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문화, 자동차와 축구의 도시.
2006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토리노는 이탈리아 북서부 피에몬테주(州)의 주도이다. 도라 리파리아강과 이탈리아 최대의 포강이 합류하는 지점, 곡창지대인 포 평야의 서쪽에 위치한다. 알프스산맥을 경계로 프랑스, 스위스와 접경하고 있다. 이탈리아가 자랑하는 자동차 메이커 피아트의 본사가 있는 곳으로, 밀라노에 이은 이탈리아 제2의 공업도시다. `피에몬테 와인'으로 대표되는 주류 산업과 초콜렛 등 제과 공업도 발달해 있다.
지금부터 토리노 구경;;
토리노는 로마제국 지배를 거쳐 16세기 이래 사보이 공국의 수도였고, 19세기 중반 비토리오 에마누엘레2세가 이탈리아를 통일한 직후 아주 짧은 기간이지만 왕국의 첫 수도라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그러나 1970년대까지 공업도시로 발전을 계속하다가 80년대 이래 이탈리아 공업이 쇠퇴하면서 주민 상당수가 빠져나가고, 토리노는 쇠락하기 시작했다. 이후 도시의 영예를 이어준 것은 유럽 최강의 축구팀 유벤투스 밖에 없었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10일 "토리노는 동계 올림픽을 통해 침체를 벗고 세계지도에 다시 등장하려는 꿈을 안고 있다"고 소개했다.
# 토리노의 수의(壽衣)
인터넷 검색창에 `토리노'를 치면 2006 동계올림픽과 함께 가장 많이 뜨는 항목은 `토리노의 수의'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힐 당시 입었던 옷으로 알려진 유명한 수의가 토리노 성당에 보관돼 있기 때문. 과학적 분석을 통해 가짜라는 사실이 굳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미스터리는 남아있고, 이 수의를 소재로 한 소설들도 나와 있다.
토리노의 수의가 역사에 등장한 것은 1353년. 사보이 공국은 가로 1m, 세로 4m의 아마천을 내놓고 예수의 몸을 감쌌던 수의라고 소개했다는 기록이 있다. 1898년 5월 다시 일반에게 공개되면서 진위 논쟁에 불이 붙었다. 한 사진사가 수의를 찍은 필름을 현상하는 도중 천에 새겨진 사람의 형상이 나타났던 것. 1960년대 스위스의 범죄학자가 천에 묻은 꽃가루를 분석, 중동 레바논 지역의 삼나무 화분임을 밝혀내면서 세계적인 화제가 됐다. 그러나 이후 천에서 산화철과 그림물감의 흔적이 발견되면서 가짜라는 주장이 유력해졌다.
# 피아트
피아트는 토리노 인구의 80%를 먹여살리는 `토리노의 고용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899년 부유한 명문가 출신인 조반니 아녤리는 토리노시 유지 8명과 회동을 갖고 `토리노 이탈리안 자동차회사'를 세운다. 이 회사는 1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군수산업을 통해 급성장했으며, 1917년 `피아트'로 개칭했다. 1922년 문을 연 일링고토 공장은 당시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자동차 공장이었다. 지금은 피아트 본사 겸 전시장으로 쓰이고 있다.
토리노 일링고토의 피아트 본사
미국의 자동차 재벌 헨리 포드와 절친했던 아녤리는 1920년대 이탈리아에 포드식 대량생산을 수입해온다. 20세기 중반 소형차 `토폴리노'가 국민차로 인식되면서 피아트는 이탈리아를 상징하는 기업으로 자리를 잡았다. 1969년 고급차 메이커인 란치아와 페라리를 합병한 뒤 한때 이탈리아 자동차 생산의 90%를 차지했다. 하지만 1960년대 후반부터 노사관계가 악화되면서 위기를 맞기도 했다.
# 유벤투스
토리노를 연고로 하는 유벤투스는 이탈리아는 물론, 유럽 최강의 축구팀 중 하나다. 1897년 창립된 유서깊은 구단으로,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아A의 `영원한 우승후보'라 불린다. 팀명인 `유벤투스(Juventus)'는 `젊음'이라는 뜻. 흑백의 줄무늬 유니폼 때문에 `얼룩말'이라는 애칭을 갖고 있다.
1923년 피아트 가문에 인수되면서 명문 구단으로 성장했으며 1930년대 세리아A를 5연패, 황금기를 구가했다. 1980년대 프랑스의 축구영웅 미셸 플라티니 등이 활동하면서 컵위너스컵과 도요타컵, 유러피언 수퍼컵 등을 거머쥐었다. 리그 27회 우승(최다)을 비롯해 코파이탈리아 우승 9회, 챔피언스리그 우승 2회, 유럽축구연맹(UEFA) 우승 3회 등 수많은 영예를 안았다.
♠ 심술쟁이 총리
이탈리아가 올림픽을 개최하는 것은 1960년 로마 하계올림픽 이래 46년만이다. 그런데 토리노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정작 이탈리아 중앙 정부는 냉랭한 모습을 보여 구설수에 올랐다.
이탈리아 언론들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제 주변 몇몇과 저는 ‘국제 짜증 인물’이라고 부르지요) 총리가 동계올림픽 개막식 전날까지 행사 참석 여부를 밝히지도 않는 등 극도로 무관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9일 보도했다. 이유는 올림픽이 개최되는 피에몬테주 토리노시의 세르지오 챰파리노 시장이 야당인 중도좌파연합 소속이기 때문. 베를루스코니는 우파연합을 이끌고 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개막식 다음날인 11일 상하 양원을 해산시킬 예정이다. 이탈리아 정치권의 관심은 오는 4월9일 열리는 총선에 온통 쏠려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로마노 프로디 전총리가 이끄는 좌파연합 측이 우위를 보이고 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올림픽 행사에 뜨악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올림픽이 부각되면 야당에만 유리하다는 정치적 계산 때문. 토리노가 동계올림픽을 유치한 것은 좌파 집권기였던 1999년이었다.
현지 언론들은 당리당략 때문에 국가적인 행사를 뒷전에 밀어놓고 있다며 총리를 비판했다. 지난 6일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자크 로게 위원장의 기자회견에서도 이탈리아 정부측의 ‘비협조’가 도마에 올랐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토리노의 올림픽 준비과정을 한번도 참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토리노의 도로 정비 등 인프라 구축에 16억 유로를 지원했다”고 주장했지만 토리노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측은 “행사 예산 부족분은 모두 토리노시가 떠안았다”고 밝혔다.
★ Tip. 누구 멋대로 ‘투린’?
2006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이탈리아 도시는 `토리노(Torino)'다. 지금까지 알려진 토리노의 영어 명칭은 투린(Turin). 토리노 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는 최근 영어권 언론에 서한을 보내 "토리노의 이름은 토리노일 뿐"이라며 정정을 요구했다.
미국의 USA투데이와 NBC방송 등은 조직위의 권고를 받아들였으나, AP통신과 뉴욕타임스 등은 여전히 `투린'을 고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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