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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과 괴델

올해 첫 책은 (월터 아이작슨. 이덕환 옮김. 까치)였는데 긴 것에 비해 재미가 덜했다. 아인슈타인이 괴델과 같이 걷는 장면이 맨 뒤에 나오길래 이어서 읽어야지 하고 (짐 홀트. 노태복 옮김. 소소의책)를 펼쳤는데, 진짜로 아인슈타인과 괴델이 함께 걷는 얘기가 아니라 그냥 제목만 비유적으로 저렇게 잡은 거였다. 물리학이라기보다는 수학 이야기에 더 가까운데, 재미있을 수 있었으나 뒤에 문화비평스러운 것을 붙여놔서 김이 샜다. 하지만 사진으로 올린 아래 구절 같은 거는 재미있었다. 하이젠베르크 불확정성과 괴델 불완전성의 관계를 궁금해하는 건 넘나 당연하지만, 그걸 직접 괴델에게 물어봤다가 쫓겨났다니. ㅎㅎ 만일 하이젠베르크에게 물어봤으면 뭐라고 대답했을까?세 번째 책은 (짐 배것. 박병철 옮김. 반니)인데 ..

[2023 동유럽 여행] 모스타르, 유서 깊은 다리와 아픔의 도시

유서 깊은 도시 모스타르.여기는 꼭 가봐야 했다.  모스타르 가는 길. 네레트바 강 풍경은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웠다.  오스만풍 숙소도 이뻤고. 사라예보 있을 때보다는 좀 더웠다.  이곳의 이미지는 다리, 다리, 다리. 가장 유명한 것은 물론 모스타르의 상징인 이 다리.  다리 밑에 깊은 강이 흐른다. 깊을 뿐 아니라 가파른 절벽 사이를 흐르는 물살 빠른 험한 강이다.   이 멋진 다리를, 내전 때 크로아티아계 반군들이 폭파시켜버렸다.유네스코가 도와서 복원을 했다. 다리 기둥 아래로 들어가서 복원 과정을 전시해놓은 것을 볼 수 있다.  모스타르에서도 도처에 총탄 자국.     관광객이 너무 많아서 떠밀려 다닐 정도였다. 터키식 과자도 사먹고.  이탈리아에서 온 악단이 집시 풍 음악을 연주하고 있었다.  어..

[2023 동유럽 여행] 보스니아, 학살의 현장 스레브레니차에 가다

스레브레니차에 갈까 말까 망설였다. 당일치기 투어에 1인당 10여만원.하지만 이번에 안 가면 언제 그곳을 가게 될까 싶어서 용기를 냈다. 돈이 비싸서가 아니라, 마음이 힘들 것이 뻔해서 용기가 좀 필요했다.동행이 오애리 선배였기에 둘이 같이 마음을 다잡고.  그동안 얼마나 많은 기사를 써왔던가.  13년만에 붙잡힌 보스니아 학살자단죄 받지 않은 밀로셰비치[동유럽 상상여행] 옛 유고연방의 내전         스레브레니차 추모관은 '유엔의 실패를 기억하기 위한 전시관'이다.   영상 자료를 보는데... 역시나 힘들었다.  유엔의 실패는 교전 권한이 없었다거나 경험이 부족했다는 따위로 변명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당시 네덜란드 평화유지군 사령관은 유엔 기지로 피신해온 무슬림 남성들을 학살자들에게 내줬다.학살 ..

[2023 동유럽 여행] 사라예보, 묘지와 슬픔의 도시

이 도시엔 너무 큰 슬픔이 어려 있어서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직도 골목골목 건물에 남아 있는 총탄 자국.세르비아계는 이 도시 주민들을 봉쇄하고 저격수들을 풀었다. 곳곳에 제노사이드 추모관, 추모 전시회. 봉쇄 기간 음식물을 도시로 들여오던 '희망 터널'. 투어는 하지 않았지만.     어린이 전쟁기념관에 가봤다.많이 울었다. 지금 전쟁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의 물건도 전시해놓고 있었다.    위 사진... 제목이 '내 엄마의 아이'다.전시 성폭행으로 태어난 아이, 지금은 어른이 된 아이의 기록.나는 죄의 아이가 아니다, 내 엄마의 아이일 뿐이다.... 이거 보면서 울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다음은, 스레브레니차 학살 전시회.    마음이 부대껴서 보기가 힘들었다.    하..

[2023 동유럽 여행] 세상에, 사라예보!

벌써 한참 지나가버렸네... 2023년 7월 오애리 선배와 동유럽 여행.1차 대전을 촉발시킨 '사라예보의 총성'의 그 사라예보에 갔다.  유서 깊은 도시. 오스만투르크 제국 시절부터 유고슬라비아를 거쳐 지금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도시가 되기까지 곡절도 많았고 아픔도 많았던...  먼 과거야 역사로 흘러갔다지만, 1992~1995년 '보스니아 내전' 때 보스니아 내부의 세르비아계가 무슬림 보스니아계를 봉쇄하고 학살한 상처는 지금도 지워지지 않고 남아 있는.도시가 작은 분지 형태다. 사방이 산으로 에워싸여 있고, 어디로 나가려든 꽤나 가파른 산지를 통과해야 한다. 왜 오래 전부터 요충지였는지, 그리고 왜 봉쇄 대상이 되어 그 참극을 견뎌내야 했는지를 알 수 있는 지형.  하지만 사람들은 예의바르고, 극I..

