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73

중동의 둘째 아들들

지난달 말부터 이달 내내 치러지고 있는 레바논의 총선, 오는 17일로 예정된 이란 대선, 올가을 이집트 대선,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 파드 국왕의 건강악화설 등으로 중동 전역이 뒤숭숭하다. 70~80년대 집권한 국가수반들의 시대가 가고 본격적인 권력이양기에 접어든 셈이다. 정권 물갈이를 앞두고 있는 중동국가들에서 `차남 돌풍'이 몰아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달 29일 실시된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총선에서는 암살된 라피크 하리리 전 총리의 둘째아들 사아드(35)가 돌풍을 일으켰다. 이른바 `백향목 혁명'으로 불리는 시민혁명, 뒤이은 시리아군 철수의 대세를 몰아 반시리아 바람을 일으킨 사아드는 형인 바하아를 제치고 가문의 정치적 후계자로 낙점됐다. 이슬람 수니파 계열 정당조직인 `미래운동'과 함께 외곽조직..

이란과 이집트, 반대로 가는 민주주의

이란과 이집트가 본격 선거정국에 돌입했다. 이란에서는 보-혁 갈등이 다시 불거진 가운데 다음달 대선을 앞두고 민주주의를 향한 한걸음 진전이 이뤄졌다. 반면 9월 대선이 예정된 이집트에서는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에 대한 반대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이집트를 방문한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 부인 로라 여사는 `무바라크식 민주주의'를 칭송, 반미감정에 기름을 부었다. 이란 최고지도자, "개혁파 출마 허용" 이란 최고종교지도자 아야툴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23일(현지시간) 보수세력의 본산인 혁명수호위원회에 개혁파들의 대선 출마를 허용하라고 지시했다. 앞서 혁명수호위는 다음달 17일 대선 출마를 희망한 1014명의 입후보신청자 중 6명만 출마를 허용하고 나머지는 모두 탈락시켰다. 특히 여성 지망자들은 모두 배제..

이집트가 심상찮다

이집트 경찰이 올가을 대선을 앞두고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가 전국적으로 번지자 대대적인 야당・재야세력 체포에 들어갔다. 경찰은 최대 재야 정치조직인 무슬림형제단 조직원들을 포함, 며칠새 2000여명을 구금했다. 지난 주말 시위에서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시위대 1명이 숨지는 등 유혈사태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시위가 격화되자 주이집트 한국대사관(대사 최승호)은 2차례에 걸쳐 교민들에게 신변안전에 유의하라는 메시지를 발송했다. (이집트 여행가실 분들, 당분간은 미루시는 편이 좋을듯) 이집트 경찰은 오는 10일(이하 현지시간)로 예정된 무슬림형제단의 전국 집회를 앞두고 이 단체 조직원들에 대한 체포-구금작전에 돌입했다고 BBC방송이 8일 보도했다. 이 단체의 압둘 무니엠 마흐무드 대변인은 "핵심 간부인 에삼 알..

무바라크 최대 위기

이집트 테러-민주화 시위 무바라크 최대 위기 9월 대선 앞두고 재출마여부 촉각 24년째 장기집권하고 있는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76) 대통령이 위기를 맞고 있다. 범국민적인 민주화 요구에, 최근에는 관광객들을 겨냥한 폭탄테러까지 잇달아 일어나 궁지에 몰린 상황이다. 올가을 대선을 앞두고 무바라크 대통령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에 중동은 물론, 국제사회 전체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테러와 구금의 악순환 지난달 30일 카이로 도심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을 겨냥한 테러 2건이 연달아 발생했다. 이집트박물관과 사이다 아이샤 사원 부근에서 일어난 테러로 외국인 4명을 포함해 10명이 다쳤고, 테러범 3명이 숨졌다. 경찰은 사건 발생 뒤 테러 용의자 200명을 무더기로 연행, 조사에 들어갔으며 주요 관광지에 병력을 증..

푸틴의 중동 순방

중동 순방 푸틴- '나세르 시절' 유대관계 복원하나(2005.4.27) 이집트 도착, 무바라크와 회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이집트 방문을 시작으로 중동 순방을 시작했다. 한동안 침잠하는 듯했던 푸틴 대통령이 국제무대에서 다시 발걸음을 빨리 하고 있는 배경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카이로에 도착해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과 만찬을 가졌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27일 정상회담에서 두 지도자는 이라크와 레바논 상황 등 중동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정치·군사·경제적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 눈길을 끄는 것은 양측이 80년대 이후 소원해졌던 관계를 복원하고 전통적인 유대관계를 되살릴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Egyptian Presid..

