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6265

조선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

덕혜옹주(德惠翁主)는 고종이 예순이 되던 해에 1912년 후궁인 귀인 양씨에게서 얻은 고명딸이다. 경술국치(1910년) 뒤 2년이 지난 때라 시국이 몹시 어수선했지만 고종은 외동 딸을 몹시 사랑해, 양씨에게 복녕(福寧)이라는 당호(堂號)를 내리고 즉조당에 유치원까지 만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옹주의 인생은 순탄치 않았다. 일본 총독부가 양씨의 신분을 문제삼아 옹주를 조선 왕실의 일원으로 인정하지 않았기에 어릴 적에는 이름도 없이 ‘복녕당 아기’로만 불렸다. 고종이 서거한 뒤인 21년에야 옹주에 봉해지고 덕혜라는 이름을 얻었다. 오라버니 영친왕처럼 인질 격으로 일본에 억지 유학을 하게 된 덕혜옹주는 도쿄 가쿠슈인(學習院) 대학에 들어갔지만 적응하지 못했다. 30년 어머니인 귀인 양씨가 숨을 거뒀는데도 돌아와..

쿠바 추기경의 '스탈린체제 비판'

“지금 우리나라는 어느 때보다도 심각한 위기에 빠져 있다.” “스탈린 스타일의 관료체제 때문에 노동자들은 무감각해지고 생산성은 떨어졌다.” 쿠바 최고위 성직자가 라울 카스트로 정부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쿠바 가톨릭을 대표하는 하이메 오르테가 추기경(73·사진)이 어느 때보다 강도 높게 당국을 비판하고 나섰다고 AP통신 등이 20일 보도했다. 아바나 대주교인 오르테가 추기경은 가톨릭 신문인 팔라브라 누에바(‘새로운 언어’)와의 인터뷰에서 현 쿠바 정부를 ‘스탈린 스타일의 관료체제’라고 비판하고, “쿠바는 지금 21세기 들어 가장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오르테가 추기경은 지난 2월 옥중 단식투쟁을 하다 숨진 반체제 인사 올란도 사파타 타마요 등을 언급하면서 정부가 “모든 정치범들을 석방하고 필요한..

유럽 항공대란... 그리고, '비행기 없는 세상'에 대한 알랭 드 보통의 상상

유럽 항공대란이 닷새째로 접어들면서, 남부와 동부 유럽 일부 국가들이 항공기 운항을 재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중부·북부 유럽은 발이 묶여있는 상태이고 그나마 개방된 공항으로는 여행객들이 몰려들어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항공사들은 화산재 위험이 잦아들었다면서 각국 항공당국에 운항허가를 요구하고 나섰다. 전세계 공항 ‘혼란 도미노’ 19일 태국 방콕 수완나품 국제공항. 사흘째 항공기를 기다리던 벨기에인 여행객 더크 마에텐스(52) 가족은 항공편이 취소되자 “유럽으로 가는 비행기라면 무엇이든 타겠다”면서 목적지를 이탈리아로 바꿨다. 이탈리아는 전날 로마를 비롯한 중·남부 공항들의 가동시키기 시작했다. 스페인·포르투갈·이탈리아·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의 하늘길이 열리자 이곳들을 통해 유럽으로 이동하려는..

스티브 매커리

며칠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고 있는 스티브 매커리 사진전에 다녀왔습니다. 시간 되시는 분들, 꼭 가서 보세요. 오래전 사진들을 디지털 인화한 것이라 화질이 아주 좋지는 않지만, 매그넘의 대표 사진기자 중 한 명인 매커리의 울림 있는 사진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위에 올려놓은 아프간 소녀의 사진은 1984년인가 파키스탄의 난민촌에서 찍은 것이라는데 20여년 뒤에 저 소녀를 다시 찾아내(우연한 만남은 물론 아니었지만) '소녀의 그후'를 찍음으로써 더욱 유명해졌지요. 전시회 못 가보시는 분들을 위해, 매커리 공식 사이트 링크시켜놓습니다. http://www.stevemccurry.com

장자일기/ 사생존망이 일체임을 터득한 네 벗

아프리카 다녀온 것들 정리하고 낼 넘길 원고 준비하고 한동안 밀어두었던 번역도 다시 시작해야 하고. 밀린 책 리뷰도 해놔야 하고... 할 일은 많은데 머리 속이 멍~~ 하다. 그냥 놀고만 싶다. 이럴 때 좋은 게 장자를 하염없이 두드리고 있는 것. 사생존망이 일체임을 터득한 네 벗 22. 자사(제사 선생), 자여(가마 선생), 자려(쟁기 선생), 자래(오심 선생) 네 사람이 모여 이야기를 했습니다. "누가 없음으로 머리를 삼고, 삶으로 척추를 삼고, 죽음으로 꽁무니를 삼을 수 있을까? 누가 죽음과 삶, 있음과 없음이 모두 한 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까? 나는 이런 사람과 벗하고 싶네." 네 사람은 서로 쳐다보고 웃었습니다. 마음에 막히는 것이 없어 결국 모두 벗이 되었습니다. 23. 자여에게 갑자기 병..

