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 저런 얘기 1140

전설의 라이프치히.(괜히 붙인 제목임)

라이프치히를 찾아간 것은, 2006 독일 월드컵 운명의 조 추첨을 앞둔 1월7일. 그때부터 10일까지 이 유서깊은, 그러나 가난해 보이는 도시에 머물렀다. 라이프치히는 베를린을 제외한 옛 동독 지역 도시들 중 유일하게 내년 월드컵을 개최하는 도시다. 라이프치히 시민들은 ‘친구가 되는 시간(A time to make friends)’이라는 내년 월드컵 모토처럼, 조 추첨식을 보기 위해 멀리서 온 손님들을 반갑게 맞았다. 8일 오전 10시, 시 외곽에 위치한 젠트랄 슈타디온(중앙경기장)에서 시 당국이 세계 각국 언론인 200여명을 초청해 월드컵을 맞는 기쁨을 설명하는 미디어투어 행사가 열렸다. 젠트랄 슈타디온은 옛 동독에서 가장 큰 축구장이 있던 자리다. 시 정부는 연방정부의 지원을 받아 과거 1만5000석..

일본영화라 불러야 할 '청연'

장진영을 워낙 안 좋아하는지라, 주인공이 장진영이라는 걸 알게 된 순간(영화관에 좀 늦게 도착해서 프롤로그를 놓쳤다) 실망하고야 말았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장진영도 괜찮아지고... (어제 그 연산군은 정진영인데 얘네들 왜이러지 헷갈리게) 역시 재밌었지만 '살인의 추억'이나 '말죽거리 잔혹사'처럼 '이 영화 느무느무 잘만들었다'는 느낌은 안 들었다. 외려 에피소드들마다 상투적인 느낌도 나고. 화면은 볼만했다. 그런데 이건 이름만 한국영화지, 사실은 일본영화다. 복엽기에 대한 로망 자체가 일본 것이고, 1920년대에 '전국 비행기 조종대회'를 연 나라는 조선 아니라 일본이었고, 복엽기 날아다니는 화면은 꼭 간장선생이나 미야자키 하야오(미야자키 아버지가 비행기 공장을 경영했다고 했다) 보는 것 같고... 당..

새로운 7대 불가사의

"역사·문화 유산은 우리의 미래다." 탐험가로도 유명한 스위스의 영화제작자 베른하르트 베버가 `새로운 7대 불가사의'를 만들자고 제안한 것은 지난 2001년이었다. 널리 알려진 대로, 고대인들은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알렉산드리아 등대 등 거대한 유적 7개를 `7대 불가사의'로 꼽고 경외감을 드러냈었다. 베버의 제안은 소중한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21세기 세계인의 지적, 문화적 감수성에 맞는 `현대판 세계 불가사의'를 새로 뽑자는 것. 베버는 사재를 털어 `새로운 7대 불가사의(N7W) 재단'을 창립했다. `뜬 구름 잡는 소리'로 여겨졌던 베버의 제안에 동의하는 이들의 참여가 잇따르면서, N7W는 세계적인 문화 이벤트로 확대됐다. 스위스 취리히의 하이디-베버 박물관에 본부를 둔 N7W 재단은 ..

뮌헨, 알리안츠 아레나.

여행은 그 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에 대해서 상상하는 거라고, 그렇게 생각한다. 역사와 문화, '삶'이 새겨져 있지 않은 땅이 어디 있겠냐마는. 하지만 상상한다는 것은 참 즐거운 동시에 힘든 일이기도 하다. 어떤 때에는 스쳐가는 한 장면 속에서 퍼뜩 머리 속에 무언가가 밀려들어오면서 '이 사람들, 이러저러 했나보다' 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때로는 어떤 사람들에 대해 상상하기 위해 많은 지식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난 독일에 대해서 잘 모르고, 독일에 대해 관심을 가져본 적은 나의 지나온 35년을 아무리 뒤져봐도 정녕 한번도 없다. 그러니 이 나라에 대해서 '애정' 따위를 갖고 있었을 리도 없고, 이 사람들에 대해 상상해보려 해봤자 상상 같은 것이 도대체 되지를 않았다. 그러니 나의 '독일 여행'은 꽝이었..

'페이스 오프' 현실로

영화 ‘페이스 오프(Face Off)’와 같은 일이 현실에서 벌어졌다. 프랑스 의료진이 세계 최초로 얼굴 이식 수술을 하는데 성공한 것. 물론 영화에서처럼 멀쩡한 사람 2명의 얼굴을 맞바꾸는 전면 이식은 아니지만, 의학적으로 위험도가 높은데다 윤리적인 문제도 제기될 수 있는 수술이어서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BBC방송과 AP통신 등 외신들은 30일(현지시간) 프랑스의 장 미셸 뒤베르나르(사진) 박사가 이끄는 의료진이 개에게 물려 얼굴을 크게 다친 38세 여성에게 뇌사자에게서 기증받은 안면 일부를 이식했다고 보도했다. 이 여성은 얼굴 손상이 심해 음식을 씹지도 못하는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미앵과 리용 병원 팀으로 구성된 공동의료진은 수술을 위해 프랑스 북부 발렌시엔느의 병원에 있던 뇌사자를 릴의..

