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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한 성탄

딸기21 2008. 12. 24.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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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 역사 GM 공장, 성탄 앞두고 가동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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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oworkers leave the GM plant in Janesville, Wisconsin after the last vehicle, 
a black Chevy Tahoe, rolled off the assembly line December 23, 2008. 


미국 제네럴 모터스(GM)의 사업장들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해온 공장이 23일 결국 문을 닫았다. 노동자들은 눈물 속에 90년 역사를 지닌 공장의 기계가 멈추는 마지막 순간을 지켜봤으며, 직장을 잃는 슬픔과 두려움 속에 성탄을 맞게 됐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위스컨신주 제인스빌의 GM 공장은 이날 시보레 자동차 생산을 마지막으로 가동을 중단했다. 이 공장에서 14년 동안 일해왔던 여성 노동자 캐런 그린(55)은 조립라인이 멈춰서자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그린은 “울지 않으려 했지만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며 1200명의 동료들 모두가 슬픔에 젖었다고 말했다. 2년 전에 은퇴했으나 이날 마지막 가동을 보기 위해 왔다는 스티브 크리폴(58)은 “25년간 일했던 공장이 문을 닫았다”며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1918년 지어진 제인스빌 공장은 GM 공장들 중 가장 오래된 곳이다. 원래 트랙터 생산시설이었던 이 곳은 1923년 자동차 공장으로 바뀌었고, 이후 85년 동안 시보레 자동차와 유콘트럭,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등을 생산해왔다. 그러나 GM의 시장점유율이 줄어들고 중대형차와 SUV 시장이 축소되면서 타격을 입었다. 한때 1만명에 이르렀던 노동자 수도 계속 줄었다.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1200명의 노동자들과 부품 공급업체 직원 800명 등 2000여명이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둔 이날 한꺼번에 일자리를 잃게 됐다. 최악의 위기를 맞아 구조조정 압력을 받고 있는 GM은 올해 안에 1만1000명을 감원한다고 발표했었다.
인구 6만명의 제인스빌은 최대 고용주였던 GM 공장을 잃고 도시 전체가 불안에 잠겼다. 주민들은 “백악관이 수천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약속했다는데 우리에게는 왜 한푼도 오지 않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GM 공장에서 40년간 일하다 지난 7월 퇴직한 마브 워팻(61)은 “모두가 재취업을 원하지만 일자리는 아무데도 없다”며 걱정했다. 50세 노동자 제프 슈로들은 “다른 기술을 배워보려 애쓰겠지만 나이가 많아 취업할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한숨지었다. 제인스빌 공장이 가동을 멈춘 날 오하이오주 모레인의 GM 공장도 문을 닫아 1080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여성 이주노동자의 쓸쓸한 성탄

홍콩의 가정집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하고 있는 필리핀 여성 돌로레스 게롱(35)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고향에 남겨둔 딸들이 보고싶어 눈물짓는 때가 많다. 게롱은 2년 전 필리핀의 시골마을을 떠나 홍콩으로 왔다. 게롱의 남편 역시 14년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일하고 있는 ‘해외취업자’다. 게롱은 이국에서 남의 집 아이들을 돌보면서, 여동생에게 맡기고 온 딸들을 떠올리며 설움에 젖곤 한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은 성탄절을 앞두고 가족과 떨어져 외국에서 외로움을 달래야 하는 게롱의 사연을 보도했다.
필리핀에서는 전체 인구의 10%가 게롱 부부처럼 해외에 나가 일하고 있다. 지난해 해외취업자들이 부쳐온 송금액은 170억 달러로, 필리핀 외화소득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 때문에 정부는 해외취업 프로그램을 만들어 이주노동을 권하고 있다. 해외취업자들은 대개 여성들이다. 필리핀 여성들은 미국, 유럽, 중동, 아시아 등 세계 곳곳에서 ‘영어를 할 줄 아는 여성인력’이라는 점 때문에 각광을 받는다. IHT는 여성의 해외취업이 급증하면서 ‘이주의 여성화(feminization of migration)’가 글로벌 노동이주의 새로운 추세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여성들의 해외취업으로 인해 고향에 남겨진 아이들의 양육 문제 등을 감안하면 ‘사회적 비용’이 만만찮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필리핀에서는 부모 중 1명 이상이 해외에 취업한 어린이가 600만명에 이른다. 이 아이들 10명 중 6명은 부모 모두가 집을 떠나가 할머니나 친척들 손에서 자라고 있다. 유니세프 마닐라지부의 바네사 토빈은 “많은 어린이들이 남의 손에 맡겨져 심리적 혼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인들에게 역사와 전통을 빼앗긴 호주 원주민 아이들을 가리키는 말인 ‘잃어버린 세대’에 빗대어, 필리핀 해외취업자 자녀들을 ‘남겨진 세대(left-behind generation)’이라 부르기도 한다.
마닐라의 아태정책센터(APPC)는 특히 사춘기 청소년들은 부모의 부재로 인한 충격을 크게 느끼고 있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해외취업자 자녀들은 낙제·퇴학, 약물중독, 원치않는 임신 등의 문제를 안게 되는 경우가 적지않다. 게롱은 “큰 딸에게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딸과 마주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없어 멀리서 애만 태우고 있다”고 말했다. 게롱의 자녀처럼 부모 없이 남겨진 아이들을 위해 상담 등의 지원활동을 해주는 시민단체들도 많이 늘었지만, 게롱 같은 여성들은 여전히 아픔을 안은 채 성탄을 맞고 있다고 IH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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