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엔 쇼핑을?

프랑스의 전통적인 ‘일요일 영업금지’가 100여년 만에 완화될까요.

프랑스 하원이 그동안 노동자들의 권리를 우선시해 엄격히 제한해왔던 상점들의 일요일 영업을 허용해주기로 했다고 뉴욕타임스, 가디언 등이 보도했습니다. 하원은 정부가 제출한 일요일 영업 허용 법안을 일주일에 걸쳐 심의한 뒤 15일 전체회의에서 표결에 부쳐 찬성 282, 반대 238표로 통과시켰습니다. 

하지만 아직 상원 통과 절차가 남아있는데다 야당인 사회당은 법안에 극력 반대하며 헌법위원회에 제소한다는 입장이어서 당분간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프랑스 정부는 1906년부터 노동법에 따라 상점 노동자들에 휴식을 취할 권리를 주기 위해 일요일 영업을 제한해왔다고 합니다. 특수관광지구 등 예외지역을 제외한 전국 모든 지역의 일반 상점들은 연중 5일 이내로만 일요일 영업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사실상 금지된 것이나 다름없었다는군요. 이번에 하원에서 통과된 법은 이를 바꿔, 파리·마르세유·릴 등 3대 대도시 상점들이 일요일에도 문을 열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취임 뒤 일요일 영업허을 ‘역점 과제’로 선정해 추진해왔으나 번번이 사회당과 종교계의 반대에 부딪쳤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하원 표결에서 찬성론이 커지는데 큰 기여를 한 것은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었다네요. 지난달 오바마 대통령 가족이 파리를 방문해서 일요일에 쇼핑을 할 때 사르코지 대통령이 가게들에 특별 영업을 요청해야 했었다는 겁니다. 사르코지는 “미셸 여사가 가게를 찾을 때 내가 전화를 해서 문을 열어달라고 부탁하는 게 정상인가”라며 법안을 통과시켜줄 것을 역설했습니다.

정부는 일요일 영업허용이 소비를 늘려 내수시장을 키우는 데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 밝히고 있습니다. 집권 대중운동연합 의원들은 “지금도 상당수 가게들이 법을 어기면서 일요일에 문을 열고 있다”며 ‘현실론’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사회당은 “노동자들은 일요일 만이라도 가족과 함께 쉬거나 여가를 즐겨야 한다”며 반대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뭐, 울나라처럼 김밥집도 햄버거집도 24시간 영업을 하는 나라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논란...

그 잘난 OECD 국가들 중에 우리가 터키 담으로 일을 많이 하는데, 그런데도 전경련이라는 경련 일어나는 집단에서는 한국인들 일 적게한다고 쌩쑈를 하고... 그걸 또 신문들은 거짓부렁인 줄 알고서도 실어대며 쌩지랄을 떠는 나라에서는... 남의 나라 일이지만 그저 화젯거리로 웃고 넘어갈 수만은 없군요.

몇해 전에 스페인에서는 국가경쟁력을 높인다면서 전통적인 낮잠, 시에스타라 하나요, 그거 금지하겠다고 했다가 국민적 반발(!)에 부딪치기도 했었는데... 프랑스 사람들 워낙 불친절하고 서비스 마인드가 없다 하니 일 좀 더 시켜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돈버는 길로 일로매진하겠다는 사르코지식 '개혁' 어째 좀 그렇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