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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탈리아, 터키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터키 남부, 지중해에 면한 안탈리아의 작은 항구. 안탈리아는 '터키에서 가장 아름다운곳'으로 꼽히는 곳인데 한국 관광객들은 거의 없다. 한국 관광객들은 다들 카파도키아나 파묵칼레, 이스탄불처럼 '유명한' 곳에 집중하는 탓에. 하지만 우리에겐 아마도 이 여행에서 최고의 관광지가 아니었던가 싶다. 저 곳에서 무려 5박을 했으니까. 에게해 연안 쿠샤다시에서 버스를 타고 8시간. 가는 길에는 평원과 터키의 독특한 지형들이 펼쳐져서 구경을 할 수 있었고, 그리고 안탈리아에는 지중해가 있었다. 호텔 거리가 너무너무 이뻤다. 옛날 지중해식 저택들을 겉모습 그대로 두고 개조한 작은 호텔들이 모여있는 골목. 우리도 그 중 한 곳의 ARGOS라는 호텔로 숙소를 정했다. 집들로 둘러싸인 안마당엔 작지만 깨끗하고 깊은 ^^ ..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케임브리지 중국사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케임브리지 중국사 The Cambridge Illustrated History of China 패트리샤 버클리 에브리 (지은이) | 윤미경 | 이동진 (옮긴이) | 시공사 | 2001-04-25 책을 읽으면서 나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까짓거, 재미없고 영양가 없는 책이라면 그냥 읽기를 포기하고 던져버리면 된다. 굳이 인내심을 시험해가면서까지 읽어야 하는 책이란, 대저 내용 자체는 꽤 괜찮거나 그럭저럭 쓸만한 편임에도 불구하고 번역이라든지, 내용 외적인 무언가가 맘에 안들어서 꾸역꾸역 참아가며 봐야하는 그런 책을 말함이니.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케임브리지 중국사', 거창한 제목에 '시공 아크로총서 2'라는 그럴싸한 브랜드네임이 붙은 이 책이 그 중의 한권이..

딸기네 책방 2004.11.17

일본은 있뜨라

일본엔 참 서점이 많다. 전여옥이 '일본은 없다'에서 일본 사람들 전철안에서 만화책밖에 안 본다고 했는데, 사실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하철 안에서 책 읽는 사람들 많다. 일본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개중에는 만화책을 보는 사람들도 있고, 뭔가 내가 알 수 없는(문맹;;)책을 보는 사람들도 있다. 숫자로 따지면 후자가 당연히 훨씬 많다. 더 놀라운 것은 땅값이 비싸보이는 곳에 버젓이 서점들이 있다는 사실! 와나캣이 전에 도쿄에 왔을 때 시내구경을 나갔다가 긴자 복판의 대형서점이 붐비는 것을 보고서 놀랐던 적이 있다. 도쿄에는 규모가 큰 전철역마다 백화점이 있다(도쿄는 철도회사들이 거의 도시개발을 맡아 했기 때문에 철도회사들이 주요 전철역과 백화점 등등을 모두 소유하고 있다). 우리동네 카마타 역도 그렇..

덩샤오핑 평전- 작고 평범한 덩씨.

덩샤오핑 평전 Deng : A Political Biography (1997) 벤저민 양 (지은이) | 권기대 (옮긴이) | 황금가지 | 2004-08-20 덩샤오핑이라고라고라... 덩샤오핑의 평전이라고라고라... 덩샤오핑. 너무 거대한 이름이라서, 책을 손에 쥐기까지 우습게도 나는 조금 쉽지 않은 여러가지 생각의 단계들을 거쳐야 했다. 마오쩌둥과 함께 현대중국을 만든 지도자, 13억 중국의 현재를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 '개혁개방의 설계사',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장강을 헤엄쳐 건너 세계를 놀라게했던 작은 거인. 덩샤오핑이라는 인물에 접근하는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고, 어떤 책을 읽어야 과연 이 사람의 진솔한 모습을 볼 수 있을지 고민이 됐다. 또한 어떤 책을 읽은들 이 사람의..

딸기네 책방 2004.11.12

이 사람의 죽음 - 야세르 아라파트

"지금 나는 한 손에 올리브 가지를, 한 손에는 총을 들고 있다. 내 손이 올리브 가지를 놓지 않게 해 달라" 이스라엘이 중동 각국을 상대로 연이은 전쟁을 치르면서 국가로서의 면모를 나날이 일신하고 있던 1970년대, 유엔 총회장에 망명자의 신분으로 나타나 세계를 상대로 연설을 했던 그 사람, 이제 거의 죽어가는 모양이다. 방금 전 뉴스를 보니 혼수상태에 빠졌다고 하는데, 뉴스 나오는 형식을 보니까 거의 가망이 없는 듯하다. 죽음을 눈 앞에 둔 그 사람, 그리고 싫든 좋든 그를 보내야만 하는 팔레스타인의 민중들. 팔레스타인 민족해방운동의 상징이었던 야세르 아라파트는 1929년 이집트의 카이로에서 태어났다. 아버지의 집안은 아마도 무명의 상인 집안이었던 듯하며, 알려진 바가 별로 없다. '민족해방운동의 지..

