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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당연한 권리, 시민배당

딸기21 2018. 1. 30.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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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당연한 권리, 시민배당

피터 반스. 위대선 옮김. 갈마바람



재미있다. 기본소득 대신에 '배당'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명료하고 아이디어도 귀에 쏙쏙 들어오고 설득력도 있고. 사회를 그 쪽으로 움직여가는 건 모두의 일. 



대규모 중산층은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남긴 여러 위대한 발명품 가운데 하나지만, 그 같은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미국의 각 주가 부모가 소유한 땅을 장남이 모두 상속하는 봉건적 체제인 '장자상속법'을 하나하나 없애 나가는 동안, 초기 의회는 보편 공공 교육을 실행하기 위해 도시를 새로 건설할 때마다 땅을 확보했다. 

상황은 산업화, 이민, 강도 귀족이 출현하면서 바뀌었다. 도시에는 공장 노동자 계급이 대규모로 출현했다. 이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반세기 동안 투쟁한 결과, 임금은 상승하고 노동 시간은 줄었으며 주거비와 고등 교육비는 대부분이 감당할 만해졌다. 세계 최초로 탈농업 경제에서 중산층이 대규모로 탄생하며 ‘건국의 아버지들’이 품었던 희망이 실현된 것이다. 

미국의 중산층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25년 동안 황금기를 보냈다. 전쟁이 끝난 뒤에 만들어진 제대군인원호법 GI Bill 덕분에 제대 군인 2000만 명이 대희에 다니고 집을 살 수 있게 되면서 탄탄한 중산층으로 뿌리를 내렸던 것이다. (45쪽)


미국이 교육에 지금보다 더 많이 투자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하지만 교육이 불평등을 개선하거나 대규모의 중산층을 지탱할 것이라고 우리 자신을 기만해서는 안 된다. 이는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학 졸업자가 쏟아지면 고소득 일자리가 더 많이 창출되는 것은 아니다. 대학 졸업자의 공급을 늘린다고 해서 대학 졸업자수나 이들에게 적용되는 임금률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택시 운전사, 판매원, 목수의 학력은 높아지겠지만 급여는 결코 높아지지 않는다. 실제로는 대학을 졸업한 젊은이들이 이미 직면하고 있는 급여 감소와 복지 악화가 심화되고, 대학 졸업자 모두의 임금이 낮아지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다. (56쪽)



1992년 미국의 수학자 조슈아 엡스타인과 로버트 액스탤은 컴퓨터 기술로 시장경제를 시뮬레이션해 '슈가스케이프'라고 부르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불평등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관찰했다. 슈가스케이프는 무작위로 설탕이 깔린 공간을 만들고 그 위에 설탕을 찾아다니는개체를 배치하면서 시작한다. 개체 각각은 능력을 무작위로 배분받는다. 예컨대 어떤 개체는 시야가 넓고 어떤 개체는 힘이 세다. 컴퓨터가 연산을 반복할 때마다 각 개체는 자기 시야가 닿는 범위 안에서 설탕을 탐색한 뒤 가장 많이 쌓인 곳으로 이동하며 그 과정에서 설탕을 연소하고, 도착한 곳에서 셜탕을 섭취한다. 

