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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그문트 바우만, <쓰레기가 되는 삶들>

쓰레기가 되는 삶들 지그문트 바우만. 정일준 옮김. 새물결. 11/10 바우만의 책은 늘 좋다. 특히 이 책은, 내 마음을 읽는 것 같았다. 쓰레기는 워낙 관심 많은 주제라 (내 첫 책 의 테마이기도 하고) 이 책은 제목을 보는 순간 바로 사지 않을 수 없었다. 칼비노의 책을 모티브 삼아 에세이를 쓰기로 해놓고 계속 게으름피우고 있는데, 바우만의 이 책을 펼치자마자 칼비노가 나온다. 반갑지 않을 수가 없다. 당위들'이 부족한 적은 결코 없었다. 현대사는 '좋은 사회‘라는 모델을 다량으로 생산해내는 공장이었다. 다양한 이 들 ’당위들'이 모두 동의하는 것이 하나 있었는데, 모든 사람에게 일자리와 생산적 역할이 주어지는지가 ‘좋은 사회' 의 판별 기준이 된다는 것이 그것이었다. X세대의 생애 동안에 벌써 인..

딸기네 책방 2024.11.10

[구정은의 ‘수상한 GPS] 동맹보다 돈, 트럼프 외교안보

두서 없는 생각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보복 인사’가 될 거라는 미국 언론 보도들이 많이 보인다. 1기 인사들 중에 트럼프에 등 돌린 사람들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참모총장, 국방장관, 국가안보보좌관 등등 트럼프 1기 인사들이 줄줄이 트럼프의 ‘인격과 능력에 대한 비난’을 남기고 트럼프를 버렸다. 심지어 비서실장 했던 사람이 최근 트럼프를 “파시스트의 정의에 부합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이겼다. 그것도 큰 표차로. 해리스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물론 일단은 민주당의 패배다. 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민주-공화 모두 무너졌다. 민주당은 세대교체에 실패해 8년 전 클린턴이 나왔고 4년 전과 이번에 바이든이 나왔다. 새로운 지도자가 돼야될 사람들은 여성, 마이너리티다. 마이너리티여서 문제라..

[2024 르완다] 학살 딛고 일어선 ‘천 개의 언덕의 나라‘

비닐봉투가 없는 나라.  플라스틱 쓰레기는 어느 나라에서나 골칫거리다. 그 중에서도 비닐을 비롯한 포장재가 세계 플라스틱 사용량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특히 저개발국을 돌아다니다 보면 온갖 쓰레기, 비닐과 캔 따위가 골목을 채우고 있다. 실개천에도, 바닷가에도, 수풀 사이에도. 글로벌화가 낳은 상품의 범람과, 쓰레기를 분리하고 수거하고 처리할 행정력이 부족한 저개발국의 현실이 결합된 것이 길가의 쓰레기들이다. 길에 쓰레기가 없는 나라가 있다면? 비닐봉투가 없는 나라가 있다면? 그게 르완다다. 물론 비닐로 포장된 상품이야 있지만 어떤 가게에서든 물건을 담는 용도로 비닐봉투를 쓸 수는 없다.   국제뉴스를 좀 본 사람들에게 ‘제노사이드’ ‘학살’ ‘내전’으로 각인돼 있는 르완다를 설명하면서 비닐봉지 얘기부..

Karns 외, <국제기구의 이해>

국제기구의 이해 -글로벌 거버넌스의 정치와 과정(제3판) Margaret P. Karns • Karen A. Mingst • Kendall W. Stiles 지음 김계동• 김현욱• 민병오• 이상현• 이유진• 황규득 옮김. 명인 문화사 단편적으로 알던 것을 이렇게 한 번에 정리된 교과서로 보니 예상보다 훨씬 더 도움이 된다. 오랜 기간 동안 국제관계 학자들은 정부간기구들이 회원국들을 대표하는 기관이라 간주하면서, 이 기구들의 조직적 특성, 의사결정체계 그리고 프로그램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그러나 점차적으로 정부간기구들은 자체적인 권한을 가진 행위자로 인식이 되는데… 정부간기구 사무직원들은 회원국들이 의도했던 것보다 많은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많은 정부간기구 직원들은 회원국정부에 의해 사무국..

딸기네 책방 2024.11.06

[구정은의 ‘현실지구‘] 시리아 난민들은 ‘활기찬 나비‘가 될 수 있을까

MADE51이라는 온라인 쇼핑몰 사이트에 들어가면 예쁜 공예품들이 올라와 있다. 곧 다가올 연말을 앞두고 내놓은 ‘홀리데이 컬렉션’ 가운데 ‘시리아 트리오’라는 상품을 골랐다. 5만4000원짜리 장식물 세트에는 세 가지 물건이 들어 있다. ‘활기찬 나비’라는 이름의 자수 제품, 실을 엮어 만든 ‘용감한 따오기’와 ‘기발한 고양이’. ‘하모니 트리오’는 금속으로 된 별에 매듭을 단 ‘별똥별’이라는 작품과 직물 공예품인 ‘노래하는 예쁜 새’, ‘빛나는 고리들’이라는 고리 모양의 장신구로 구성돼 있다. 크리스마스나 연말연시 장식용, 혹은 선물용으로 딱 좋을 것 같은 이 물건들 말고도 쇼핑몰에선 온갖 종류의 수공예품을 판다. MADE51이 여느 쇼핑몰과 다른 점이 있다면 유엔 웹사이트와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