밥 겔도프

록 가수에서 `빈곤 퇴치 운동가'로 변신한 밥 겔도프(54·사진)가 영국 보수당의 빈곤문제 정책 자문을 맡기로 해 화제가 되고 있다. 영국 언론들은 28일(현지시간) 토니 블레어 총리의 노동당을 적극 후원해왔던 겔도프가 `노선'을 바꿔 야당인 보수당의 정책 개발을 돕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겔도프는 지난 7월 G8(서방 7개국+러시아) 정상회담 때 아프리카 빈곤 퇴치를 위한 대규모 콘서트 `라이브(Live) 8'을 개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으며 이 공로로 노벨평화상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었다. 영국에서 빈곤·환경 문제는 그동안 노동당의 전유물이었으나 최근에는 `젊은 이미지'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보수당이 더 공세적으로 나서고 있다. 겔도프가 보수당과 손을 잡기로 한 것도, 이달 초 선출된 데이비드 캐..

독일 월드컵을 향하여~ 조추첨식 참관기

'월드컵을 향하여'라고 하니깐 되게 웃기네;; 독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엔 좀 무리가 있다. 독일에 갔던 것은 사실이지만 여행 목적이 목적이다보니... 경기장 순회에 그쳤던 게 사실이고, 여행 내내 관심사는 '조 추첨식'에 가 있었으니 말이다. 여행의 당초 목적이었던 월드컵 조 추첨식 이야기부터. (여행담이라기보단 월드컵담이다 ^^;;) 추첨 전에 무려! 로타어 마테우스를 만났다! 정확히 말하면... 마테우스가 날 만나줄리는 만무하고, 조추첨이 열릴 예정이던 라이프치히 노이어메세 컨벤션센터에서 어정거리다가... 어떤 작자들(카메라를 들고 누군가를 쫓아가는 작자들은 뻔하다, 방송 기자들이다)이 누군가(카메라를 든 누군가에게 쫓기는 작자는 뻔하다, 유명인사다)를 따라가는 걸 목격했다. 구경거리가 있으면 당연..

[2005, 토고] 오지마을 추장님 집에서.

바삼바 마을에서 제일 큰 집, 야판타 앙투안(60) 추장의 집을 찾아갔다. 집앞에는 `예침포게이'(도저히 이 발음을 따라서 한글로 적을 수가 없다;;)라고 부르는 액막이 흙무더기가 있었고, 그 위에 하얗게 바랜 소 머리뼈가 걸려 있었다. 마당에서는 한 청년이 진흙으로 범벅이 된 채 음식을 저장하기 위한 커다란 토기를 만들고 있었다. 오지마을 촌장님을 만나다 야판타 추장은 1985년 추장이던 아버지가 숨진 뒤 자리를 이어받아 마을을 대표하고 있다. 그가 살고 있는 집은 아버지의 아버지 대에 지은 것으로, 추장은 이 집에서 태어나 지금껏 살아왔다. 마당에는 햇볕과 모래바람에 시달려 나이를 짐작하기 힘든 여인들과 아이들이 있었고, 추장은 30도를 웃도는 더위 속에서 두꺼운 점퍼를 나름 멋내어 덧입고 있었다. ..

[2005, 토고] 탐베르마 마을에 갔던 이야기.

서아프리카 토고 북부에는 전기도 전화도 없이 원시적인 모습으로 부족생활을 하는 원주민 마을이 있다. 14일 수도 로메에서 500㎞를 달려 탐베르마 지역에 있는 바삼바의 오지 마을을 방문했다. 바삼바까지 가는 길은 멀었다. 남단 해안에 있는 수도 로메를 벗어나자 겨울철 계절풍인 모래바람 하르마탄이 짙게 깔렸다. 북쪽에서부터 시작되는 하르마탄이 벌써 로메까지 이르고 있었다. 초원 저멀리 모래바람 속에 메마른 나무들이 희미하게 정체를 드러내고 있었다. 사바나에는 짙은 모래바람이 안개의 층을 이루듯 하얀색으로 초원을 한꺼풀 씌우고 있었다. 고속도로는 잘 뚫려있었지만 아무 제한표시도, 표지판도, 차선도 없었다. 생 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 나오는 바오밥 나무들을 스쳐지나며, 자동차는 갓길을 걷는 사람들 사이를 곡..

[2005, 토고] 냐마지히의 축구소년들

역사상 첫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뤄낸 토고는 온통 축구열기로 가득차 있었다. 곳곳에 노란색과 초록색이 섞인 국가대표 축구팀을 파는 노점상들이 눈에 보였고, 거리의 빈터는 모두 축구장이었다. 13일(현지시간) 수도 로메시 외곽 헤지라나웨에 있는 게스트하우스(밤늦게 도착해 마땅한 호텔을 찾지 못하고 현지 한국인 교회에 묵었다)를 나와 시내로 들어가는 길에 토고 최대 축구장인 케게 국립경기장이 보였다. 수용인원 3만명의 케게경기장은 지난 10월8일 토고 국가대표팀이 아프리카 지역 월드컵 예선 마지막 경기인 콩고전을 치른 곳이다. 콩고와의 경기가 있던 날, 헤지라나웨 일대는 경기장에서 들려오는 함성으로 온 마을들이 들썩거렸다고 한다. 드문드문 나즈막한 집들이 있는 마을 한가운데에 덩그머니 경기장이 서있었다. 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