무질서의 지배자 마오쩌둥

무질서의 지배자 마오쩌둥 조너선 D. 스펜스 (지은이) | 남경태 (옮긴이) | 푸른숲 | 2003-10-24 조너선 스펜서의 책이라면 무조건 별 다섯개를 주고 보는 것이 나의 버릇 아닌 버릇이건만, 이 책은 국내에 출간된 스펜서 책들 중에서 확실히 태작이다. 분량이 짧다. 마오쩌둥을 좋아하건 안 좋아하건, 영웅으로 칭송하건 독재자라 욕하건 간에, 명색이 당대의 중국 전문가인 스펜스같은 학자라면 이정도 분량으로 다룰 인물이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 스펜스가 개인적으로 마오쩌둥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가? 어쩌면 그런지도 모르겠다. 또한 그것은 나하고 별로 상관 없는 일이기도 하다. 학자에게도 취향이 있을 것이고, 글 쓰는 스타일이 있을 터이니깐. 스펜스는 1차 사료를 독특하고 재미난 방식으로 '요리'해서 일..

딸기네 책방 2004.11.08

해석에 반대한다

해석에 반대한다 Against Interpretation (1966) 수잔 손택 (지은이) | 이민아 (옮긴이) | 이후 | 2002-09-09 수전 손택의 '타인의 고통'을 최근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이 책을 주문했다. 결과는... 참담하다. 대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테마가 뭔지, 그걸 잘 모르겠단 말이다. 손택은 유명한 문화비평가이고, 이 책은 손택이 1960년대 초중반에 썼던 평론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아마도 당시는 손택이 이름 그대로의 '평론가' 활동에 가장 열심이었을 시기였던 것 같다. 따라서 이 책에 나타난 손택의 모습은 '타인의 고통'에 나온 것과 같은, '실천하는 지식인'으로서의 면모와는 사뭇 다르다. '타인의 고통'이나, 그 밖에 손택이 뉴욕타임스 같은 언론에 기고했던 ..

딸기네 책방 2004.11.08

이슬람 미술

이슬람 미술 셰일라 블레어 | 조너선 블룸 (지은이) | 강주헌 (옮긴이) | 한길아트 | 2003-01-15 이런 책이 나와있다는 사실 자체에 별 다섯개를 주고 싶다. 솔직히 책 자체로만 보자면 별다섯개 짜리는 아니다. 명실상부한 '개론서'로서 장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슬람 자체에 대한 책들도 변변히 없는 우리나라에서, 이슬람 미술에 대해 제법 알차게 소개한 이런 책이 나와있다는 것이 어디인가. 한길아트에서 시리즈로 나온 책들 중 하나인데, 이런 미술 시리즈 중에 우리나라 사람이 쓴 책이 한권도 없다는 사실이 아쉽긴 하지만 그런것까지 별점 매기는데 고려할 필요는 없을 것이고. 개론서로서 장점을 말해보자면, 도판이 많은데다가 화질이 그런대로 좋다는 점이다(책값이 비싼 이유가 되기도 하겠지만). ..

딸기네 책방 2004.11.05

슬라보예 지젝, '삐딱하게 보기'

삐딱하게 보기 Looking Awry 슬라보예 지젝 (지은이) | 김소연 (옮긴이) | 시각과언어 | 1995-03-01 라캉도 모르면서 지젝을 읽는다? 나는 라캉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 라캉이라는 이름은 여기저기서 봤지만 도대체가 머리가 아파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젝의 책을 읽고난 느낌은 한마디로 '재미있었다'가 되겠스무니다... 라캉을 모르면서 지젝을 읽는 만용을 저지른 보람은 충분히 있었다. 라캉을 모르기 때문에 지젝을 읽었고, 지젝이라는 훌륭한 선생님을 따라서 '라캉식으로 대중문화 삐딱하게 보기'를 하는 작업은 재미있었다. 이 책은 라캉의 이론을 대중문화 작품들을 통해 해석해주는 것이기도 하고, 대중문화 작품들을 라캉의 눈을 빌어 들여다보는 것이기도 하다. 책은 현실과 실재, 욕망과 충동..

딸기네 책방 2004.11.05

소식들

며칠에 한번씩 메일을 확인해보면, 스팸메일이 하루 100통 꼴로 와 있다.오로지 지우기 위해 메일함을 열어야 한다니. 이틀간 안 열어봤더니 188통의 메일이 와르르... 그리고 그 중에,‘진짜 편지’는 오직 세 통. 좋아하는 선배에게서 온 소식.봄에 연락하고 안 했기 때문에 아주 오랜만이어서, 안부인사로 시작.여행 잘 다녀왔느냐는 물음, “돌아오면 할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돈 내고 마이크 잡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따뜻한 농담 한마디. 이제 중년이 된 선배는 여고 동창들과 재즈 댄스를 배우고 있단다. 나까지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두번째는 너무나 충격적인-- 친구의 결혼소식.왜 충격일까? 글쎄, 너무 놀랐다고 할까. 대체 언제 결혼할지 항상 궁금했었는데하필 내가 없을 때 결혼한다고 하니깐 억울하고 화가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