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 저런 얘기

구두 한 번 던져봐?

딸기21 2008. 12. 26.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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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8년 동안 주요 행사와 회담 때마다 어이없는 실수·실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퇴임을 한달 남짓 남겨두고 다시 세간의 화제로 떠올랐다.
이번 테마는 ‘신발 굴욕 사건’이다. 자신이 일으킨 두 차례 전쟁의 상대국인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순방에 나섰다가 지난 14일 바그다드에서 신발세례를 받고 만 것. 이라크 TV 기자 문타다르 알 자이디의 신발 투척 사건은 가히 세계적인 화제가 됐다. 알 자이디는 삽시간에 이슬람권의 영웅으로 떠올랐고, 신발을 던지는 반미 시위가 세계 곳곳에서 벌어졌다.

신발 사건에 대한 글로벌한 호응(?) 못잖게 눈길을 끈 것은, 만 하루만에 등장한 온라인 신발던지기 게임들이었다. 영국 웹사이트 ‘양말과 공포(www.sockandawe.com)’에는 기자회견 연단 뒤로 숨었다가 얼굴을 내미는 부시 대통령을 향해 신발을 발사하는 게임이 올라왔다.
미군의 이라크전쟁 작전명인 ‘충격과 공포(shock and awe)’에서 이름을 따온 이 사이트에 게임이 올라오자마자 세계에서 접속이 폭주했고, 열흘도 안 돼 방문자 수가 5000만명에 이르렀다. ‘알 자이디에게 감사를’이라는 유사 사이트가 생겨났는가 하면 ‘부시 신발 피하기(Bush's Shoe Dodge)’ 게임 같은 아류 게임들도 줄을 이었다. AFP통신은 “알 자이디가 던진 신발이 온라인 게임 세상에 영감을 주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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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라인 패러디 게임 풍자대상 1위는 부시

부시 대통령이 수모를 당하는 장면이 뉴스 사이트들을 통해 공개되고, 동영상이 무섭게 패러디 게임이 올라온다는 것은 세계가 얼마나 글로벌화됐고 정보기술이 발전했는지, 그리고 대테러전과 일방주의로 인해 반미감정이 얼마나 퍼져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유사 이래로 ‘풍자’는 있어왔고, 정치인들을 조롱하는 풍자만화나 패러디 동영상 등이 나도는 것도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컴퓨터 게임은 인터랙티브(상호작용)라는 특성으로 인해 기존 패러디 장르와는 차별화된다. 카툰 따위를 보고 웃고 지나가는 것을 넘어, 가상세계에에서나마 직접 신발을 던지는 것 같은 ‘체험’을 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컴퓨터그래픽으로 외형을 주물러 막강한 권력을 가진 근엄한 정치인들을 모핑(morphing·변형)하고 조롱과 비꼼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 웹 사용자들에게 쾌감을 제공한다. 공짜로 퍼나를 수 있는 온라인 게임들에서 조롱과 비꼼의 강도는 카툰 같은 정지된 이미지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조롱의 대상인 정치인을 공격하는 무기는 이번에 등장한 신발을 비롯해 볼링공, 계란, 진흙덩어리 같은 ‘애교’ 수준의 물건들이지만 때로는 총과 폭탄이 등장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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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는 이런 정치풍자 게임(political games)들이 수도 없이 올라와 있다. 단골 풍자대상은 단연 부시 대통령이다. 미국 인터넷사이트 어바웃닷컴(About.com)의 정치유머 페이지에는 ‘부시 게임’이라는 코너가 따로 있을 정도다.
대부분의 게임들은 시판되는 게임처럼 복잡한 것이 아니라 극히 단순해서 구경만 하고 지나쳐도 그만인 수준들이지만 패러디의 종류와 아이디어들은 눈에 띈다. 신발던지기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계란던지기(Egg Bush)’, ‘부시 자유낙하(Bush in Freefall)’는 가장 단순한 종류에 해당된다. 부시 대통령을 우스꽝스럽게 치장하거나 엽기적인 몸동작을 만들고 노는 ‘부시 에어로빅스’, ‘부시 요가’, ‘댄싱 부시’ 같은 것도 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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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없는 말 실수로 유명한 부시 대통령을 비꼬는 게임들도 많다. ‘부시 뇌 만들기(Give Bush a Brain)’는 시뮬레이션으로 부시 대통령의 지능을 높이는 게임. ‘더 나은 부시 만들기(Build a Better Bush)’ 등 비슷한 종류가 많이 올라와 있다.
‘부시 연설문 만들기(Make Your Own Bush Speech)’는 부시 대통령의 입 안에 영어 단어를 집어넣는 게임이다. 부시 행정부의 반환경 정책을 꼬집은 ‘부시 때리기(Whack-a-Bush)’도 있다. 부시 대통령의 보수주의와 말실수 등을 퀴즈로 알아보닌 ‘부시주의 퀴즈(Bushism Quiz)’ 등 퀴즈 사이트도 많다.


# 빈라덴도 후세인도 온라인에선 인기

‘부시 인베이더(Bush Invader)’는 전자오락의 고전인 ‘스페이스 인베이더(Space Invader)’를 패러디한 것으로, 2003년 이라크전 전후에 등장했다. 이 게임에서 부시는 조롱의 대상이 아닌 공격자 입장에 서서 이라크 공격에 장애물이 됐던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 한스 블릭스 전 유엔 이라크 사찰단장,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을 폭격한다.
‘작전명:내각을 고쳐라(Operation: Cure the Cabinet)’는 부시 행정부 각료들을 구미에 맞게 뜯어고치는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9·11 음모론 등을 빗댄 ‘음모론 만들기’ 시뮬레이션 놀이 같은 고차원적인 게임들도 눈에 띈다.