컴퓨터는 각 개체가 움직일 때마다 매번 축적한 설탕 양을 계산하고 이를 기준으로 개체를 10등급으로 나누어 부가 분배되는 흐름을 추적한다. 이 게임을 시작할 때 부의 분배 현황은 정규 분포를 따라 부유한 개체와 가난한 개체는 소수이고 중간층이 다수인 형태로 나타난다. 하지만 게임이 진행될수록 중간층이 줄어들면서 부가 집중된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엡스타인과 액스텔은 여러 가설을 세웠다. 하나는 개체가 태어나는 장소의 설탕 양, 즉 천연자원이 부의 분배와 관계된다는 것이었다. 또 하나는 개체가 타고난 유전적 능력이 반영된다고 했다. 하지만 결론을 말하자면 두 가설 모두 틀렸다. 만일 게임이 끝날 때 부가 분배된 상태가 시작점이나 능력같이 무작위인 (따라서 매우 균등한) 분배 현황과 연관된다면, 부의 분배 역시 매우 균등해야 할 것이고 중산층도 계속 다수가 될 것이다. 부의 80퍼센트가 개체 가운데 20퍼센트에 집중되는 이유는, 계산을 반복할 때마다 작은 차이가 증폭되기 때문이다. 자기강화 피드백이 발생하면서 불평등이 계속 확대된다. 이 과정을 상쇄할 피드백이 없으면 처음에는 격차가 미미했더라도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점점 벌어진다. 

우리의 승자독식 경제에 존재하는 누적 효과 때문에 보상이 극단적으로 달라지는 것이다. 덜 불공평한 결과를 얻으려면, 균등화를 만드는 흐름을 체계 안에 만드는 수법 밖에 없다. (67쪽)



첫째, 노동에 기반을 두지 않는 소득을 전달할 새로운 배관이 필요하다. 둘째, 새로운 배관은 견고하게 설치되어야 한다. 자금을 공급할 때마다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면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낮다. 셋째, 배관은 대중에게 광범위한 지지를 받아야 하며, 계속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정치 성향이 다양한 모든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 (70쪽)


사회보험은 세법 또는 다른 대부분의 공공 정책보다 훨씬 튼튼하다. 정책이라기보다는 자금을 스스로 조달하는 제도의 집합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의 삶에 깊이 뿌리내린다. 사람들은 정기적으로 돈을 납부하고, 약속대로 돈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러한 제도를 다시 없애기는 쉽지 않다. 

또한 보편적 가입을 채택하면 수혜 기준을 설정할 경우에 따라오는 모멸적 차별을 피할 수 있다. 요약하면 선별적 복지는 사회를 분열시키고, 보편적 복지는 사회를 통합한다. (75쪽)



미국에서 부를 이루는 방식이 내게는 언제나 수수께끼였다. 부자가 되려면 당연히 재능도 있고 일도 열심히 해야겠지만, 부자들이 모은 재산 규모는 이 두 가지를 정당하게 보상하는 수준을 훨씬 넘어선다. 우리 경제 안 어딘가에는 정당한 보상을 터무니없는 부로 바꾸는 증폭기가 숨어 있다. 

예를 들어 30만 달러를 내고 집을 샀다가 나중에 40만 달러를 받고 판다면 차액, 자본이득 capital gain이 들어온다. 자본이득 함수에 포함된 인구 증가나 교육 여건, 대중교통 등의 여러 변수는 집주인의 노동이나 재능과는 무관하다. 이들 변수는 사회 현상 또는 정부의 개입이 낳은 결과다. 

이처럼 사회에서 받은 선물은 금융 지렛대 효과 덕분에 더욱 커진다. 집을 살 때 3만 달러만 자기 돈으로 내고 나머지는 빌렸다고 해보자. 대출 잔액이 20만 달러 남았을 때 집을 40만 달러에 팔았다면 대출액을 모두 갚고도 20만 달러가 남는다. 17만 달러의 순이익을 남기며 거래를 끝냈으니 자산을 사고판 투자수익률은 467퍼센트가 되는 것이다. 이를 가리켜 소스타인 베블런은 한 세기 전에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했다. 

창업자가 비상장 기업을 상장할 때도 비슷한 지렛대 효과가 나타난다. 이를 차입 지렛대 효과 debt leverage에 대비해 자본 지렛대 효과 equity leverage라 할 수 있는데, 차입 지렛대 효과보다 훨씬 극적인 효과를 나타낸다. 자본 지렛대 효과란 현재 자산 가격에 미래의 예상 수익을 반영해, 미래에 실현될 수도 있고 실현되지 않을 수도 있는 잠정 수익의 총합을 주식 매도자에게 주는 것이다.

