환상적인 소재들을 동원해 인간의 변화과정과 삶의 의미를 멋지게 은유해놓은 매력적인 '철학소설'이라고 해야 할 겁니다. 참 재미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궁금한 건, 왜 우리나라에는 일본에서 베껴온듯한 에스에프 귀신얘기 말고, 이런 환타지소설이 없을까 하는 겁니다. 문학사에는 문외한인 제가 알기에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