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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지난달까지 아프리카 동부 소말리아에서 인접한 아라비아반도 예멘으로 가려던 불법 이주자 수백명이 바다에 빠져 숨지거나 실종됐다. 예멘의 아덴만, 아덴항 앞바다는 하루가 멀다하고 해류를 따라 시신들이 밀려들어온다. 그런데도 난파선과 함께 수장(水葬)되거나 상어밥이 될 위험을 감수하며 목숨을 걸로 바다를 건너려는 이들은 줄지 않는다. 아프리카에서 중동이나 유럽으로, 아시아에서 호주로, 북미로 이동해가는 불법 이주노동자들의 물결은 커져만 간다. 노예 밀매와 난파선처럼 과거의 유물로 여겨져온 것들이 글로벌시대 노동력 이주의 이면에서 재연되고 있다.
넘쳐나는 `죽음의 바다'
영국 BBC방송은 10일 유엔난민기구(UNHCR) 발표를 인용해 올들어 예멘과 소말리아 사이 아덴만에서 최소 367명이 바다에 빠져 숨졌고 118명이 실종됐다고 보도했다. 숨진 이들은 가난과 내전을 피해 중동으로 가려던 에티오피아, 소말리아인들이 대부분이다.
`아프리카의 뿔'로 불리는 소말리아의 보사소 항구에는 1인당 50달러(약 4만7000원) 가량을 받고 이주 희망자들을 예멘으로 실어나르는 배들이 대기 중이다. 낡아빠진 배들은 사람들을 잔뜩 싣고 바다를 건너다 난파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배에 오른 이들 중엔 밀매조직의 구타와 폭력에 숨지는 이들도 상당수. 용케 해협을 건넌 이들은 걸프 산유국들로 이동해 사실상의 노예노동을 하거나, 유럽으로의 2차 월경을 시도한다.
올들어 아덴항으로 들어온 아프리카 출신 불법입국자는 약 8600명. 그나마 중동 쪽에서 국경 봉쇄를 강화한 탓에 크게 줄어든 수치다. 입국에 성공하는 사람이 줄어드는만큼, 물에 빠져 숨지는 이들은 늘어난다. 지중해에서 아프리카를 마주보고 있는 이탈리아 시칠리섬 앞바다에서는 지난달 한달 동안에만 200명 이상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세계 곳곳 밀입국 루트
동ㆍ남부 아프리카인들은 소말리아나 지부티를 거쳐 중동으로 가거나, 대륙을 종단해 사하라를 넘어 지중해로 이동한다. 모로코에서 스페인으로, 리비아에서 몰타 섬이나 이탈리아로 가는 것이 가장 많이 알려진 이동 경로다. 사하라이남 아프리카에서 모로코나 리비아로 가려면 죽음의 사막을 건너야 하지만 바닷길보다 값이 싸다는 이유로 이 길을 택하는 아프리카인들이 늘고 있다.
서아프리카에서는 대서양 연안 스페인령 카나리섬을 거쳐 지브롤터로 이동한 뒤 유럽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많다. 유럽국들은 스페인에 강력한 국경 통제를 촉구하지만 스페인은 불법 이주노동자들의 `경제적 효과'를 인정하며 다른 나라들보다 다소 유화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에서는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러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가거나(중앙아시아 루트) 체코, 우크라이나를 지나는(발칸 루트) 사람들이 많다. 인도ㆍ파키스탄ㆍ네팔인들은 말레이 해협을 지나는 전통적인 `말라카 루트'를 거쳐 유럽으로 가든가 인도네시아 바탐섬, 발리, 롬보크섬을 통해 호주 혹은 북미로 간다.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가는 `죽음의 사막길'도 불법이주자들의 무덤으로 악명높다.
현대판 노예상인들 극성
바다와 사막을 건너려면 혼자서는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밀입국 루트의 주요 거점마다 이주자들의 돈을 뜯어내는 밀매조직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서아프리카에서 카나리섬으로 가려면 1000∼1500유로(120만∼180만원)의 뱃삯을 내야 한다. 사하라를 건너려면 1700∼3400유로가 필요하다.
가난한 아프리카인들은 전재산을 걸고 목숨 건 이동을 하는 셈이다. 남아시아에서 아프리카를 거쳐 유럽으로 가는 이들은 9000∼1만6000 유로의 이동료를 내고 밀매조직의 차와 배를 이용해야 한다. 살아남아 선진국으로 옮겨간 이들은 불법입국자로 쫓기면서 짐승처럼 일해 고향의 가족들에게 송금을 한다고 BBC방송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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