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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은의 ‘수상한 GPS’] B2, 미군 기지, 디에고가르시아

"돌아갈 수 없다는 걸 깨닫고 너무나 슬펐다. 차고스에 네 형제와 여동생을 남겨두고 왔다. 어머니는 울면서 우리가 이제 전과는 다른 삶을 살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 때부터 악몽이 시작됐다.“ 2023년 2월 휴먼라이츠워치 보고서에 담긴 루이스 마셀 험버트의 말이다. 그가 살았던 곳은 인도양의 차고스 군도에서 가장 큰 섬인 디에고가르시아였다. 적도 남쪽에 있는 이 섬은 서쪽으로는 아프리카 대륙과 약 3000km, 동쪽으로는 인도와 약 1800km 떨어진 곳에 있다. 가장 가까운 나라인 몰디브와도 730km 거리다. 면적은 30제곱킬로미터에 불과하다. 무인도였던 섬을 포르투갈 선원들이 16세기 초에 발견했다. 섬의 이름은 당시 항해를 이끈 스페인인 디에고 가르시아 데 모게르(Diego Garcia de M..

[구정은의 '현실지구'] 부탄에서, 미국에서 쫓겨난 이들에게 '행복'이란

미국 아이다호 주에서 오래 살았던 비노드 샤라는 남성은 얼마전 미국에서 쫓겨나 부탄으로 추방됐다. 정작 그의 국적은 부탄이 아니다. 부탄에서 쫓겨났지만 부탄은 비노드와 같은 네팔계 주민들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그는 ‘무국적자’인 것이다. 인도령 카슈미르에 사는 일부 파키스탄계 주민들, 쿠웨이트 사막의 유목민 베둔들, 도미니카에 사는 아이티인들, 한자녀 정책 시절 태어나 호적에 오르지 못한 중국의 ‘검은 아이들’, 그리스에 사는 몇몇 튀르키예계 주민들처럼 세계에는 국적이 없는(stateless) 사람들이 있다. ‘합법적’으로 존재할 권리를 빼앗긴 사람들. 비노드는 스무 살 때 미국의 난민 정착 프로그램에 따라 인도의 난민촌에서 미국 아이다호주 트윈폴스로 이주해 영주권자가 됐고 20년 동안 일하고 결..

[구정은의 '수상한 GPS'] 남중국해 이어 동중국해까지...중국 항모에 아시아가 끓는다

중국 배가 지나가면 아시아가 들끓는다. 이번엔 동중국해다. 중국 항공모함 두 척이 동시에 작전을 수행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9일 밤 항공모함 ‘산둥’이 오키나와 미야코 섬 남동쪽 550km 지점, 일본의 배타적 경제 수역(EEZ)에서 목격됐다. 산둥호 함대에는 군함 4척이 동반했고 전투기와 헬리콥터를 동원해 비행 작전을 수행했다. 또 다른 항모 랴오닝호는 그 직전 주말 일본 최동단 섬인 미나미토리시마 근처에서 작전을 했다. 중국 항모가 일본에서 괌과 미크로네시아 제도까지 이어지는 이른바 '제2 도련선'을 통과한 첫 사례라고 일본 방위성은 밝혔다. 랴오닝 함대에는 유도 미사일 구축함 2척과 고속 전투 지원함이 포함되어 있었고, 항모에서 전투기와 헬리콥터가 이착륙하는 모습이 NHK에 방영됐다. Meet S..

마크 레너드, <비평화의 시대>

비평화의 시대 : 연결성이 어떻게 갈등의 원인이 되는가 마크 레너드. 김일곤 박상준 이영주 이하얀 옮김. HU:iNE. 6/1페이퍼백 서문우리는 전례 없는 상호의존과 치열한 경쟁을 겪고 있다. 연결성 이 사람들에게 싸울 새로운 동기와 공격할 새로운 무기를 제공함에 따 라, 우리 세계는 그것을 하나로 묶어주는 바로 그 요소들로 인해 분열 될 위험에 처해 있다. (13쪽)연결성 갈등으로서의 우크라이나 전쟁푸틴이 '전쟁'이라는 단어의 사용을 거부한 것은 지정학에 대한 더 깊은 진실을 가리킨다. 전쟁과 평화의 구분은 근본적으로 무너졌다. 우크라이나는 국가명부터 '국경 지역' 또는 '경계지’를 뜻한다. 현대 국가로서 우크라이나의 특징은 러시아와의 연결 대 유럽연합(EU)과의 연결 사이의 싸움에 있으며 경제도 파이..

딸기네 책방 2025.06.02

[구정은의 ‘수상한 GPS’] 트럼프 불똥 튄 ‘아프리카 뿔‘

아프리카 동부, 그 복잡한 곳에까지 트럼프 불똥이 튀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엔 남수단으로 이민자들을 보낸다고 한다. 8명을 미국 땅에서 일단 내보냈는데,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브라이언 머피라는 연방판사가 “트럼프 행정부가 법원의 명령을 위반하고 이민자들에게 충분한 통지 없이 급하게 추방했다”고 판결한 것이다. 쫓겨난 이들은 불과 15시간 전에야, 그것도 대부분 한밤중에 추방 사실을 통보받았고, 가족들과 의논하거나 법률적 도움을 받을 겨를도 없었다. 추방되는 이들이 그 나라에 가게 될 경우 고문이나 박해의 위험이 있는지, 어떤 두려움이 있는지 설명하고 호소할 기회를 줘야 되는데 충분히 주지 않았다고 법원은 봤다. 그러자 트럼프 정부는 “법원이 외교적 노력을 방해하고 있다” “본국으로 돌..

