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 저런 얘기

손 잡고 생을 마감한 부부

딸기21 2009. 7. 15.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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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유명 지휘자가 스위스의 ‘자살 클리닉’에서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부인과 함께 목숨을 끊었습니다. 54년을 함께 했던 부부는 장애와 불치병에 시달리며 생을 붙들고 있느니 가족들의 이해와 사랑 속에 잠들겠다며 죽음을 택했다고 합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조력 자살(assisted suicide)’을 허용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가디언 등 영국 언론들은 BBC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로열오페라하우스 오케스트라 등을 이끌었던 유명 지휘자 에드워드 다운스(85)와 발레리나·TV프로듀서 출신인 아내 존(73)[위 사진]이 스위스의 한 클리닉에서 동반 자살했다고 14일 보도했습니다. 


부부는 지난 10일 조력자살 전문 의료회사 디그니타스 그룹이 운영하는 취리히의 클리닉에 나란히 누워, 딸과 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약물을 투여받아 생을 마감했다고 합니다. 외신에는 어떤 약물로 어떻게 목숨을 끊었는지 조금 더 자세히 나와있긴 합니다만 '소개'해줄 만한 내용은 아닌 것 같고요.

자녀들은 14일 성명을 내고 “54년간 사랑하며 행복하게 사셨던 두 분은 침대 너머로 손을 붙잡고 함께 생을 마쳤다”고 밝혔습니다. 자녀들은 “두 분은 더이상의 질병 치료를 원치 않으셨고, 스스로 선택한 환경에서 평화롭게 돌아가셨다”고 말했습니다.


에드워드는 버밍엄에서 태어나, 버밍엄대학과 로열칼리지에서 음악을 공부하고 1952년 로열오페라하우스 오케스트라에 들어갔습니다. 당시엔 마리아 칼라스가 이 곳에서 활동하면서 명성이 대단했다지요. 에드워드는 53년 이 오케스트라의 보조 지휘자로 데뷔를 했고, 이 곳에서 경력을 쌓은 뒤 여러 유명 오케스트라들을 지휘했습니다. 72년 호주 국립오페라단으로 옮겨가,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개막 첫 공연을 지휘했었다고 하지요.

그는 1991년 엘리자베스2세 여왕으로부터 작위까지 받은 지휘자였지만 최근 몇년새 노환으로 청각과 시각을 잃어 아내의 도움에 의존해왔습니다. 그런데 아내 존이 얼마전 간암·췌장암 말기임이 드러나 몇 주 밖에 살지 못한다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에드워드는 존과 같은 불치병 환자는 아니었으나 아내와 함께 세상을 뜨기를 원했다고 가족들은 전했습니다. 에드워드의 매니저였던 조너선 그로브는 “나도 두 사람의 죽음에 큰 충격을 받았지만 정말 용감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솔직히 저도 판단을 잘 못하겠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뉴스에는 두 가지 상반된 감정을 느낄 것 같아요. 점점 고령화되어가는 사회... 사람 목숨은 예상할 수 없는 거라지만 아마 우리 세대의 대부분은 특별한 질병이 없다면 80대가 될 때까지 살 확률이 높겠지요. 현재 한국 남녀의 평균기대수명이 거의 80세에 육박하니까...

직업 전선에서 물러난 뒤 노년의 삶을 예전에는 '여생'이라 해서 '살고 나은 인생' 취급했지만, 이제는 그렇게 넘기기엔 남은 시간이 너무 깁니다. 그래서 젊은 나이부터 '늙어서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또한 그 못잖게 중요한 것이 '어떻게 죽을 것인가' 다시 말하면 '어떻게 덜 아프고 덜 괴롭고 덜 폐를 끼치며 죽을 것인가' 하는 문제...


에드워드와 존 부부의 선택, 잘은 모르지만 이해가 가지 않는 바는 아닙니다. 아니, 제가 저 상황이라도 저들 부부처럼 선택하지 않았을까(만약 저런 선택을 할 여건이 된다면) 싶은 생각도 들어요.

하지만 또 반대로, 그 '기준'에 대해서 사회적으로 합의된 바가 없기 때문에 잘라말하기 힘든 면이 참 많습니다.


취리히에 있는 디그니타스 클리닉 건물


의료진으로부터 약물을 처방받아 목숨을 끊는 이른바 조력 자살은 무의미한 생명연장 치료를 중단시키는 존엄사나 극심한 고통을 받는 환자가 죽음에 이르게 하는 안락사와는 다릅니다. 현재 세계에서 조력 자살을 허용하는 나라는 스위스 뿐입니다. 네덜란드, 벨기에, 그리고 미국의 워싱턴·오리건주는 불치병 환자가 자살을 원할 때 의사가 약물처방을 해줄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의료진이 아닌 사람이 자살을 돕는 것은 위법입니다. 이 때문에 조력 자살을 원하는 이들은 주로 스위스에 가서 죽음을 택한다고 하네요.

BBC방송에 따르면 98년 디그니타스 그룹이 설립된 이래 이 회사를 통해 자살을 택한 영국인이 115명에 이릅니다. 지난해에는 럭비 경기를 하다 몸이 마비된 23세 영국 청년이 이 클리닉에서 목숨을 끊었습니다.


영국 정부는 타인의 자살을 돕는 사람에 대해 최고 징역 14년형에 이르는 처벌을 하고 있습니다. 이달 초 상원에 조력 자살을 허용하는 법 개정안이 제출됐으나 부결됐습니다. 최근에는 노인 환자들의 조력 자살을 관대하게 다루는 추세이지만 여론은 팽팽히 부딪치고 있습니다. 

‘위엄 있는 죽음(Dignity in Dying)’이라는 단체의 사라 우튼 사무총장은 “다운스 부부처럼 노인들이 스스로 삶과 죽음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며 “필요한 것은 금지령이 아닌 적절한 기준과 규제”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안락사 반대운동단체 ‘살인 대신 치료를(Care Not Killing)’의 피터 사운더스는 “법을 완화하면 돈 없는 환자들이 치료를 포기하는 일이 속출할 것”이라며 “법을 바꿔 수많은 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게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해마다 100여명의 외국인들이 디그니타스 클리닉에서 자살을 택하는데, 이 클리닉에서 상담을 하고 약물처방을 받으려면 1만스위스프랑(약 1000만원) 정도의 비용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스위스행 자살관광 상품”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삶의 의지를 북돋는 대신 죽음을 부추기는 상술”이라는 거지요. 

가디언은 “조력자살을 허용하더라도 의료진이 아닌 가족·친척들이 환자의 자살을 돕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 의료계의 입장”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스위스에서도 ‘조력’이 허용되는 경우를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아름다운 사랑, 아름다운 죽음'을 택한 다운스 부부를 보며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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