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 저런 얘기/딸기의 하루하루 251

촛불시위

토요일 저녁 때 시청앞에 갔다. 야 정말 오랜만인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 월드컵 때에도 집 안에 틀어박혀 있던 내가 드디어 서울시내 한복판으로.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차에서 내려 시청까지 걸어가는데 도처에 반미아빠 반미엄마가 반미어린이들을 이끌고 나왔고 반미커플과 반미어르신들, 반미스님들과 반미수녀님들도 보였다. 시청앞에서 양초를 샀다. 윤도현의 공연은 끝난 모양이었고 어두워가는 겨울저녁에 촛불들이 빛나고 있었다. 멀리서도 의혈의 깃발이 보였다- 대학교 때 가두집회 나가면 우리학교는 왜 그렇게 깃발 간수를 못하는지, 통 눈에 안 보여서 깃발을 따라다녔었다. 붉은 테두리 안에 검은 테두리, 그 안에 이라 쓰여 있었는데 이걸 따라다니면 어떻게든 우리 학교 학생들을 찾아갈 수 있었다. 범대위의 집회 진..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어떤 문제가 중요하고 어떤 문제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만이 어느 정도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다" (한스 그라스만, 중에서) 그런데 내 생각에는, 중요한 문제가 무엇인지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중요하지 않은 문제들을 쳐내는 법을 아는 것이 행복에 더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중요하지도 않은 일 갖고 지지고볶고 하기엔 시간이 좀 없는 탓도 있지만, 행복한 삶을 좀먹는 것들은 보통 사소한 일들일 경우가 많기 때문. 고등학교 때 읽었던 잠언집에 나온 말인데 "가장 훌륭하고 꼭 획득해야 하는 것은 단순함"이라고 했다. 그라스만의 말과는 다른 맥락에서이긴 하지만 이 경구를 좋아한다.

내 가방 속의 천사들

이란 영화를 재밌게 봤었다. 그 뒤로 나는 가끔 책상과 가방을 뒤지며, 그 속의 천사를 찾는다. 어제는 모처럼 휴가를 내서 하루 쉬었는데 그 사이 가방 안에 천사가 들어왔다. 이제, 천사들의 합창 시작-. stabilo 포인트88 펜. 몸통은 주황색, 잉크는 회색. 책에 줄칠 때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장만했다. 회사 서무에게 펜을 달라고 하면 플러스펜을 주는데, 값이 싼 대신 쓰는 느낌이 안 좋고 오래오래 쓸 수가 없어서(너무 빨리 마르고, 펜촉도 잘 닳는다) 안 좋아한다. 그렇다고 내가 펜을 돈 주고 사는 일은 통 없지만 그제 문구점에서 구경을 하다가 큰맘먹고 새 펜을 샀다. 어느 해였던가, 교육방송의 강사가 '밑줄 쫙, 별표 하나' 식의 강연으로 인기를 얻었던 적 있었지. 얼마전 회사의 몇..

꿈꾸는 것은 나의 자유

라고 했던가? 어쨌든 꿈은 자유다. 내가 내 꿈 꾼다는데. 나비 꿈을 꾸든 곰 꿈을 꾸든, 그것은 나의 꿈이다. 엊그제 교보문고에 가서 이란음악 씨디를 샀다. 에 나오는 위구르 음악이랑 거의 비슷한데, 그것이 인가보다. 씨디를 제대로 안 살펴보고 샀더니...씨디 한장에 노래 딱 두 곡. 이란에 대한 책도 사려고 했더니..론리플래닛 이란편 가격이 3만원이 넘는다. 망설이다가 결국 사지 못했다. 그 책이랑, 무하마드 하타미 대통령이 쓴 책이랑 사서 읽어야지. 며칠전 친구가 타로카드를 갖고와서 점 쳐준다길래 내가 이란에 갈 수 있겠느냐고 물었는데, 패가 나왔다. 아주아주 좋은 패란다. 날마다 이란 관영 IRNA통신 사이트에 들어가는데, 관영언론치고는 아주 괜찮다. 인터넷에서 여기 팝업창을 두드리면 이란어 방송..

평상심

돌아오자마자 축구 얘기. 바그다드로 떠나면서 맘에 걸렸던 것이 애기, 그리고 축구였다. 이 둘을 못 본다는 것이 영 아쉬웠다-물론 이 둘에 등가의 가치를 매겨놓고 산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용케도 돌아오기전 암만의 호텔에서 아랍어 방송을 틀어놓고 바르셀로나-바야돌리드 경기를 볼 수 있었다. 뭐랄까, 이라고 해야 하나, 하는 다소간의 회의가 들었더랬다. 암만의 호텔에 앉아 축구를 보고 있는 나의 모습은 과연 나의 실재인가- 그 경기는, 내게 서울을 떠올리게 만든 하나의 코드였던 셈이다. 바그다드의 거리에서 지네딘 지단의 커다란 초상화(거의 사담의 초상화만했던)를 보면서, 비정상적인 세계에서 정상세계의 낯익은 사물을 본듯한 반가움을 느꼈던 기억도 덧붙일 수 있겠다. 어제 공항에서 집으로와 짐을 팽개쳐놓고 회사..

옛날 떡볶이.