[구정은의 ‘수상한 GPS’] 캐나다 간 찰스3세 ’왕좌의 연설‘

영국 국왕 찰스 3세가 5월 26일부터 27일까지 캐나다를 공식 방문했다. 즉위 이후 첫 번째 캐나다 방문이다. 27일에는 캐나다 의회 개원식에 참석해 '왕좌의 연설'을 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찰스 3세에게 직접 연설을 요청하면서 이뤄진 것이었다. 캐나다에서는 늘 왕좌의 연설을 총독이 대신했으나 1957년과 1977년에는 엘리자베스 2세가 방문해 직접 연설했다. 영국 왕의 직접 연설은 그후 48년 만이다. 왕좌의 연설(The Speech from the Throne)은 캐나다 의회의 새 회기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선언이다. 가장 중요한 기능은 의회를 공식적으로 소집하는 것이다. 이 연설을 기점으로 상원과 하원이 공식적인 업무를 시작한다. 정부의 방향과 목표를 소개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어떤 노..

[구정은의 ‘현실지구’]ATM 처음 들어간 투발루

2025년 4월 16일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투발루가 현금지급기를 도입했다. 주섬이자 수도인 푸나푸티의 공항 등에 현금지급기 5대가 들어왔다고 한다. 푸나푸티에 있는 투발루 국립은행에서 개통식이 열렸다. 의원들과 전통 부족 원로들이 참석한 가운데 펠레티 테오 총리가 나와 현금지급기를 공개했다. "은행이 완전히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는 역사적 사건이다." “이 기계는 저렴하지 않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과 결단으로 국민을 위해 이 서비스를 도입할 수 있었다.” 총리의 말이다. 지금까지는 투발루 사람들이 돈을 찾으려면 은행에 가야 했다. 월급날이 되면 다들 은행 가서 줄 서는 풍경이 지금껏 이어졌던 것이다. 이제 기계가 도입했고 상점에서도 처음으로 전자 결제를 처리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상점용 전자뱅킹 단..

[구정은의 ‘수상한 GPS’] 카슈미르 충돌과 아프간의 유령

지난 7일 인도와 파키스탄이 미사일 공격과 포격을 주고받았다. 사상자가 130명에 달했다. 흔히 카슈미르라고 부르는 지역, 파키스탄 쪽과 인도 쪽으로 나뉘어 있는 ‘히말라야의 화약고’에서 또 포연이 치솟자 세계가 긴장했다. 중동과 유럽의 두 전선에서 숱한 이들이 숨져가는 시기, 세계는 중국과 대만 사이 ‘양안’에도 혹여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조마조마한 심정들이다. 그런데 아시아의 충돌은 바다가 아니라 히말라야 산지에서 터져나왔다. 카슈미르 위기는 늘 그랬듯 이내 소강 국면으로 접어들겠지만, 각국이 지정학적 이해를 따지며 이리 모이고 저리 갈라지는 정세 속에선 불씨 하나만 날아올라도 전란이 터질 수 있음을 다시한번 상기시켜주는 사건이었다. 먼저 국경을 넘어 상대방 영토를 공격한 것은 인도였다. 인도..

<뉴욕의 친구들>과 <마나모아나> 전시회

4.10 토요일에는 오선배 등등 ‘문화예술의 벗들‘과 노원아트뮤지엄에서 하는 전시회 관람. 몇 달을 벼르던 것이고 빗속을 뚫고 갔는데 전시 작품 수가 너무 적었다. 좀 실망스러웠지만 구민회관 단위의 미술관에서 이 정도 전시를 하는 것은 반가웠다. 폴록의 “2000억원짜리” 액션 페인팅 작품 은 좋았고, 리 크레이스너(폴록의 부인)에 대해선 이번에 처음 알았다. 모두 이스라엘미술관, 유대인미술관 소장품들이었고 기대했던 로스코의 작품은 스케치 한두 장 정도.하지만 디지털 전시회는 재미있었다. 사실 이 쪽이 더 좋았다^^ 4.11 일요일에는 전날 언제 그랬냐는 듯 날씨가 좋아졌고, 욘양과 함께 산책 나갔다가 국립중앙박물관에 들렀다.보통 중박 특별전은 미리 예약을 해야 하는데 이번 전시회는 규모도 좀 작고 ..

[구정은의 ‘수상한 GPS’] 새 교황 레오 14세 선출

"여러분 모두에게 평화가 있기를!"교황 레오 14세의 첫 인사다. 콘클라베에서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을 제267대 로마 주교로 선출했다고 바티칸뉴스가 보도했다. 레오 14세는 아메리카 대륙 출신의 두 번째 교황이자 사상 첫 미국 출신 교황이 됐다. 133명의 추기경이 콘클라베에 모인 지 이틀 만에 선출되었는데, 비교적 빨리 의견이 모인 편이다. 프란치스코와 베네딕토 16세도 콘클라베 둘째 날 저녁에, 요한 바오로 2세는 1978년 셋째 날에 결정됐다.페루 시민이 된 사제레오 14세는 1955년 9월 14일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프랑스와 이탈리아 출신의 아버지와 스페인 출신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현재 69세다. 펜실베이니아주 빌라노바 대학교에서 수학 학사 학위를 취득한 후 시카고 가톨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