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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중동 순방

딸기21 2005. 4. 29.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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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순방 푸틴- '나세르 시절' 유대관계 복원하나(2005.4.27)

 이집트 도착, 무바라크와 회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이집트 방문을 시작으로 중동 순방을 시작했다. 한동안 침잠하는 듯했던 푸틴 대통령이 국제무대에서 다시 발걸음을 빨리 하고 있는 배경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카이로에 도착해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과 만찬을 가졌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27일 정상회담에서 두 지도자는 이라크와 레바논 상황 등 중동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정치·군사·경제적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 눈길을 끄는 것은 양측이 80년대 이후 소원해졌던 관계를 복원하고 전통적인 유대관계를 되살릴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Egyptian President Hosni Mubarak (R) shakes hands with Russian President Vladimir Putin in Abdeen Presidential Palace in Cairo April 26, 2005. Putin began a Middle East tour in Egypt on Tuesday, the first Russian or Soviet leader to visit the former Soviet ally for 40 years. REUTERS/ Mike Nelson//Pool  



1964년 이집트 나일강 상류 아스완댐 기공식에 참석한 니키타 흐루쇼프(왼쪽)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과 가말 압둘 나세르 이집트 대통령. 나세르 대통령은 아랍사회주의를 주창, 중동 전역에 친사회주의 바람을 일으켰다.
그러나 이후 비동맹 노선으로 기울어져 이집트-이라크-시리아를 통합한 아랍공화국을 구성하는 등
'범아랍주의'로 방향을 틀었다. 이라크와 시리아는 오래도록 아랍사회주의 국가로 남아있었지만,
이집트는 나세르 사후 집권한 안와르 사다트 대통령 때 친미국가로 돌아섰다. / AP 자료사진


과거 아랍 사회주의의 주창자였던 가말 압둘 나세르 대통령 시절 이집트는 러시아와 맹방 관계였으나 나세르의 뒤를 이은 안와르 사다트 대통령이 친미 노선으로 돌아서면서 관계가 단절됐었다. 이번 회담에서 두 정상은 연간 8억달러에 달하는 쌍무교역을 더욱 확대하고 관광 교류를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또 러시아제 지대공 미사일을 이집트에 판매하는 문제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은 무바라크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뒤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을 잇따라 방문할 예정이다.  

푸틴대통령이 적극적인 외교 행보에 나선 것은 ‘미국 견제용’이라는 분석이 많지만, 일부에서는 ‘러시아 제국주의의 부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러시아는 다음달 9일 2차대전 승전 60주년 기념일을 맞아 대대적인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 기념행사를 통해 동유럽과 중앙아시아 등 과거 소비에트 연방으로 묶여있던 나라들에 대한 영향력을 다시금 과시하겠다는 계산이지만, 에스토니아와 리투아니아 등 몇몇 나라들은 “러시아 패권 밑으로 다시 들어갈 수는 없다”며 참여를 거부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이 지난 25일 “옛 소련 붕괴는 20세기 최대의 지정학적 재앙이었다”고 말한 것을 놓고 주변국들은 러시아가 다시 제국주의적 욕심을 드러낸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 섞인 시선들을 보내고 있다.


할말 하는 푸틴? (2005.4.29)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난 이 사람 생긴 것만 봐도 알러지가 돋는다.  

'KGB 출신'이라는 꼬리표 때문만은 아니다. 몇해전 모스크바 극장에서 체첸 반군들이 관객을 인질로 잡고 푸틴 대통령에게 독립을 요구했던 사건이 있었다. 이른바 '모스크바 극장 인질극 사건'이다. 당시 푸틴 대통령은, 정말이지 어이없게도, 무자비한 진압작전을 지시했다. 반군들을 사살한 것은 물론이고, 독가스를 극장에 주입해 관객들도 수백명이 죽었다. 

자기 나라 국민들의 목숨을 파리 목숨 취급하는 국가원수라니, 얼마나 독하고 무서운가. 러시아에 가본 적은 없지만, 어떤 수준의 나라인지를 짐작케 하는 사건이었다. 동시에, 푸틴이란 사람이 얼마나 지독하고 잔인한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사건이기도 했다.  
 
국제정치 무대에서 러시아는 분명 한물 갔다. 미국 단일패권시대, 러시아는 전혀 미국의 카운터파트가 되지 않는다. 한 국가의 행위를 '인성화'해서 바라보는 시각에는 물론 한계가 있지만 그래도 유효한 관전법 중 하나임에는 틀림없다. 그런면에서 보자면 '진중한(의뭉스런) 중국'과 러시아는 분명 다르다.  
단적으로 이라크전을 앞두고 유엔에서 벌어진 외교전쟁에서 러시아와 중국이 취했던 모습을 보자. 푸틴은 셈이 빨랐다. 발걸음도 빨랐다. "이라크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이른바 '반전그룹'을 이끄는 형 노릇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푸틴은 그 '형 노릇'을 프랑스의 시라크에게 빼앗겼다. 이유는 단순하다. 푸틴에겐 국내정치적 이유가 명확히 있었기 때문이다. 푸틴은 이라크전에 반대한다면서도 '테러와의 전쟁'에 대해서는 전적인 찬성을 했다. 목적은? 체첸반군에 대한 탄압 명분이 생겼기 때문이다.    

