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혜옹주(德惠翁主)는 고종이 예순이 되던 해에 1912년 후궁인 귀인 양씨에게서 얻은 고명딸이다. 경술국치(1910년) 뒤 2년이 지난 때라 시국이 몹시 어수선했지만 고종은 외동 딸을 몹시 사랑해, 양씨에게 복녕(福寧)이라는 당호(堂號)를 내리고 즉조당에 유치원까지 만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옹주의 인생은 순탄치 않았다. 일본 총독부가 양씨의 신분을 문제삼아 옹주를 조선 왕실의 일원으로 인정하지 않았기에 어릴 적에는 이름도 없이 ‘복녕당 아기’로만 불렸다. 고종이 서거한 뒤인 21년에야 옹주에 봉해지고 덕혜라는 이름을 얻었다. 오라버니 영친왕처럼 인질 격으로 일본에 억지 유학을 하게 된 덕혜옹주는 도쿄 가쿠슈인(學習院) 대학에 들어갔지만 적응하지 못했다. 30년 어머니인 귀인 양씨가 숨을 거뒀는데도 돌아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