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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협 칼럼] 여자들은 집에 가지 않는다

노벨평화상을 받은 이란의 여성 인권변호사 시린 에바디는 권위주의 정권에 맞서는 투사다. 하지만 그 자신이 1970년대에는 지금의 이란 체제를 만든 이슬람혁명에 동조했다. 한국 사회도 마찬가지이지만, 전근대에서 근대로 이행한 대부분의 사회가 그랬듯 가부장적이었던 이란에서 에바디는 테헤란국립대학을 졸업하고 법관이 됐다. 회고록에 당시를 회상하는 내용이 나온다. 샤를 비판하는 공개성명에 이름을 올린 그에게, 이슬람주의자인 남성 법관이 묻는다. 혁명 뒤의 국가에서는 당신같은 ‘여성’들의 자리가 없을텐데 왜 이 혁명에 동참하느냐고. 에바디도 이를 몰랐을 리 없지만, 그럼에도 당시의 거대한 불의에 맞서는 길을 선택한다. 예상대로 혁명은 여성 판사 에바디를 법정에서 내몰았다. 혁명은 어떻게 사람을 배반하는가, 그 뼈..

베른트 하인리히, '귀소본능'

수세기 동안 뱀장어 새끼를 본 사람이 없을뿐더러 아직까지도 녀석들이 알을 낳는 모습은 목격된 적이 없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지렁이가 자라 뱀장어가 된다고 믿었다. 투명해서 속이 들여다보이는 이파리처럼 생긴 뱀장어 치어는 대서양에서 목격된 바 있다. 가장 작은 치어는 사르가소해의 버뮤다 제도 남쪽에서 발견됐다. 이 때문에 이 지역은 뱀장어의 원산지, 다시 말해 산란 장소로 추정된다. 녀석들은 해류에 이끌려 플랑크톤처럼 이리저리 움직인다. 일 년이 지나 5~6센티미터 정도 자라면 제법 뱀장어의 형태를 갖추게 되지만 몸체는 여전히 투명하다. 그때쯤이면 녀석들은 헤엄도 치고 냄새로 강을 찾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이렇듯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유생기의 실뱀장어(glass eel)는 연어와 달리 바다 냄..

[구정은의 세상]분리수거 대란? 세계의 쓰레기들은 어디로 갈까

중국이 한국산 재활용 폐기물 수입을 잠시 중단하면서 국내에서 ‘분리수거 대란’이 일어났습니다. 원자재나 상품 못잖게 세계를 이동해 다니는 것들 중 하나가 ‘쓰레기’입니다. 쓰레기들은 어디에서 나와서 어디로 향할까요. 태평양 한가운데의 ‘쓰레기섬’ 플라스틱, 비닐 따위의 쓰레기들이 넘쳐나는 대표적인 장소는 태평양입니다. 여성들뿐 아니라 요즘에는 남성들도 적잖게 애용하는 각질제거제의 스크럽 알갱이들, 미국인들이 대형마트에서 카트에 쌓아 담는 여섯 개 묶음 맥주 팩의 비닐 고리, 페트병 뚜껑, 폴리스티렌 포장, 샌드위치를 쌌던 랩 조각, 검은 비닐봉지, 엉켜서 못 쓰게 된 그물. 잘 썩지 않는 플라스틱이나 비닐 따위로 이뤄진 이런 쓰레기들이 강을 통해 바다로 흘러가 태평양에서 모입니다. 하와이에서 북동쪽으로 ..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책 2권

어찌어찌 근래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책 3권을 연달아 읽었다. 첫번째로 읽은 것은 라는 것인데 그런대로 내용이 알차고 내게는 많이 도움이 됐다. 두번째로 읽은 것은 박정훈의 (개마고원)이다. 책 아주 재미있었고 훌륭해서, 라틴아메리카에 대해 맛뵈기로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널리널리 권해주고 싶다. 이쪽 지역에 대한 책을 누구에게 권해주고 싶어도 마땅한 것이 통 없었는데, 이제야 국내 작가가 쓴 라틴아메리카 개론서가 생긴 느낌. 그래서 몹시 반가웠다. 저자는 오래 전 멕시코에 7년을 체류했고 이후 라틴아메리카 전반에 대해 공부하고 글을 쓰는 분이라고 한다. 라틴아메리카 여러 나라의 역사를 소개하는 책들이 좀 있기는 하지만 그 넓은 지역의 기나긴 역사를 개괄적으로 다룬 것들이어서 머릿속에 제대로 들어와 박히..