부자들이 부를 만들어내는 원천은 대부분 앞에서 말한 요소보다도 눈에 띄지 않는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주식가치 중 상당부분, 아니 사실상 대부분은 네트워크 효과, 시장 지배력, 우리 정부가 아무 대가도 받지 않고 준 선물인 저작권 보호 등 체제의 특성에서 비롯된다. 사유재산이라고 하는 것 가운데 그 재산의 주인이 진정 스스로 벌었다기보다 이런 과정을 거쳐 얻은 뒤에 체제를 통해 증폭한 부분은 대체 얼마나 될까? 노벨상을 수상한 경제학자 허버트 사이먼은 이렇게 답했다. "우리가 '스스로 벌었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은 기껏해야 소득 중 5분의 1 정도다. 나머지는 엄청나게 생산성이 높은 사회 체제에 속한 덕분에 세습한 재산이다." (84-87쪽)



소수가 착취하는 돈이 아니라 다수가 공유하고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잠재력이 있는 돈을 나는 '순환하는 초과이윤'이라고 부를 것이다. 기업이 시장 지배력이나 정치력, 또는 이 둘 모두를 갖춘 덕분에 경쟁시장보다 높은 가격을 매겨 거두어들이는 것은 착취되는 초과이윤이다. 반면에 순환하는 초과이윤은 우리가 공동으로 소유한 자산을 사용하는 기업으로부터 우리가 공동 소유주로서 받는 돈이다. 이때도 가격이 높아지기는 마찬가지지만 이유는 합당하다. 기업이 현재 사회, 자연, 미래 세대에게 전가하는 비용을 부담하게 만들고, 착취되는 초과이윤을 상쇄하는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착취되는 초과이윤은 기업의 소수 대주주에게 흘러 들어간다. 반면 순환하는 초과이윤은 모두에게 동등하게 돌아간다. 

순환하는 초과이윤을 키우는 방법을 이해하려면 먼저 공유재의 외부효과라는 개념을 더 살펴보아야 한다. 공유재 가운데는 공기, 강 유역, 숲과 비옥한 평원 등 우리 모두가 물려받은 자연의 선물이 있다. 과학과 기술, 법과 정치 체계, 금융기반시설 등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수많은 공유재도 있다. 

그런데 '경제 체계 자산'이라고 부를 만한 또 다른 공유제도 있다. 우리 경제 자체의 규모와 시너지 덕분에 부가된 가치다. 어떤 기업도 경제 체계를 벗어나 혼자서는 결코 번영할 수 없다. 이를 '공동재산' 또는 '공공 재산'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사유재산이라는 알을 낳는 거위다. (99-100쪽)


초과이윤을 맨 먼저 받아야 할 정당한 권리는 우리, 바로 시민들에게 있다. 첫째, 초과이윤을 우리 자신에게 지불하면 월스트리트나 빌 게이츠, 아니면 사우디 왕족들에게 지불했을 때와 매우 다른 효과를 낼 것이다. 그렇게 하면 자연의 남용도 막고, 가격이 비싸져서 더 낸 돈이 우리 가족과 경제에 가장 유용하게 쓰일 곳, 바로 우리 자신의 주머니로 돌아올 것이다. 

둘째, 순환하는 초과이윤은 정치 흐름이 바뀔 때마다 변화하는 정책과는 다르다. 한번 설치되면 영원히 돈을 순환시켜, 정부가 바뀌어도 계속 다수의 중산층을 지탱하고 지구를 더욱 건강하게 만드는 배관이다. 셋째, 순환하는 초과이윤은 어쨌든 재산소득이며 정부를 확대하지 않는다. 따라서 중도, 좌파, 우파를 가리지 않고 유권자와 정치인 모두에게 매력적이거나 적어도 불쾌하지는 않다. (106쪽)



