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첫 책은 이반 일리치의 (허택 옮김, 느린걸음)다. 휴가 길에 가지고 가서 후다닥 읽었다. 얇지만 깊은 이 책에 '후다닥'이라는 말을 붙이니 너무 경박하게 들리지만, 그게 사실이었다. 책의 부제에 메시지가 다 녹아 있다. '시장 상품 인간을 거부하고 쓸모 있는 실업을 할 권리'. 책의 원제는 THE RIGHT TO USEFUL UNEMPLOYMENT이지만 '쓸모 있는 비고용상태'를 말하기 전에 여러 생각들을 산만하게 펼쳐놓는다. 온갖 문제의식을 짧은 에세이 안에 녹여놓았으니, 책장을 덮은 바로 그 순간부터 '생각'은 나의 몫이다. 성인 평균수명은 지난 몇 세대 동안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을 만큼의 변화가 전혀 없었으며, 가장 부유한 나라의 평균 수명은 전 세대보다도 낮아졌고 가난한 나라보다도 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