딸기네 책방 2018.04.01

[구정은의 세상]서울시장, 베이징시장, 미세먼지

중국 베이징의 천지닝(陳吉寧) 시장은 지린성 태생으로 칭화대에서 환경공학을 전공했다. 영국 런던 임페리얼칼리지에서 1993년 생물화학과 환경시스템 분석 분야의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35세에 칭화대 환경공학부 교수가 됐다. 환경학자로 명성을 쌓았고, 2012년부터 칭화대 총장을 지냈다. 당시 49세, 명문으로 꼽히는 이 대학의 최연소 총장이었다. 그러다가 2015년 1월 환경보호부 부장(환경부 장관)이 됐다. 이때도 리커창 내각에서 가장 젊은 각료였다. 천지닝이 주력한 것은 중국의 최대 현안 중 하나인 ‘스모그와의 전쟁’이었다. 장관이 된 지 2년이 됐을 때 그는 이례적인 ‘자아비판’을 하면서 중국의 대기 질을 획기적으로 높이지 못한 스스로를 책망했다. 베이징과 상하이와 항저우 등 대도시의 미세먼지 농도가 ..

21세기 사회주의

21세기 사회주의 Civil Society and the State in Left-led Latin America (2012년)배리 캐넌·피다 커비 엮음, 정진상 옮김. 삼천리 그동안 읽은 삼천리에서 나온 책들이 대략 2~20% 부족한 점이 있었기에, 이 책도 긴가민가 하는 마음을 가지고 펼쳐들었다. 역시 많이 부족했지만 또한 많이 충실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꽤나 재미있었고, 내게는 도움이 많이 됐다. 혹시라도 이 책을 읽게될 독자들을 위해 먼저 알려주고 싶은 것은, 책(원서)가 나온 것이 2012년이라는 점이다. 국내에서 2017년에 한국어판을 번역출간하면서 보론을 곁들이기는커녕 ‘그 후의 상황’에 대해 옮긴이 주석으로조차 담지 않은 것은 책 읽는 사람 입장에서 용서하기 힘든 부분이다. 책에 나온 ..

딸기네 책방 2018.03.18

[포토 뉴스] ‘평창의 김 여사’ 내일은 어디로?

‘평창의 김여사.’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에서 날마다 열띤 응원을 하고 있는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의 모습이 연일 화제입니다. 동계올림픽보다 상대적으로 관심이 떨어지기 쉬운 패럴림픽에 엄청난 관심을 쏟아부으며 날마다 선수들과 자원봉사자들을 격려하는 김 여사의 모습이 매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져나갑니다. 한 페이스북 사용자는 “김 여사는 패럴림픽 경기들을 모두 다 보고 있는 것 아니냐”며 강릉과 평창에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나타나는 김 여사에 대한 관심을 표명했습니다. 김 여사의 패럴림픽 응원 모습들을 모아봤습니다. 개막식에는 부부동반 김 여사는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지난 9일 오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패럴림픽 개회식에 참석했습니다. 연합뉴스 10일엔 바이애슬론 청와대 제공 10일 오전에는 평..

[기타뉴스]세월호 다큐 내레이션 맡은 정우성, 계속되는 '소신 행보'

배우 정우성. 사진 아티스트컴퍼니 배우 정우성씨가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그날, 바다’의 내레이션을 맡았습니다. 배급사 엣나인필름은 16일 “정우성이 더 많은 이들이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고 기억할 수 있도록 희생된 이들을 기리기 위해 흔쾌히 참여했다”고 밝혔습니다. ▶정우성, 세월호 침몰 원인 규명 과학 다큐멘터리 내레이터 참여 세월호 참사 4주기가 있는 다음달 개봉될 ‘그날, 바다’는 사건 당일 세월호의 항로가 담긴 선박자동식별장치(AIS)의 기록과 탑승객·목격자의 증언, 세월호에 실려있던 차량의 블랙박스 등을 토대로 사고를 재구성한 다큐입니다. 또 물리학 전문가들의 조언을 듣고 컴퓨터 그래픽으로 세월호가 침몰하는 과정을 재현했다고 배급사 측은 밝혔다. ‘백년전쟁’ 등 역사 다큐멘터리를 만들..

필립모리스의 구세주 아이코스? '찌는 담배'는 어떻게 대세가 되었나

‘HNB 담배’. ‘아이코스’나 ‘글로’처럼 ‘태우지 않고 가열하는(heat-not-burn)’ 담배다. 담뱃잎이 타지 않을 정도의 열을 가해 흡연자가 니코틴을 흡수하게 하되 불에 태우지는 않는 담배를 가리킨다. ‘찌는 담배’로 불리는 이런 담배의 역사는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이코스 등의 유행은 새 시장을 개척하기 힘들어진 담배회사들이 오랜 시도와 치밀한 상술 끝에 이뤄낸 성공인 셈이다. 하지만 지난해 한국에도 상륙한 궐련형 전자담배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많다. 실패 거듭한 궐련형 전자담배 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가 찌는 담배의 대표 상품처럼 돼 있지만, 맨 처음 이런 담배를 내놨던 것은 이 회사가 아니었다. R.J.레이놀즈가 1988년 출시한 ‘R.J.레이놀즈 프리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