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 저런 얘기/딸기의 하루하루 251

산책 중독.

...중독되는 것도 참 가지가지다. 난 요즘 산책중독이다. walkaholic. 집에 걸어다니다보니 하루에 일정량을 걷지 않으면 몸이 찌뿌드드하다고나 할까. 오늘은 회사에서 교보문고까지, 비교적 가까운 거리를 살금살금 걸어갔다. 귀에 이어폰 꽂고 걷는 것도 한번 해봐야 하는데, 음악 들으려면 중얼중얼(혼잣말)을 할 수가 없으니 그게 좀 안 좋다. 그래서 영 음악을 못 듣고 있다.(그러고보면, 음악 못듣는 핑계도 참 가지가지다--;) ...오늘은 교보 안에 있는 매장에서 가죽끈에 물고기를 꿰어놓은 목걸이를 샀는데, 그 목걸이를 낀 채로 샤워를 해도 될까 안 될까를 궁금해하고 있다. 젖은 가죽끈으로 사람을 묶어서 햇볕에 죄어드는 가죽끈에 숨지게 만드는 얘기를 어렸을 때 본 기억이 있다(아마도 퍼즐집이 아니었..

프로젝트 돌입

창밖을 보니 비가 생각보다 많이 오고 있을 때. 장마철이니까 비가 올 만도 한데 왜 놀라는 걸까. 우산도 챙겨왔는데. 방금전처럼, 사무실의 커다란 유리창을 쳐다보니 비가 쏟아지고 빗방울이 송글송글 유리를 덮고 있는 것이 보일 때면 깜짝 놀라곤 한다...실은, 사무실 텔레비전에서 남자의 딱딱한 말소리가 들릴 때에도 나는 자꾸 놀란다. 아주 약간의 긴장. 우리 사무실에서 오전에 텔레비전 소리 크게 틀어놓는 것은, 대통령이나 혹은 누군가의 중요한 발표가 있을 때이다. 내각 교체라든가 대통령의 대국민사과라든가, 아니면 청문회라든가, 하여튼 뭐 그런거. 하긴, 귀기울여 들어봤자 세상 별로 달라지는 거 없더라만 그래도 '긴장된 목소리의 누군가'가 말을 하는 걸 들으면 나도 덩달아 긴장된다... 프로젝트를 추진키로 ..

꼼꼼이는 이담에 지휘자가 될 것이다

우하하! 저렇게 거창한 제목을 붙인 이유는? 요즘 꼼꼼엄마(=딸기)의 기분은 꼼꼼이의 컨디션에 좌지우지됩니다. 하루 종일 혼자서 아기를 돌보다 보면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정말 피곤하거든요. 오늘은 꼼꼼이나, 엄마나 모두 기분 좋은 날입니다. 오늘 식목일이고, 걸맞게 날씨가 화창하고 좋았는데요 베란다에 나가보니 꼭 초여름 날 같더군요. 그래서 방안과 마루에 모두 환기를 하고, 꼼꼼이 바지도 홀랑 벗겼습니다. 꼼꼼이 엉덩이에 바람 쐬라고요. 본론으로 들어가서. 태어난 지 두 달 밖에 되지 않은 아기랑 하루 24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장난이 아닙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하루 열댓 시간을 잠자면서 보내던 꼼꼼이가 지금은 컸다고(?) 같이 놀아줄 것을 종종 요구하고 나오거든요. 같이 놀자고, 엄마를 부르는 방법은..

Fernando, 그리고 10년 전의 겨울

옛날 게시판 정리해버리려고 묵은 창고를 열어보니 지난해 이맘때 올렸던 글이 남아 있었다. 머리 속에 다시한번 'Fernando'의 곡조가 맴돌기 시작한다. 일년이 후다닥 지나가버렸지만 라고 하기엔 그 화살이 빙빙돌며 날아가는 고비고비마다 많은 기억들이 들어 있다. 언제든 지나온 시간은,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냥 스쳐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무수히 작은 점들이 모여 선으로 이어지는 그 무엇처럼, 매 시간시간 일분일초마다 매듭을 만들어놓는 것 아닌가. 빛은 입자와 파동이라지만, 문학적 의미에서의 도 마찬가지다. 그 입자에 혹은 그 매듭에 얻어맞아 눈에서 가끔은 불똥이 튀고, 그 파동의 골과 골 사이에서 즐거워하고 화내고 괴로워한다. 'Fernando'는 1년전 묶였던 매듭(이 매듭을 만들어낸 주체는 내가 아니었다..

우리 집

"우와, 감이 많이 열렸네. 나 고등학교 때 저 나무에서 감 많이 땄었어." 얼마전에 차를 타고 지나다가 홍제동 골목의 어느 집 감나무에 감이 주렁주렁 열린 것을 보고 이렇게 말을 했더니, 남편은 "어떻게 네가 저 집 감을 땄느냐"면서 의아해했다. 나의 남편은 부인의 말을 늘 흘려듣기 때문에, 저런 질문을 하곤 한다. 언젠가 지나치면서 이미 말해준 적이 있었는데. 아주 오래 전에 화장터가 있어서(이미 옛날에 국민학교로 변했지만) 지금도 '화장터길'이라고 불리는 샛길 가운데 있는 그 집, 감나무에 가지가 늘어지도록 감이 열려있는 그 집은 원래 우리집이었다. 지금도 우리집이라는 느낌 밖에 들지 않는 그 집은 내가 태어나고 자란 집이다. 요 며칠 드물게 짙은 안개가 끼더니, 오늘은 하루종일 밖이 뿌옇고 흐리다..