체첸은 이슬람 지역이고, 오사마 빈라덴의 알카에다 점조직이 체첸 반군과 일부 결합돼 있었다. '체첸=테러집단', 그러므로 그들을 탄압하는 것은 아무 문제없다는 것. 실제로 러시아는 9.11 테러가 난 뒤에 체첸 분리독립운동 세력을 가혹하게 짓밟았다(비슷한 사례로는 필리핀의 아로요 대통령이 9.11 뒤 미군 주둔군을 다시 끌어들이고 아체 분리독립운동 세력을 탄압한 것을 들 수 있다). 
반면 꿍꿍이가 무겁고 깊기로는 따라갈 자가 없는 중국은 어떠했냐면-- 신기할 지경이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성명은 언제나 똑같았다. "유엔의 이라크 사찰은 계속돼야 한다". 이라크를 공격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질 없이, 언제나 똑같은 문장, 언제나 똑같은 톤(tone). 참 대단한 나라다.

그러저러해서 푸틴은 싫다. 얼굴만 봐도 냉기가 돈다. 귀신같다. 그런데 어쨌건 잔챙이 나라들(미국을 제외한 전세계 모든 국가들) 중에 러시아가 그래도 대국인 것은 사실이다. 그 나라의 푸틴대통령이 이번엔 중동 순방을 하고 있다.    

오늘은 이집트를 거쳐 이스라엘을 방문한 푸틴 이야기다. 
예루살렘을 방문한 푸틴 대통령이 이란·시리아에 무기판매를 계속할 뜻임을 분명히 했다. 푸틴 대통령이 `역사적인 이스라엘' 방문에서 이스라엘은 물론이고 미국과 극도의 적대관계에 있는 나라들과 협력관계를 유지할 것임을 밝힘으로써, 향후 미·러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Russia's President Vladimir Putin (R) shakes hands with Israel's Prime Minister Ariel Sharon during their meeting at the Prime Minister's office in Jerusalem April 28, 2005. REUTERS/Uriel Sinai/Pool 


푸틴대통령은 28일 예루살렘에서 이스라엘의 모셰 카차브 대통령과 아리엘 샤론 총리을 잇따라 만나 회담을 가졌다. 푸틴 대통령은 이스라엘 지도자들과의 만남에서 시리아­·이란과의 협력을 계속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이스라엘측이 밝혔다. 카차브 대통령은 회담 뒤 "푸틴대통령은 시리아에 대한 무기판매와 이란 핵발전 기술지원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시리아에 중·단거리 미사일을 판매하고 있으며, 이란을 상대로는 부셰르 원전 등 핵발전소 건설을 기술적으로 지원하면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가 이란에 핵무기 개발 관련 기술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고, 또 테러지원국가인 시리아에 무기를 판매하는 것에도 반대하고 있다.

러시아와 시리아·이란 간 협력관계는 이스라엘에게도 초미의 관심사다. 이란과 시리아의 무기가 자국을 겨냥하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스라엘측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에게 모종의 `약속'을 받고 싶어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중동 이슬람권 국가들과의 오랜 협력관계를 지킬 것임을 명시하면서 이스라엘의 기대를 저버린 셈이 됐다. 또한 푸틴대통령의 이날 발언들은 이란과의 핵 협력을 계속 비난해온 미국을 겨냥한 것이기도 하다는 분석이다.
 
과거 유럽에서는 수많은 유대인이 박해를 피해 러시아로 도망쳤으며, 오늘날까지 이스라엘로 귀화해 들어오는 유대인 중 상당수는 그렇게 러시아로 피신했던 유대인들의 후손들이다. 샤론 총리를 비롯해 현재 이스라엘 인구의 15%인 100만명 이상이 러시아계로 추산된다. 
그러나 옛 소련은 중동지역에서 미국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유대국가 이스라엘의 존재를 껄끄럽게 생각, 전통적으로 중동 국가들을 지원해왔다. 시리아를 비롯한 상당수 중동 국가들은 지금도 옛 소련산이나 러시아산 무기로 무장하고 있다. 러시아가 이스라엘과 공식적인 관계를 맺기 시작한 것은 1991년 옛 소련 붕괴 이후이며 지난 1948년 이스라엘이 건국된 이래 러시아(옛 소련 포함) 국가원수가 이스라엘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실은 이스라엘과 러시아의 불편한 관계는 과거사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석유회사 유코스의 전 경영자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를 비롯해 러시아의 신흥재벌 중에는 유대인이 많이 있으며 이들 중 상당수가 이스라엘 시민권을 갖고 있다. 부정축재를 저지른 뒤 이스라엘에 피신해 와있는 러시아인도 상당수 된다. 그런가하면 이스라엘에선 러시아계 공동체가 막강한 발언권을 갖고 있는데 이들은 이스라엘과 러시아의 관계를 양가감정을 갖고 바라본다)

푸틴 대통령은 카차브 대통령과의 회담 뒤 "테러·반유대주의와의 투쟁을 함께 하겠다"는 공동선언을 내놨지만, 시리아·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경계심은 근거가 없다고 일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푸틴 대통령은 "시리아에 판매되는 미사일은 사정거리가 짧기 때문에 이스라엘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란 핵문제에 대해서도 "러시아와 이란의 핵협력은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에 국한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뉴욕타임스 등은 전했다.
푸틴대통령은 29일 중동순방의 마지막 목적지인 요르단강 서안 라말라를 방문,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총리와 만나 이·팔 평화정착 과정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푸틴대통령은 팔레스타인측과의 회담을 앞두고 28일 "올가을 모스크바에서 평화협상을 열자"는 제안을 내놨다. 러시아는 미국·유럽연합·유엔과 함께 이-팔 평화협상을 중재하는 `4자 회담'에 참여하고 있다. 모스크바 회의 제안에 팔레스타인은 환영의사를 표시했으며 푸틴대통령의 방문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이스라엘은 즉시 거부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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