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책 2권

딸기21 2018. 4. 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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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어찌 근래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책 3권을 연달아 읽었다. 첫번째로 읽은 것은 <21세기 사회주의>라는 것인데 그런대로 내용이 알차고 내게는 많이 도움이 됐다.


두번째로 읽은 것은 박정훈의 <역설과 반전의 대륙>(개마고원)이다. 책 아주 재미있었고 훌륭해서, 라틴아메리카에 대해 맛뵈기로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널리널리 권해주고 싶다. 이쪽 지역에 대한 책을 누구에게 권해주고 싶어도 마땅한 것이 통 없었는데, 이제야 국내 작가가 쓴 라틴아메리카 개론서가 생긴 느낌. 그래서 몹시 반가웠다. 



저자는 오래 전 멕시코에 7년을 체류했고 이후 라틴아메리카 전반에 대해 공부하고 글을 쓰는 분이라고 한다. 라틴아메리카 여러 나라의 역사를 소개하는 책들이 좀 있기는 하지만 그 넓은 지역의 기나긴 역사를 개괄적으로 다룬 것들이어서 머릿속에 제대로 들어와 박히기 어렵고, 또 관심 많이 갈 법한 요즘 일들이 빠져 있어서 아쉬웠다. 


<역설과 반전의 대륙>은 대륙 전체의 긴 역사를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2000년대 이후 대륙의 주요 국가에서 벌어진 사건들을 테마 중심으로 설명해놨다. 칠레 바첼레트 정권과 '마초대륙'에서 떠오른 여성정치, 베네수엘라의 독특한 연립구조와 차베스가 득세했던 배경, 브라질 노동자당은 어떻게 승리했고 어떻게 무너졌나, 사파티스타는 어떻게 멕시코 제도혁명당 71년 권력에 도전했나, 냉전이 끝난 뒤 '고난의 행군' 속에서 쿠바는 어떻게 살아남았나 하는 식으로 테마를 잡았다.


라틴아메리카에서 벌어지는 일들, 예를 들면 차베스의 '21세기 사회주의' 실험이나 쿠바의 개혁개방, 아르헨티나의 채무위기와 브라질 호세프 탄핵같은 것들을 다루는 국내의 글들은 대략 '포퓰리즘 좌파 나쁜놈들'과 '남미 좌파 실험은 다 좋아' 식의 양극단에 있는 경우가 많았다. 저자는 그런 함정을 피하면서 사건의 맥락과 의미를 '짧고 쉽게' 하지만 내실 있게 설명해준다. 의미를 충분히 부여하면서 요점정리를 잘 해주니 맛뵈기 책으로 딱이다. 남미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담아 드라마틱한 순간을 충분히 극적으로 전하면서 거리감과 냉정한 평가를 잊지 않는다.



<알라메다의 남쪽>(돌베개)은 글과 그림이 반반 정도 비중으로 들어 있는 책이다. 산티아고의 한 사립고등학교에서 2006년의 '펭귄 혁명'에 참여한 학생이 적은 기록 형식으로 돼 있다. 무엇보다 그림이 멋지다. 임수진 선생이 옮겼는데, 번역도 역자 후기도 모두 훌륭. 교육법을 바꾸고 교육인프라를 확충하라고 요구하고 나선 학생들의 학교 점거농성을 다뤘는데 당시 사건의 '내용'보다는 청소년들이 농성에서 느끼고 배우는 것들을 보여주는 게 재미있다. 당시 펭귄 혁명에 대해서는 '21세기 사회주의'에 자세하게 나와 있고... 



그림을 넘기다 보면 자연스레 칠레 사람들의 오랜 저항의 역사, 칠레 사회의 분위기를 느끼게 된다. 처음으로 칠레에 가보고 싶어졌다. 산티아고, 알라메다, 이름도 멋지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