[구정은의 '수상한 GPS'] 인도네시아 누산타라와 '내륙 수도 이전' 사례들

2024.10.24 인도네시아의 누산타라, 새 행정수도 이야기를 하...기 전에, 인도네시아 정치 상황부터. 10월 20일 프라보워 수비안토 신임 대통령이 취임했다. 취임 전에 각료 명단을 발표했는데 내각이 무려 109명. 어마어마한 규모다. 전임 조코위 정부 때 각료 34명이었는데 ㅎㅎ (초대 대통령 수카르노 시절이던 1965년 132명 각료 임명한 적 있었다. 그런데 군부 쿠데타가 일어나면서 수카르노 정권 전복됐고. 암튼 그 이래로 최대 규모다.) 왜 그렇게 각료가 많아졌냐면. 쁘라보워는 “다양한 정치적 이해관계, 다문화적인 사회를 통합할 강한 정부를 원한다”고 설명.  하지만 본인이 말한 다양한 정치적 이해관계를 반영하다 보니까 그렇게 된 듯. 원래 쁘라보워는 악명높은 장기집권 독재자였던 수하르토 ..

2024년 읽은 책들

도시로 보는 미국사. 박진빈. 책세상. 1/6바이털 퀘스천. 닉 레인. 김정은 옮김. 까치. 1/19로마사 논고. 니콜로 마키아벨리. 강정인, 김경희 옮김. 한길사. 2/1아마존, 세상의 모든 것을 팝니다. 브래드 스톤 지음. 야나 마키에이라 옮김. 21세기북스. 2/3혁명의 시대. 에릭 홉스봄. 정도영, 차명수 옮김. 한길사. 2/8자본의 시대. 에릭 홉스봄. 정도영 옮김 한길사. 2/13제국의 시대. 에릭 홉스봄. 김동택 옮김. 한길사. 2/17역사론. 에릭 홉스봄. 강성호 옮김. 민음사. 2/24극단의 시대. 에릭 홉스봄. 이용우 옮김. 까치. 3/5인간 국가 전쟁. 케네스 월츠. 정성훈 옮김. 아카넷. 3/930년의 위기. 차태서. 성균관대학교 출판부. 3/1220년의 위기.  E H 카. 김태현..

브리저튼, 성한찬란, 힐러리 한, 에곤 쉴레...2024년의 문화생활

올해 평생 가장 호화로운?? 문화생활을 했다.  드라마  샬롯 왕비 (잼났음)브리저튼 1,2 (3은 보다 말았음)잉글리시 게임 (기대 이상.)눈물의 여왕 (한국판 젠더벤더를 기대한 내가 바보지... 끝으로 갈수록 ㅠㅠ)이번 생은 처음이라 (오직 정소민 때문에...)당조궤사록 (내 취향 아님)묵우운간 (재미있었음. 오근언 복수극)상양부 (장쯔이 나오는 작품 처음인데, 나이가 넘 안 맞았음. 재미있을 수 있었으나 약간 지루)성한찬란 (이거 최고!)신은 (조로사와 왕안우 둘다 괜찮아서 봤음)안심가 (라운희는 볼수록 좋으며, 여주 송일도 볼수록 매력. 얼굴이 변하는 여주와 안면인식 장애 남주)영안여몽 (백록은 이상하게 정이 안 감. 참 이쁜데... 장릉혁의 발견)운중서 (오가이라는 배우, 알고보니 봉수황 그 시..

[구정은의 '현실지구'] 콩고, 호주, 캐나다, 독일... '도둑 맞은 아이들'

벨기에 항소법원이 이달 초 “식민 통치 시절 어머니와 강제로 헤어진 콩고 여성 5명에게 5만 유로씩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벨기에 정부에 명령했다. 법원은 70여 년 전에 발생한 납치 사건이 ‘반인도적 범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다섯 명의 여성은 누구이고 ‘납치’는 무엇이란 말인가. 70년쯤 전에 일어난 일에 대해 이제서야 판결이 나온 이유는 뭘까. 원고인 여성들은 1945~1950년 사이에 지금의 콩고민주공화국에서 태어난 사람들이다. 조셉 콘라드가 ‘암흑의 핵심’이라 불렀던 콩고 땅에서, 벨기에 식민지 당국은 ‘흑백 혼혈’ 아이들을 찾아내 어머니에게서 빼앗아 주로 가톨릭 교회가 운영하는 고아원에 집어넣었다. 어떤 엄마에게는 아이를 학교에 보냈다가 돌려준다고 거짓말 했고, 어떤 경우는 강제로 납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