바그다드와 카이로

솔직히 이집트가 싫지는 않았다. 이집트가 어떤 나라인데 그 곳을 싫어하리. 유적이 너무 좋고, 그 압도적인 유적들 사이에서 느껴지는 시간의 무게도 너무 좋고, 나일강도 좋고, 제대로 구경 못하고 돌아온 사막도 너무 좋고, 그곳의 날씨도 너무 좋다. (사실 카이로 쪽은 그렇게 덥지는 않았다. 40도까지는 안 올라가는데, 건조하니까 참고 견딜만 했다. 나는 더위에 굉장히 강한...이라기보다는 더위를 정말 좋아하기 때문에, 이런 기후 꽤 맘에 들었다. 나중에 룩소르/아스완 갔을 때에는 좀 힘들긴 했다. 45도는 아무래도 무리...) 이집트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인종은 경찰이다. 경찰이 진짜진짜 많다. 문화재가 많기 때문에, 문화재 담당 경찰(피라밋 앞 흰 옷입은 인간들)이 따로 있기도 하고, 워낙에 경찰..

천 개의 문을 가진 테베

이집트 관광의 빼놓을 수 없는 명소-- 룩소르. 룩소르 신전과 카르나크 신전이 있다. 룩소르의 역사상 이름은 '테베'. 그리스의 테베랑은 별개의 도시인데, 호메로스는 자기네 나라 테베랑 구별해서 이집트의 테베는 '천개의 門을 가진 테베'라고 했다지. 테베는 고대 이집트에서 가장 중요한 도시라고 할 수 있는데, 람세스2세를 비롯해 17-20왕조 무렵, 그러니까 고대 이집트의 전성기 수도가 여기였다.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나는 이집트라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좀 이상하다. (아마 닐리리는 알겠지만) 너무 어릴적부터 이집트를 꿈꿨고-- 무슨 꿈인지는 지금은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정확히 말하면 기억이 가물가물하다기보다는, 그런 기분, 그런 것들을 잘 모르겠다. 하여간 나는 어릴적부터 이집트에 가보고 싶어했고, 고고학자가 되고 싶어했다. (결과는? 아시다시피 못 되었다) 이집트를 향한 나의 로망은 너무나 깊은 것이었기 때문에-- 어릴적의 거의 모든 꿈이 이집트를 향해 있었다고 해도 될 것 같다. 오늘날 나의 각종 버닝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결국 꿈에 그리던 이집트에 가게 됐다. 우습지만, 최근 몇년간 이집트에 대해서 나는 여러가지 안 좋은 얘기를 많이 들었다. 이집트 사람들은 거지같고 도둑놈들 같고, 인심 사납고 바가..

승자의 도시, 그늘진 도시 카이로

카이로(Cairo)는 이집트의 수도다. 이 도시에 대해서 ‘이집트의 수도’라는 말 외에 어떤 설명이 필요할까? 먼지 가득한, 역사의 더께가 덕지덕지 앉아있고 부패와 빈곤과 어수선함이 가득한 도시. 현지어로는 ‘알 까히라’(Al-Qahirah)라 부른다. 나일강 델타 끝부분, 지중해를 바라본 곳에 위치해 있다. 면적 83㎢, 인구 약 1500만명. 1922년 이집트가 독립했을 때만 해도 인구가 60만명 정도에 불과했지만 이후 급격히 늘었고, 지금도 팽창이 계속되고 있다. 연평균 강수량 25㎜의 사막기후로, 연간 한두차례 적은 양의 비가 내리는 정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인구가 생활할 수 있는 것은 나일강 때문이다. 7월 평균기온 27.7℃, 1월 평균기온은 12.7℃다. 사막기후라고는 하지만 위도가 ..

중동 앙숙들 화해 바람

중동의 오랜 앙숙들이 적대관계를 청산하기 시작했다. 이란과 이집트가 관계정상화를 앞두고 있고, 시리아와 터키 사이에도 화해 분위기가 싹텄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과 사담 후세인 정권의 몰락이 가져다준 충격파가 중동 국가들 간 합종연횡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란과 이집트가 외교관계를 완전히 복원한다는데 합의했다고 모하마드 알리 압타히 이란 부통령이 6일 밝혔다. 그는 알자지라 TV 인터뷰에서 "며칠 안에 외교관계가 재개될 것"이라며 "양국이 협력한다면 역내의 많은 문제들이 해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하마드 하타미 이란 대통령과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바 있다. 이집트 측에서는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관계 정상화가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