크리스 밀러, <칩워>

칩워 크리스 밀러. 노정태 옮김. 부키. 11/1 재미있었다. 전형적인 칩의 사례를 들어보자. 일본이 소유하고 있으며 영국에 본사를 둔 암ARM이라는 회사에서 캘리포니아와 이스라엘에 근무하는 엔지니어들이, 미국에서 만든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반도체 설계도를 디자인한다. 설계도는 대만의 설비로 보내지는데, 그곳에서는 일본에서 온 극히 순수한 실리콘 웨이퍼와 특수한 가스를 사용한다. 원자 몇 개 정도의 두께로 새기고, 배치하고, 측정할 수 있는 세계에서 가장 정밀한 공작 기계가 반도체 설계도를 웨이퍼에 그려 넣는다. 이런 장비를 제작하는 선도적인 기업은 다섯 곳으로 하나는 네덜란드, 하나는 일본, 나머지 셋은 캘리포니아에 있다. 칩은 패키징과 테스트를 거치는데 테스트는 주로 동남아시아에서 이루어진다. 그리고 ..

[구정은의 ‘수상한 GPS‘] 푸에르토리코가 “쓰레기 섬“이라고?

미국 대선을 앞두고 푸에르토리코가 이슈가 됐다.  발단은 킬 토니(Kill Tony)'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는 코미디언 토니 힌치클리프(Tony Hinchcliffe)가 도널드 트럼프 지지 집회에서푸에르토리코를 "떠다니는 쓰레기 섬"이라고 조롱한 일이었다. 라틴계, 유대인, 흑인 등등을 가리키면서 인종차별적인 농담을 했는데 그 중 한 발언이 이거였다. “저기 떠 다니는 쓰레기 섬이 하나 있어. 푸에르토리코라고 불린다지.” 그러면서 아이를 많이 낳는 히스패닉들 운운했나 보다. 아이를 많이 낳아서 미국으로 들어오게 만든다는 식으로. 푸에르토리코는 미국령인데 거기서 미국 가는 사람은 외국계 이민자인 것인가? 그게 문제다. 푸에르토리코의 법적 지위가 복잡하다.  푸에르토리코라는 이름을 처음 접한 것은 아마 '미스..

2024 UAE 아부다비, 두바이

이달 중순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아랍에미리트(UAE)의 아부다비와 두바이. 아랍에미리트는 나라 구조가 특이하다. 군주, 우두머리를 가리키는 emir에 접미사가 붙은 ‘에미리트’들, 즉 7개의 왕국들이 합쳐진 일종의 연방국가다. 그래서 각각이 어느 정도 독립적이고, 국가 이름 대신에 국제뉴스에서 그 중 큰 아부다비나 두바이가 주어가 될 때가 많다.   이 지역에 따로따로 존재했던 이 ‘아랍 토후국’들은 1853년 영국과 ‘영구 해상 휴전협정(PMT)'을 맺고 위임 통치를 받게 됐으며  1892년에는 영국의 보호령으로 들어갔다. 식민통치와는 다른, 영국의 군사력에 기댄 보호령이었다. 그 이후로 부족국가들은 ‘휴전국 회의’라는 것을 만들어 내부 협력을 유지했다.   그러다 1968년 힘 떨어지고 이미 제..

무스타파 술레이만, <더 커밍 웨이브>

더 커밍 웨이브 THE COMING WAVE 무스타파 술레이만, 마이클 바스카 정리. 이정미 옮김. 한스미디어 10/26 첫 번째 책 준비할 때부터 인공지능 자율주행 로봇 기술 등에 대한 책을 조금씩 읽어왔는데 ChatGPT 이후에 확실히 우려를 담은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알파고로 유명한 딥마인드 공동창업자가 쓴 것인데, 뒷부분으로 갈수록 줄 치고 스크랩할 부분이 많아진다. 아세모글루의 책이 디지털 디스토피아의 사회경제적 측면을 다루고 있다면 이 책은 더 디테일한 기술적인 측면과 구체적인 해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인간을 생산적이고 유능한 존재로 만드는 핵심을 소프트웨어, 즉 알고리즘으로 추출할 수 있다면 어떨까? 이러한 생각을 염두에 두고 나는 2010년 여름 런던의 러셀 스퀘어R..

폴 토머스 체임벌린 <아시아 1945-1990>

서구의 번영 아래 전쟁과 폭력으로 물든 아시아 1945-1990 The Cold War's Killing Fields : Rethinking The Long Peace 폴 토머스 체임벌린 지음 | 김남섭 옮김. 이데아. 10/23 좀 엉성하긴 하지만 재미있었다. 4.3 부분 오류(옮긴이가 상세히 바로잡아놓음)를 보니 다른 지역 얘기도 살짝 신뢰가 떨어지긴 하지만. 이 냉전의 유혈 지역은 이 시기 전쟁의 중심축 역할을 했는데도 전통적인 역사 서술에서는 분명하게 규정된 공간으로 언급되지 않는다. 냉전사가인 존 루이스 개디스는 냉전을 '장기 평화'라고 부르곤 했는데, 이는 이 시기에 강대국 간의 전쟁이 거의 없었다는 사실을 적절하게 가리키는 것이었다. 개디스에게 제3세계의 충돌들은 초강대국 간의 경쟁을 대리전..

딸기네 책방 2024.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