시민소득 또는 기본소득보장은 정부가 일반 세금으로 거두어 모두에게 동일한 액수로 지급하는 돈이다. 경제학자 로버트 시어볼드와 노벨상 수상자 제임스 토빈이 대표적인 지지자다. 폴 새뮤얼슨,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를 포함한 경제학자 1200명은 1968년에 이 같은 생각을 지지하는 문서에 서명했다. 4년 뒤에는 토빈에게 자문을 받은 대통령 후보 조지 맥거번이 소득에 상관없이 모든 국민에게 1인당 연간 1000달러를 지급하는 신중한 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국민보조금 demogrant'이라 불린 이 안은 제대로 설명되지 않아 크게 오해를 받던 끝에 철회됐다. (122쪽)


최저보장소득은 일반 세금을 재원으로 사용한다는 데서는 시민소득과 유사하지만 대상이 보편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 모델 중 가장 유명한 형태는 밀턴 프리드먼이 1962년에 처음 제안한 역소득세 negative income tax다. 정치적 합의를 통해 설정한 연간 수입 하한선보다 적게 버는 사람에게 차액만큼 세금 환급을 하자는 것이었다. 

미국 하원이 일종의 역소득세제를 채택하는 데 가장 근접했던 때는 1970년이다. 미국 도시에서 폭동이 일어난 지 몇 년이 지난 뒤였던 당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이른바 가족부조계획 Family Assistance Plan을 제안했다. 4인 가족 모두가 적정한 생활 수준을 유지하는 데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최소한의 연간 소득 1600달러를 얻도록 보장해, 도시 빈민층을 돕거나 적어도 진정시키는 데 목적을 두었다. 닉슨이 제출한 법안은 하원을 통과했지만 상원에서 부결되었다. 재미있는 점은 복지를 감축한다는 내용이 없다는 이유 때문에 프리드먼이 이 계획에 반대하는 운동을 펼쳤다는 사실이다. 역소득세제의 규모를 줄인 형태가 저소득 근로자에게 초점을 맞춘 근로장려세제 Earned Income Tax Credit다. (124쪽)


루이스 켈소는 종업원지주제도를 창안한 것으로 유명하며 현재 종업원지주제도에 가입한 미국인은 약 1000만명이다. 켈소의 주장에 따르면 오늘날 경제의 생산성 향상은 대부분 노동이 아니라 새로운 기술과 시스템에서 일어난다. 노동자보다는 자본가가 기술과 시스템에서 훨씬 큰 이익을 얻는다. 이를 민주주의적이자 자본주의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더 많은 사람이 회사 주식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켈소가 제시한 아이디어는 신탁기금에 자금을 출연해 자사주를 매입하고 거기에 세금 혜택을 주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종업원지주제도는 이 제도를 채택한 회사의 직원에게만 가입 자격이 있으며, 한 회사의 주식에 집중 투자를 했을 때 발생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모두에게 가입 자격을 주고 여러 회사의 주식에 분산 투자를 한다면 종업원지주제도를 확장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2007년 이 같은 계획을 제시한 사람이 오스트리아 출신의 자유주의 경제학자 루트비히 폰 미제스를 추종하는 드와이트 머피다. 머피는 모두가 회사 주식에서 수입을 얻는 '공유 시장경제'를 제안했다. 핵심은 정치에서 독립을 보장받는 일단의 뮤추얼펀드에 있다. 펀드들은 다양한 업종의 회사에 투자한다. 시간이 흐르면 펀드는 상당한 자산을 축적하고, 알래스카 영구기금이 그랬듯이 수익을 배당한다. (126쪽)


내가 여기서 신경 쓰는 것은 모델 각각의 특징이 아니라 그 기본을 이루는 철학적, 정치적 선택이다. 빈곤을 줄이는 것이 목표라면 필요한 사람에게 자격을 주는 방안이 좋을 수 있다. 하지만 다수의 중산층을 지탱하는 것이 목표라면 자격을 보편적으로 부여할 때 효과가 훨씬 크다. 또한 필요에 따라 분배하면 일할 유인이 줄어들기 때문에 빈곤층보다 중산층에서 더 많은 지지를 이끌어낼 수 없을 것이다. 프로그램에 수혜 기준이 설정돼 있을 경우 수혜자의 수입이 늘어나면 혜택은 반드시 줄어든다.

