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31

일요일엔 쇼핑을?

프랑스의 전통적인 ‘일요일 영업금지’가 100여년 만에 완화될까요. 프랑스 하원이 그동안 노동자들의 권리를 우선시해 엄격히 제한해왔던 상점들의 일요일 영업을 허용해주기로 했다고 뉴욕타임스, 가디언 등이 보도했습니다. 하원은 정부가 제출한 일요일 영업 허용 법안을 일주일에 걸쳐 심의한 뒤 15일 전체회의에서 표결에 부쳐 찬성 282, 반대 238표로 통과시켰습니다. 하지만 아직 상원 통과 절차가 남아있는데다 야당인 사회당은 법안에 극력 반대하며 헌법위원회에 제소한다는 입장이어서 당분간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프랑스 정부는 1906년부터 노동법에 따라 상점 노동자들에 휴식을 취할 권리를 주기 위해 일요일 영업을 제한해왔다고 합니다. 특수관광지구 등 예외지역을 제외한 전국 모든 지역의 일반 상점들은 ..

쓸쓸한 성탄

90년 역사 GM 공장, 성탄 앞두고 가동 중단 Autoworkers leave the GM plant in Janesville, Wisconsin after the last vehicle, a black Chevy Tahoe, rolled off the assembly line December 23, 2008. 미국 제네럴 모터스(GM)의 사업장들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해온 공장이 23일 결국 문을 닫았다. 노동자들은 눈물 속에 90년 역사를 지닌 공장의 기계가 멈추는 마지막 순간을 지켜봤으며, 직장을 잃는 슬픔과 두려움 속에 성탄을 맞게 됐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위스컨신주 제인스빌의 GM 공장은 이날 시보레 자동차 생산을 마지막으로 가동을 중단했다. 이 공장에서 14년 동안 일해왔던 여성 노동자..

내 손의 금반지에 피가 묻어 있다면

최근 몇년 동안 금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전세계에 금 캐기 바람이 불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는 신판 골드러시가 줄을 잇고,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도 금광 산업이 저렴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다시 뜨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안정적인 투자수단으로 각광받는 금의 유통 이면에 처절한 아동노동이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있지 않습니다. AP통신은 6개월여에 걸쳐 서아프리카 최빈국 기니에서 스위스 제네바의 초대형 은행으로 이어지는 ‘금의 이동경로’를 추적해 최근 보도했습니다(아래 사진들은 모두 AP 사진들입니다). 아프리카의 어린 소년이 돌가루와 수은을 마셔가며 건진 금부스러기가 스위스 은행의 ‘표준형 금괴’로 변해가는 과정은 글로벌 경제의 흔하디 흔한 단면 중 하나일 뿐입니다. # 기니 살리우(12)..

다른 세상의 아이들

다른 세상의 아이들 Children of Other Worlds 제레미 시브룩. 김윤창 옮김. 산눈. 정말로 ‘다른’ 세상의 아이들인가. 눈 먼 우리에겐 그들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내가 입고 있는 이 싸구려 흰색 블라우스, 지금 내가 신고 있는 (역시나 싸구려인) 검정 샌들, 학교 다니며 웃고 떠드느라 정신 없는 내 딸이 입고 다니는 티셔츠와 바지 따위가 ‘저 아이들’의 피땀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보장이 있는가. 아니, 사실은 보지 않아도 안다. 너무나 많은 것들이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그들의 피땀을 통해 내 곁에까지 와 있다는 것을. 나 뿐만 아니고 누구든, 저 아이들을 ‘다른 세상의 아이들’이라 할 수는 없다. 그들은 우리 세상의 아이들이고, 나와 내 아이의 검은 그림자다. 아동 노동에..

딸기네 책방 2008.05.13

두 얼굴의 두바이

초고속 개발과 성장을 통해 21세기형 도시로 각광받고 있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두바이. 이 두바이에서 지난 여름 한 프랑스 소년이 집단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마침 소년의 어머니가 프랑스 유명 방송국 정치담당 PD였던 탓에, 이 사건은 엘리제궁에 곧바로 전달됐고, UAE와 프랑스 간 외교 문제로 비화됐습니다. 시사주간 타임 보도에 따르면 호텔에서 일하는 아버지를 따라와 두바이에서 지내고 있던 15세 프랑스 소년 알렉상드르 로베르는 지난 7월14일 밤 친구와 함께 아랍인 남성의 차를 얻어탔다가 사막으로 끌려갔습니다. 차를 몰고 있던 운전사 등 성인 남성 3명은 친구를 차에 가두고 로베르를 성폭행한 뒤 "경찰에 알리지 말라"고 협박했습니다. 로베르는 파리에서 카날플뤼TV방송국 정치담당 프로듀서로 일하는..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작으면서 크고 넓은 책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經濟成長がなければ私たちは豊かになれないのだろうかC. 더글러스 러미스 (지은이) | 최성현 | 김종철 (옮긴이) | 녹색평론사 | 2011-04-05 책은 재생지로 된 작고 두껍지 않은 책인데 내용은 크고 넓다. 제목이 너무나 직설적이어서 상상의 여지를 주지 않는다. 책은 미국 출신 사회운동가 겸 저술가 더글러스 러미스가 일본에 살면서 일본 사람들에게 이러저러하게 살아보자, 하고 지적하고 제안하는 형식으로 돼 있다. 일본어 문체로 돼 있어서 거기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겐 다소 생소한 말투로 들릴 수도 있을 것 같다. 지적하는 내용과 제안도 일본적이지만, 우리 또한 새겨들어야만 하는 내용임에는 틀림없다. 아니, 사실은 “개같이 벌으렸다, 돈만 벌어라” 하는 식의 사..