부시의 전쟁 상대였던 테러리스트 오사마 빈라덴과 후세인도 온라인 게임의 주요 등장인물들이다. 대부분의 게임에서 이들은 폭파, 살해, 체포의 타깃으로 등장한다. 빈라덴 일당을 볼링 핀으로 놓고 쓰러뜨리는 ‘빈라덴 볼링’, ‘사담 동상 부수기’(Saddam Statue Smashfest)’, ‘사담 수색(Saddam Hunt)’ 같은 것들이 그런 예다.
엄숙한 이슬람 근본주의자 빈라덴에게 엽기적인 옷을 입히거나 치장을 하는 ‘빈라덴 변형놀이(Morph Bin Laden)’, 엽색 행각을 일삼은 것으로 알려진 후세인에게 여자 옷이나 닌자 옷 따위를 입히는 ‘사담의 숨겨진 옷장(Saddam's Secret Wardrobe)’ 같은 게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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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게임 ‘솔리테어’의 패들을 이라크 옛 정권 인사들 얼굴로 바꾼 ‘이라크 현상범 솔리테어’는 2003년 미국이 이라크 점령 뒤 ‘현상수배범 카드’를 배포한 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당시 미국은 후세인 등 이라크 옛 정권 지도부에게 현상금을 걸면서 카드패에 비유, 전쟁을 희화화한다는 비난을 받았으며 곧바로 미국 전쟁지도부를 현상수배범으로 변모시킨 패러디 카드들이 돌았었다. 테러리스트들을 잡아가두고 마음대로 괴롭히는 설정의 ‘알카에다몬(Al Qaedamon)’이라는 시뮬레이션 게임은 미 중앙정보국(CIA)의 테러용의자 물고문 사건이나 국방부의 관타나모 수감자 학대를 연상시켜 보는 이들을 씁쓸하게 만든다.


# ‘수퍼 오바마’와 대선 게임들

사상 최초로 흑인 대통령을 탄생시켰던 올 미국 대선은 온라인 게임에서도 두드러진 소재였지만, 버락 오바마 당선자와 관련된 풍자 게임은 의외로 별로 많지 않다.
2004년 대선 때 달변이면서 말 실수도 잦았던 존 케리 민주당 후보와 부시 대통령의 토론 등을 다룬 게임들이 줄줄이 나왔던 것과 비교할 때 오히려 이례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아직 집권 전인 탓도 있지만, 오바마가 말 실수를 별로 하지 않는 캐릭터여서 우스꽝스런 얘깃거리가 많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오바마를 주인공으로 한 게임 중 눈에 띄는 것은 일본산 인기 게임 ‘수퍼 마리오’의 히어로를 오바마로 바꾼 ‘수퍼 오바마’ 게임 정도다. 나머지 대선 관련 게임 중에는 민주당 후보경선에서 오바마와 대결했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지명자, 공화당 정·부통령 후보였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과 세라 페일린 알래스카 주지사 등을 등장시킨 것이 많다. ‘쿵푸 선거(Kung-fu Election)’라는 게임에는 오바마 부부, 매케인 부부와 양당 부통령 후보들이 쿵푸 자세로 등장해 대결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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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일린과 사냥을(Hunting with Palin)’이라는 게임은 전미총기협회 평생 회원이자 반환경주의자인 페일린을 비꼰 게임이다. 이 게임에서 페일린은 라이플총을 들고 순록과 여우 등 알래스카의 희귀 동물들을 사냥한다. 페일린이 “알래스카에서는 러시아가 보인다”고 말한 것을 빗대, 러시아 미그기를 격추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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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풍자 게임이 미국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국내 웹사이트들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자전거를 타고 달려오면 마우스로 클릭해 없어지게 하는 자전거게임이 올라와 있다. 올봄과 여름을 달군 광우병 논란 때 만들어진 ‘이명박과 광우병 소 맞추기 게임’도 있다. 

최근 ‘부시 신발파동’을 계기로 이 대통령을 신발로 맞추는 게임도 등장했다. 앞서 노무현 전대통령 시절에는 2004년 탄핵 국면에 ‘노무형(노무현의 패러디) 수다맞고’라는 게임이 나와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한국이 게임 천국, 온라인 천국인 것 치고는 아직 정치풍자 게임은 많지 않다. 대통령을 비하했다가는 초등학생도 검찰의 조사를 받는 세상이 된 탓일까.

프랑스에는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을 때려 맞추는 게임들이 있다. 프랑스에서는 얼마 전 아프리카·카리브 흑인들의 종교인 부두(voodoo)의 의식을 본떠 사르코지 대통령의 몸을 바늘로 찌르는 ‘저주 인형’이 만들어졌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인형 판매금지 소송을 냈고, 법원은 “‘이 인형을 이용하는 것은 대통령을 모독하는 것이 될 수 있다’는 경고문을 부착한 뒤 판매하라”고 판결하는 코미디같은 일이 일어났다.

정치인들에겐 곤혹스럽고 모욕적인 경험이 되겠지만, 정치풍자 게임들은 새로운 돈벌이로까지 부상하고 있다. ‘양말과 충격’ 게임을 만든 영국의 웹디자이너 알렉스 튜(24)는 5215파운드(약 1000만원)를 받고 문제의 사이트를 인터넷 부동산업체 푸브라에 팔았다고 BBC방송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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