반면 보편적 분배는 모든 구성원을 한 배에 태우기 때문에 사회를 통합한다. 모든 사람이 받는 소득은 선물이 아니라 날 때부터 지닌 권리다. 수혜 기준도, 일을 하면 받는 불이익도 없다. 이렇게 되면 심리가, 정치가 바뀐다. 악인 취급을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광범위한 유권자 덕분에 체계는 정치적 공격을 막아낸다.

돈을 받을 필요가 없는 빌 게이츠에게 왜 돈을 주는가? 그 이유는, 폭넓은 중산층을 유지하는 데 목표가 있다면 부유층 몇 퍼센트를 제외함으로써 절약하는 돈은 몇 푼 안 되는 반면 광범위한 정치적 지원을 잃는 대가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재원을 어디에서 마련해야 하는지에 대해 답하자면, 개인과 고용주의 기여분, 세금, 공유재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 개인과 고융주에게 기여받는 방식은 사회보장제도나 메디케어같은 퇴직금 및 보험제도에는 적절하지만 이를 가지고 노동소득을 보충하는 데는 적절하지 않다. 세금은 정치 전쟁이 끊이지 않는 전쟁터다. 세금을 통해서 들어오는 돈은 아마 시민에게 배당을 주기보다는 정부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연방정부의 부채를 줄이는 데 사용될 것이다. (128쪽)



공유재는 이와는 다른 경쟁의 장을 제공한다. 사용료를 내는 사람은 그 대가로 일정한 이익을 얻는다. 둘째 사용료는 생태계, 주파수, 화폐제도같은 다른 사람의 재산을 사용할 권리를 얻으려고 지불하는 것이다. 공유재에서 나오는 배당은 세금을 올리지도, 부채를 늘리지도, 정부를 키우지도, 자유를 줄이지도 않는다. (130쪽)


이익을 배당받을 공유재라는 항아리에는 다양한 자산이 들어가야 하며, 그 중에서도 산업폐기물이 흘러들어가는 목적지, 특히 대기가 우선이다. 이 외의 자산으로는 우리의 금융기반시설, 주파수, 지적재산권 보호제도 등을 고려할 만하다. 화폐제도가 여기에 포함되는 이유는 신용창출 권한을 부여한 미국 헌법 제1조에서 찾을 수 있다. 은행이 실패하면 사태를 수습하는 사람은 국민이다. 화폐를 발행하는 데서 나오는 혜택을 누려야 할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우리여야 한다. (135쪽)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조용한 진전이 있었다. 공화당 주지사 아놀드 슈워제네거는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한 주 의회와 긴밀하게 협력해서 2006년에 지구온난화대책법, 간단히 'AB법 Assembly Bill32'라 불리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주 탄소배출량을 2020년까지 1990년 수준으로 줄여야 하며 그 수단인 배출권거래제가 2013년에 실행됐다. 배출권 가운데 일부는 경매되지만 대부분은 기존의 공해 유발자에게 우선 무상으로 주어진다. 상쇄권 역시 허용된다. 