딸기네 책방 2007.10.01

불법 이주와 현대판 노예선

올들어 지난달까지 아프리카 동부 소말리아에서 인접한 아라비아반도 예멘으로 가려던 불법 이주자 수백명이 바다에 빠져 숨지거나 실종됐다. 예멘의 아덴만, 아덴항 앞바다는 하루가 멀다하고 해류를 따라 시신들이 밀려들어온다. 그런데도 난파선과 함께 수장(水葬)되거나 상어밥이 될 위험을 감수하며 목숨을 걸로 바다를 건너려는 이들은 줄지 않는다. 아프리카에서 중동이나 유럽으로, 아시아에서 호주로, 북미로 이동해가는 불법 이주노동자들의 물결은 커져만 간다. 노예 밀매와 난파선처럼 과거의 유물로 여겨져온 것들이 글로벌시대 노동력 이주의 이면에서 재연되고 있다. 넘쳐나는 `죽음의 바다' 영국 BBC방송은 10일 유엔난민기구(UNHCR) 발표를 인용해 올들어 예멘과 소말리아 사이 아덴만에서 최소 367명이 바다에 빠져 숨..

델파이-자동차 노조 '대타협'

미국 자동차노조가 쓰러져가는 자동차산업을 살려내기 위해 뼈를 깎는 `대타협'을 선택했다. 워싱턴포스트, AP통신 등 미국 언론들은 전미자동차노조(UAW)가 미국 최대 자동차부품회사 델파이와 2년여에 걸친 협상을 벌인 끝에 공장 매각, 폐쇄와 임금 삭감, 정리해고 추진 등에 합의했다고 24일 보도했다. 합의안이 최종 통과되면 파산 절차가 진행중인 델파이는 기사회생의 기회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합의는 또한 다음달 시작되는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자동차 `빅3'와 UAW의 산별 임금교섭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UAW와 델파이는 현재 시간당 27달러(약 2만5000원) 정도인 미숙련 노동자들의 임금을 14∼18.50달러로 많게는 절반 가까이 삭감하기로 합의했다. 양측은..

가나에서 만난 '팔려간 아이들'

아프리카 가나 중동부 볼타 호수 근방에 있는 아베이메 마을. 26일 마을 광장에서는 전통의상을 입은 여성들이 대형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다. 흰 티셔츠를 맞춰 입은 어린아이들이 색색깔 고무 슬리퍼를 신고 나란히 앉아서 어른들의 춤을 지켜본다. 정오를 넘긴 시각, 햇살은 따갑고 아카시아 그늘에는 습기를 머금은 더운 바람이 오갔다. 아이들의 티셔츠에는 "어린이들을 자유롭게 하라(Free The Children, Let Them Go)"는 문구가 쓰여 있다. 국제이주기구(IOM) 재활센터에서 심리치료와 교육을 받고 있는 아이들이다. 이제 대여섯 살 쯤 돼 보이는 작은 아이들도 있고, 열서너 살 먹었음직한 큰 아이들도 있다. 이날은 IOM의 `예지(Yeji) 매매아동 구조프로젝트'에 ..

노동의 세기-실패한 프로젝트?- 무지개 렌즈로 '노동'을 보자

노동의 세기-실패한 프로젝트? 쉴라 로우보섬 | 에릭 홉스봄 | 지그문트 바우만 | 차문석 | 칼-하인츠 그래페 | 클라우스 텐펠데 | W.P.비써 (지은이) | 임지현 (엮은이) | 강정석 | 이영석 | 이진모 | 최승완 (옮긴이) | 삼인 | 2000-11-27 출간된 지 몇년 지난 책이다. 다소 '선정적인' 제목에, 에릭 홉스봄의 이름을 표지에 박아놨다. 책은 1999년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어느 학술대회 발표문들을 모은 것인데, 홉스봄이 총론격인 글을 썼다. 홉스봄의 글을 많이는 안 읽어봤지만 논지가 명확하면서도 뭐랄까, 낙관적이랄까, 그런 점이 참 마음에 든다. 여기서 '낙관적'이라는 것의 의미는- 홉스봄이 지나온 '노동의 세기(20세기)'를 의미없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는, 노동운동 자체를 '실패..

딸기네 책방 2005.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