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무질서의 지배자 마오쩌둥

딸기21 2004. 11. 8.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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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질서의 지배자 마오쩌둥 
조너선 D. 스펜스 (지은이) | 남경태 (옮긴이) | 푸른숲 | 2003-10-24


조너선 스펜서의 책이라면 무조건 별 다섯개를 주고 보는 것이 나의 버릇 아닌 버릇이건만, 이 책은 국내에 출간된 스펜서 책들 중에서 확실히 태작이다. 분량이 짧다. 마오쩌둥을 좋아하건 안 좋아하건, 영웅으로 칭송하건 독재자라 욕하건 간에, 명색이 당대의 중국 전문가인 스펜스같은 학자라면 이정도 분량으로 다룰 인물이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 


스펜스가 개인적으로 마오쩌둥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가? 어쩌면 그런지도 모르겠다. 또한 그것은 나하고 별로 상관 없는 일이기도 하다. 학자에게도 취향이 있을 것이고, 글 쓰는 스타일이 있을 터이니깐. 


스펜스는 1차 사료를 독특하고 재미난 방식으로 '요리'해서 일반 독자들에게 소개하는데에 탁월한 재능이 있는 저술가다. 이 책 또한, 분량은 적지만 방대한 사료를 참조해서 썼다고 봐야겠다. 간략히 말하자면 스펜스는 마오쩌둥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가 마오에 대해 내린 평가는 '담대한 혁명가에서 독재자로 변해버렸다' 정도로 요약될 수 있을 것 같다. 혁명 초창기(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전) 마오에 대한 묘사에서도 애정어린 시선은 별로 나타나지 않지만, 후기(집권 이후~문혁)의 마오를 보는 스펜스의 눈은 몹시 냉랭하다. 물론 문혁이니 홍위병이니 하는 것들에 대해서까지 찬양 섞인 평가를 하는 학자들이 (중국 밖에서) 누가 있을까마는. 

스펜스는 책 제목에서 마오의 이름 앞에 '무질서의 지배자'라는 타이틀을 붙이고, 친절히 이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옛날 유럽에서 크리스마스 무렵 잠시 '야자타임'처럼 신분의 지위를 역전시키고 노는 풍습이 있었고, 이때 사회를 맡아 '높은 사람'역할을 하는 낮은 사람을 '무질서의 지배자'라 불렀었다고. 


저자가 마오를 어떻게 보는지 분명히 알게 해주는 부분이다. 굳이 좋게 해석하자면 글자 그대로 마오는 무질서한 중국을 통일해 지배자가 된 인물임을 강조하는 표현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스펜스의 의중은 분명 그것은 아닌 듯하다. 마오가 짊어져야 했던 시대는 제국주의에 짓밟히고 혼돈이 극에 달했던 무질서한 세계였다. 동시에 마오가 만들어낸 '중화인민공화국' 또한 무질서의 또다른 모습이었다고 스펜스는 보고 있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짧은 책이긴 하지만, 마오의 여러가지 면모를 엿볼 수있다는 장점은 분명 있었다. 예를 들면 도표와 통계수치에 강했다는 점은 마오가 '아래로부터의 혁명' '농민혁명'을 이뤄낸 영웅이 될 수 있었던 기반이었고, 좀더 연장시키면 '하방운동'(평가는 차치하고) 같은 방식을 고안해낸 것까지 이런 관점에서 설명이 될 수도 있겠다. 


짤막한 책의 최대 장점이라면, 요점만 간단히 나와 있다는 것이다. 마오를 보는 스펜스의 시각이 명료하게 나타나 있고, 구구절절한 줄거리는 간단히 소개한채(고유명사는 최대한 생략) 핵심적인 역사적 사실들만 언급하고 있어 초심자에겐 오히려 좋은 책일수도 있다.

하지만 책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후 마오의 생각의 변천과정이 자세하게 나와있지가 않았다는 점. 중국의 전제군주들에 찬사를 바쳤던 스펜스가 '현대판 황제'에게 냉랭한 시선을 보낼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과연 무엇이었을까? 이 책에서는 그저 '집권 뒤 궁전에 처박혀 옹고집이 됐다'는 결론 밖에는 안 나오는데, 마오의 평전 치고는 역시나 부실하다. 덩샤오핑과의 관계가 치밀하게 묘사돼 있지 않다는 점도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