하지만 캘리포니아 대기자원위원회(CARB)가 배출권을 무상으로 배분한 뒤, 캘리포니아 공공시설위원회는 CARB가 전력회사들에 무상으로 준 배출권의 가치가 원래 전력회사들 것이 아니라 주민에게 속한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전력회사들이 받은 배출권을 판매하고 대가를 100% 고객에게 돌려주라고 명령했다. 게다가 주에 거주하는 고객, 즉 주민에게 동일한 '기후 배당'을 지급하라고도 명령했다. 그것이 지금 시행되고 있다. (168쪽)


버몬트 주에서는 입법자들이 공해 배출권, 지하수 채취 사용료 등에서 수익을 얻는 공유자산기금을 만드는 법안을 고려하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에 있는 체로키족 일파는 부족이 소유한 도박장 수익 중 반을 부족원에게 동등하게 배당하는 안을 투표로 가결했으며 2012년 배당 총액은 1인당 약 8000달러였다. 오리건 주 셔먼 카운티에서는 대형 풍력발전소 몇 곳에서 세금과 사용료를 얻어 가구마다 매년 590달러씩을 배당한다. (182쪽)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보유한 자산은 노르웨이인 한 사람당 100만 달러가 넘는다. 여기서 4퍼센트를 배당하면 국민 모두가 1년에 4만 달러 정도를 받을 것이다. 기금은 이 4퍼센트를 정부에 지급한다. 정부는 무상 의료 등을 제공하므로 노르웨이인들은 기꺼이 이런 방식으로 정부에 자금을 댄다. (184쪽)


공유재 기금에 자산을 모두 얼마나 넣어야 하느냐. 나는 이렇게 제안한다. 사회가 항아리가 가득 찼다고 합의할 때까지 계속 넣자는 것이다. 장기적인 목표는 노동소득을 상당 부분 보충할 만큼 모든 사람에게 배당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언제 그 목표가 달성되느냐는 사람들이 정치를 통해서 결정할 문제다. 

1년에 1인당 5000달러를 받으면 어떻게 될지 생각해보자. 어린아이가 태어나서 배당을 받아 투자하면 학자금 대출을 받지 않고 공립 대학을 마치는 데 충분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중년층이 1인당 5000달러를 받는다면 연간 8만 달러를 벌던 4인 가족은 소득을 25퍼센트 더 얻게 된다. 노년층은 사회보장제도에서 받는 평균 수당에 약 30퍼센트를 더 받게 된다.

게으름을 조장한다는 주장에는 증명할만한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논리적이지도 않다. 왜 그런 위험은 빈곤층과 중산층에만 적용되고 부유층에는 적용되지 않을까? 왜 부유층만 다행스럽게도 비노동소득이 야기하는 위험에 면역력을 갖추었을까?  (140쪽)



공유제 배당이 이뤄지려면 대여하는 행위가 정당화될 만큼 충분한 수입이 나와야 한다.

  • 공기

2009년 발의된 캔트웰-콜린스 법안에 나온 공식을 적용하면 2033년 탄소허가권 수입은 2013년 가치 기준으로 870억 달러에서 3090억 달러 사이가 되며 중간점은 1980억 달러다.

  • 금융기반시설

최소한 두 가지 방법을 실행해서 금융기반시설의 혜택을 더욱 공평하게 공유해야 한다. 즉 그 안에서 일어나는 거래에 약간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은행 대출보다는 배당을 통해 신용 창출을 하는 것이다. 매사추세츠 대학교 애머스트의 로버트 폴린과 제임스 하인츠가 2012년에 추정한 결과를 사용해 나온 수입 총액은 3520억 달러다.

  • 지적재산권 보호

상무부 연구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엔터테인먼트, 제약 등 15개 산업에서 창출된 가치는 2010년에 1.6조 달러에 이른다. 이들 산업에 영국 부가가치 세율과 같이 20퍼센트를 적용하면 3200억 달러가 나온다.

  • 주파수

주파수는 공공 소유지만 실제로는 대부분 민간 방송사와 통신사에 판매되거나 주어진다. 미국 상무부 경제분석국에 따르면 방송 및 통신 산업이 더한 가치는 1998년부터 2011년 사이 평균 기준으로 GDP의 2.5%를 차지했다. 이를 2013년 GDP에 적용하면 부가가치는 4180억 달러다. 역시 부가가치 세율 20%를 부과하면 배당 재원 840억 달러가 창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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