주말에 운동화를 샀다. 회사에 신고다니기에도 무리없도록 시커먼 색깔로 샀는데, 어제 비닐봉지에 넣어서 회사에 들고왔다. 체육부장이 지나가다 보고 고 물어서, 이라고 대답했다. (어제 집에 그걸 신고 갔는데, 내 자리에 남겨진 구두를 본 옆자리 선배는 밤늦게까지 내가 집에 안 간 줄 알았단다. 사실은 일찌감치 튀었는데...^^) 여튼, 본격 산책 겸 운동 겸 퇴근을 하기 위해 집으로 가는 길. 우선 액세서리 가게에 가서, 아지님을 쪼아 장만한 결혼 6주년 기념선물인 금물고기 목걸이를 찾아 아름드리 목에 걸고 나서 걸음을 재촉했다. 보통 큰길을 따라가는데, 맘 내키면 독립문 근처의 영천시장을 통과해서 가기도 한다. 실은 이 길은 내가 하는 코스는 아니다. 시장통을 지나다보면 아무래도 먹을 것들이 자꾸 눈에 ..

어느날 무언가가 나를 부른다면

글쎄, 어느날 무언가가 나를 부른다면. 나를 '부른다'면. 고등학교 때였나, 칼뱅에 대해 배울 때 선생님이 '소명'이라는 말을 했었다. (지금도 가물가물 기억나는 그 선생님은 알고보니 우리 엄마를 짝사랑했던 인물이었대나, 어쨌대나^^) 소명, calling. 나를 부르는, 내가 달려가야만 하는 그 무엇. 어찌어찌해서, 거의 우연적인 어떤 힘에 의해서 지금 나는 글을 쓰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지만 사실 나는 글을 쓰는 것에 굉장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 부담감의 존재는 변하지 않을 것 같다. 하긴, 글을 쓰는데에 부담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몇 되랴마는. 여학생 중에 문학소녀 아닌 사람 별로 없다고 하지만 나 역시 10대의 어느 시절에는 문학소녀였었다. 책 읽고, 일기 쓰고,..

나도 변했단 그대 말을 들으면.

출근. 일년의 52분의1 밖에 안 되는 기간일지언정 '회사'를 떠났다가 돌아오니 기분이 20% 쯤은 갱신된 것 같다. 빵빵이 집에서 푸른하늘의 노래를 들었다. 글로 올려진 것이지만 어쩐지 노래가 들려오는 것 같은 기분-사실 나는 그 노래를 모른다. 나도 변했단 그대 말을 들으면 어떤 표정 지어야하는 것일까 왜 저런 가사를 집어넣는 것일까. 속상하게. 내 대학시절 우스꽝스런 친구가 했던 말. 우리들(보통의 모범적인 사람들) 졸업하고 벌써 몇년 지나 직장 다니고 있을 시기에 이 친구는 신림동의 자취방에서 아마도 술퍼먹고 늦잠자는 생활을 계속하고 있었을 것이다. "넌 대체 왜 그렇게 사는 거니"라는 뉘앙스의 질문, 그리고 친구의 대답. "나는 그대로인데 너희가 변한거야" 여수 출신인 이 친구(사실은 이 인간의..

라 발랄 비타, 2단계.

1. 촉촉한 인생 부문 -째즈: 째즈라는 장르를 통째 좋아하는 것은 무리라는 점을 깨달았다. 아프로쿠반 째즈로 범위를 제한키로 결정. 그리고 켈틱 음악은 계속 '추구'해볼 생각이다. -음악감상노트: '청재킷을 입은 노트' 7페이지까지 작성 완료. -악기 연주: 오늘 드디어 기타를 샀다. 오베이션(은 유명한 브랜드이고, 내가 산 것은 그걸 흉내낸)형의 기타인데, 나뭇잎 무늬로 된 것. 여기서는 '나뭇잎 무늬'라는 점이 아주 중요하다. 중앙에 시커먼 구멍 뚫린 것 말고, 나뭇잎 부분에 새까만(이 어감상의 차이에 주목하라) 구멍이 송송 뚫려 있는 것. 실은 내가 예전에 쳤던 기타가 바로 이렇게 생긴 거였다. 이제 기타를 '연주'하는 일만 남았는데, 그것이 난제다. 우선 기타를 잘 못 치고, 더욱이 손가락으로 ..

프로젝트 1단계.

나의 프로젝트를 보고 비웃은 사람들이 일부 있었음을 감안, '실적을 까발기기'로 결심! 1단계- 오늘 광화문 일대를 돌면서 쇼핑을 했다. 광화문 일대-라고 해봤자 교보문고를 한바퀴 돈 것 뿐이지만. ★ 킹 오브 스윙 오케스트라. '킹 오브 스윙 오케스트라'의 씨디를 샀다. 2장으로 돼 있는데, 지금 듣고 있다. 듣기 편한 곡들인 것 같은데, 일단 째즈의 목록을 하나 둘 늘려가는 중. ★ 청재킷을 입은 공책 다짐했던대로, 음악감상 노트를 만들 것이다. 그 첫걸음으로 공책을 마련했다. 근데 실은 뭘 적어야 할지 모르겠다. 낼은 하루종일 저걸 정리할 계획. ★ When I met Hopper... 에드워드 호퍼와 베르메르의 미니화집을 샀다. 것두, 영어로 된 걸루... 호퍼가 주는 컬트적인 느낌, 베르메르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