킬리만자로

킬리만자로 역 암보셀리 평원에선 사자도 우리라고 생각했다 아침이면 오래된 가구 같은 구릉들 사이에서 아무렇게나 깨어나도 수數가 고스란했다 강에 대한 기억으로 오지 않는 강을 기다릴 때조차 태평스레 코가 길어지고 해 떨어지듯 가만히 코를 내려 사자 등을 토닥거려주었다 해발 육백 미터 이상은 코끼리가 없다는데 그 보다 조금 높은 슬픔이면 어때 새끼 하나에 하나씩 코를 꾸려 자꾸 자꾸 산 위로 오르면 사냥꾼이 코끼리를 찾아오는 입구는 낙일 落日 옆에 있으리라 녹은 눈 두둘두둘 내려오는 산등성에 은신한 코끼리 하산 못하는 마음을 아는 우리만 모여 산등성에 서면 발의 슬픔은 평지를 달리는 기분에 젖고 귀의 슬픔은 산 아래까지 먹먹하게 날개를 퍼덕이고 눈의 슬픔은 긴 계곡의 도면을 펼치지 그러니 초원에 대한 기억은..

거대 개도국들 "이제는 우리 세상"

‘세계의 경제 기관차’로 불리는 거대개도국들이 브라질에 모였다. 거대개도국 정상회의에 참석한 중국, 러시아,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들은 일제히 “이제는 일극이 아닌 다극적 국제질서로 가야한다”면서 서방 선진국 위주로 돌아가던 세계질서에 반기를 들었다. ‘브릭스(BRICs)’라 불리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4개국 정상은 15일 브라질리아에 모여 개도국들의 목소리를 더욱 많이 반영, 국제금융질서를 시급히 고쳐야 한다고 촉구했다. 회의를 주최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만모한 싱 인도 총리는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과 같은 현재의 기구들은 정통성이 결여돼있다”며 국제금융체제에서 개도국의 역할이 더욱 커져야..

<해리 포터>의 롤링, 영국 보수당에 일격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앞두고 영국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시리즈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작가 조앤 롤링(사진)이 복지 축소 논란에 불을 붙이고 나섰다. ‘가족 중심’을 내세우면서 저소득층에게 정말로 필요한 복지가 뭔지 외면하는 보수당을 정면 비판하고 나선 것. 정당 대표들 간 TV토론을 앞두고 복지문제가 선거전의 화두가 되고 있다. 롤링은 14일자 일간 더타임스에 ‘싱글마더(홀로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매니페스토’라는 장문의 기고를 보내 “가장 밑바닥에서 가난에 시달리는 사람들, 아이가 굶주리는데 빵을 사지 못하는 사람들, 마루가 내려앉았는데도 고치지 못하는 사람들의 사정을 전혀 모르는 이들”이라며 야당인 보수당과 데이비드 캐머런 보수당 당수를 비판했다. 발단은 전날 보수당이 내세운 ‘가족 ..

터키젤리

을 축약해 그림책 형식으로 만들어놓은 책을 처음 읽은 게 초등학교 3학년 때였다. 너무너무너무너무 재미있어서 도저히 잊지를 못했던 그 책. 중학교 때였나, 정식 번역본은 아니지만(그땐 저작권 개념 같은 것이 별루 없어서였는지) 어쨌든 (그 때는 표기도 나니아가 아닌 나르니아였다) 7권이 시리즈로 출간돼 사다놓고 읽었다. 지금은 내용도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3학년이 된 꼼양이 의 세계를 맛보았다. 회사에서 퇴근 전에 집으로 전화했더니 대뜸 "엄마, 사자와 마녀와 옷장을 읽었어요!!!" 한다. 목소리만 들어도 얼마나 폭 빠졌는지 알 수 있다. 물론 아직 어린 애이기 때문에 이런 류의 소설을 1권은 읽어도 시리즈로 쭉 읽지는 못한다. 하지만 어쨌든 에 이어 , , 그리고 이제는 시리즈까지... 어릴 적 추..

노년의 게임

아는 사람을 알겠지만... 요즘 페이스북에서 겜질을 하고 있다. 팜빌이라는 게임이 나(&우리)의 주종목... 모르는 분들을 위해 잠시 설명을 하자면, 가상의 땅을 이용해 농사를 지어 돈을 버는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이 게임을 하려면 '이웃'이 필요하다. 페이스북 친구들(싸이월드 식으로 하면 일촌들)이 있어야 게임을 하는 데에 필요한 여러가지 아이템들을 얻을 수 있다. '친구'는 많을 수록 좋다. 그렇다보니 진짜 친구들,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아는 사람들만 가지고는 모자란다. 그래서 속어로 하면 '가라 친구들'을 만들어야 한다. 팜빌 팬페이지에 들어가서 이용자들 중 대충 여러명 골라서 친구신청하고 이웃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완전 생짜로 무조건 골라도 되지만, 내가 찜한 이웃들을 닐리리도 이웃삼고 조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