지금, 왜, 여기에 있는 것일까

"엄마, 우리 눈가에는 왜 털이 많아" "사막에 모래가 많아서." "발톱은 왜 두개야" "사막에서 잘 걸어 다니려고" "등에 있는 혹은 뭐고" "사막에서 오래 견디려고" "근데 왜 우린 동물원에 있어?" 늘 들르는 홈페이지에 갔다가 이 글을 발견했다. 다들 어디선가 한번쯤은 읽어보았을 내용일텐데. 그런데 갑자기, 아, 이게 웃긴 얘기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뭔가를 스스로에게 자문해보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죄책감과 위화감, 긴장된 느낌마저 들었다. 나는 왜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일까. 어린 시절의 꿈대로라면 서른 한살의 나는 지금쯤 이집트의 어느 고분에라도 들어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것이 아니라면 콘티키같은 뗏목을 타고, 혹은 짐 크노프의 기관차를 타고, 돛단배라도 타고서 어딘가에서 모험을..

피해다니기

항상 하는 얘기지만, 그리고 결코 자랑은 아니지만 언제나 자기방어를 잘 한다고나 할까. 정확히 말하면 누군가의 공격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한 것은 아니고, 그저 스스로 마음 편하기 위한 기제들을 잘 만들어놓고 있다는 얘기다. 내가 '여우의 신포도 정신'이라고 부르는 것인데, 덕택에 언제나 '미련'이 없다. (좀 '미련'하기는 하지만^^) 돈들여 가방을 산 뒤에는 다른 가방 가게 앞을 지나가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내가 산 가방이 제일 예뻐보인다. 사람이니까, 언제나 '선택'을 해야 하는데 늘상 남보다 쉽게 선택을 하고도 여간해서는 후회를 하지 않는다. 내가 태어났을 때 별로 가진 것(이쁜 얼굴 같은 것^^)이 없어 보여서 하느님이 선물로 그런 남다른(?) 능력을 주셨는지도 모르겠다. 사는 게 재미있냐고 ..

헬로 키티

모처럼 재미있게 주말을 보냈다. 뭐 특별히 '재미난' 일을 했던 건 아니지만, 나와 남편이 같이 주말에 집 밖으로 나갔다는 것만 해도 우리 부부에겐 대단한 일이었다. 더우기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 모두 외출을 했으니, 역사에 길이 남을 일이다. 이 역사에 남을 외출의 첫 걸음은 토요일 오후 2시30분에 이뤄졌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이 정도로 일찍 일어난 것은 딸기의 허즈번드에게는 거의 있기 힘든, 매우 드문 일이다. 외출 장소는 일산 킴스클럽. 그동안 장 보는 것을 게을리한 탓에 집에 모자라는 것들이 많았다. 내 바지와 남편의 트레이닝복(일명 땀복이라 부르는 것), 라면, 귤, 김, 햄, 싱크볼, 뒤집개를 샀다. 그리고 남편의 숙원사업이던 키티 인형을 샀다. 이걸 사줬더니 남편은 간만에 주말 내내 ..

괜한 걱정

어제 초등학교 친구 두 명을 만났다. '아이러브스쿨'에 가끔 들어가보지만, 사실 들어가봤자 나같은 사람은 별볼일 없다. 날 보고싶어하는 사람도 없고, 나 역시 특별히 보고싶은 사람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었다면, 바로 그 두명이다. 두 친구와 용케 연락이 되어 어제 만났다. 종로3가 피카디리 극장에서 2가 쪽으로 오는 길에 오른쪽에 있는 롯데리아로 오라고 친구가 나에게 신신당부를 했었다. 찾아가긴 잘 찾아갔는데, 전철역에서 헤매느라 한 10분 늦었다. 하필이면 어제는 핸드폰을 집에 두고 나오는 통에 애들이 나 기다리면서 굉장히 걱정했다고 했다. 내가 안 나오는 것은 아닐까 하고. 난 어제 우리의 만남을 정말 눈 빠지게 기다렸다. 국민학교 졸업한 뒤에 중학교 다닐 때에도 동네에서 ..

일요일의 상상

밖은 추울까. 좀전에 잠시 햇빛이 나는가 싶더니, 또다시 하늘이 회색으로 변했다. 비나 눈이 올 것 같은 날씨다.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행복한 토요일이었던 어제는 아침 9시에 일어나 집 뒤편 가게에 갔다온 것 외에는 하루 종일 집 안에서 뒹굴며 잠을 잤다. 가게에 갔다오는 길에 보니 보도블럭에 떨어진 물 자국이 미끄러웠다. 설마 저게 얼음이랴 싶었는데, 차들 지나가지 못하게 막아놓은 시뻘건 드럼통 위에 고인 것이 분명히 얼음이었다. 가게 아저씨는 '얼음이 얼었네요' 하는 내 말에 무슨 봉창두드리는 소리냐는 듯이 '오늘 영하잖아요' 라고 했는데, 얼음이 언 것을 보니 그제서야 겨울이 왔다는 것이 실감났다. 오늘은 아예 찬 공기 속으로는 콧배기도 내밀어보지 않은채 집안에 틀어박혀 온돌공주 노릇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