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과학, 수학, 의학 등등 103

딕과 프리먼의 여행.

사막에는 빨간 꽃을 피운 선인장이 서 있었고, 우리가 앨버커키로 다가가는 동안 딕은 좋아서 정신이 나갈 지경이었다. 태양은 우리를 위해 빛났고, 경찰차가 우리를 환영했다. 딕은 경찰차가 우리에게 서라고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을 알아채는 데 한참이 걸렸다. 경찰은 우리가 책에 나오는 모든 교통법규를 어겼다고 공손하게 말해 주었고, 약식 재판을 하는 법정에 출두하라고 했다. 판사는 벌금 50달러를 내라고 했다. 판사는 자기가 내린 과속 벌금 중에서 이번이 가장 비싼 벌금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앨버커키의 기록을 깼다. 딕은 이때부터 그가 가진 최고의 능력을 발휘했다. 우리가 어떻게 이타카에서 앨버커키까지 3200킬로미터를 사랑하는 여인에게 청혼하러 달려왔는지, 앨버커키는 얼마나 멋진 도시인지, 3년만에 처음 ..

스티븐 제이 굴드, '판다의 엄지'

이번 휴가는 도킨스, 굴드와 함께 보냈다. 오랫동안 쟁여두고만 있었던 도킨스의 돌베개만한 책 . 말해 무엇하리. 그리고 스티븐 제이 굴드의 (김동광 옮김. 사이언스북스). 이 책은 그동안 마음 속에(^^;;) 남겨두고만 있다가 몇달 전 결국 샀다. 교보문고를 지나가다가 매대에 올라있는 판다의 엄지를 보니... 사지 않을 수가 없었다. 굴드의 글을 읽는 것은 오랜만이었다. 먼저 굴드, 한동안 도킨스, 그 다음엔 에드워드 윌슨에 빠져 있었고 심지어 제임스 왓슨과 르원틴의 책도 읽었건만 언제부터인가, 왜인지, 굴드를 잊고 지냈다고나 할까. 따지고 보면 이유를 모를 것도 없다. 2002년 굴드아저씨가 세상을 뜬 뒤로 어쩐지 마음의 상처를 받은 기분이었으니. 샤르트르 대성당의 남쪽 수랑에는 중세에 만들어진 가장 ..

리처드 도킨스, '지상 최대의 쇼'

도킨스에 대한 애정을 더 이상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그의 책을 읽으면 늘 속이 시원하고 즐겁고 유쾌하고 통쾌하다. 와 , , 에 이어 도킨스의 책을 읽는 것은 다섯권째인 듯. 하지만 사실 정확히 기억은 안 남. 칼 세이건의 은 분명 읽은 것 같은데, 도킨스의 을 읽었는지는 가물가물하다 -.-a 휴가 때 벽돌베개 만한 부피를 자랑하는 (김명남 옮김. 김영사)를 들고 갔다. 여행에 가지고 다니기엔 버거운 크기이지만 읽는 즐거움이 무게와 두께를 상쇄해주고도 남는다. 여담이지만 이번 휴가에는 도킨스와 함께 굴드의 도 가져갔다. 2002년 이미 세상을 떠난 굴드의 책은 오래 전, 그러니까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옛 글들을 모은 것이다. '이기적 유전자'에 대한 굴드의 비판은 신랄하다. 반면에 신랄하기..

새로운 생명의 역사

과학책을 보며 즐거워하는 편이지만, 까치에서 최근 몇 년 새 나온 책들을 보다보면 어쩐지 웃기는 느낌이 있다. 뭐랄까, 책들이 진지하면서 사이언스북스에서 나온 책들보다 포장이 매우 소박하다 못해 촌스럽다. 저자의 이름값은 사이언스북스 쪽을 따라잡기는 힘들지만 내실이 없는 편은 아니다. 그렇다고 숭산에서 나온 책들처럼 대중교약서적을 살짝 넘어서는 전문성이 있다고는 할 수 없다. 사이언스북스 책들의 문장처럼 유려하지 않으면서 숭산 책들보다는 좀 더 대중적인;;이라고 해야겠다.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닌데, 교양과학서를 재미삼아 읽으려는 사람들에게 이 책 읽어보라고 선뜻 권하기는 쉽지 않으니. 정말 어중간하다. ^^;; 이 책, (피터 워드, 조 커슈빙크. 이한음 옮김)도 딱 그렇다. 나는 꽤 재미있게 읽었다. ..

이언 스튜어트, '생명의 수학'

며칠전 어떤 출판사 편집자와 수다를 떨다가 '잘 이해하지 못하는 책도 재미있을 수 있는가'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내 경우, 잘 이해하지 못하는 책도 충분히 재미있다! 어린 시절 읽었던 책들 중 대부분에는 아마도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구절, 내가 모르는 지식들이 들어있었을 터이지만 그런 건 책의 재미를 느끼는 데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어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다. 세세한 것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내게는 재미있게 다가오는 어떤 포인트랄까, 그런 게 있으면 언제나 재미 있다! 이 책이 그렇다. 이언 스튜어트의 (안지민 옮김. 사이언스북스)을 읽었다. 많이 재미있었다. 주제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수학은 생물학에 필요하다'. 예전에는 수학이 물리학하고만 관계가 있는 줄 알았는데 실은 생물학에서도 수학이 매..

의혹을 팝니다- 기업의 용병이 된 과학자들

의혹을 팝니다- 담배 산업에서 지구 온난화까지 기업의 용병이 된 과학자들Merchants of Doubt: How a Handful of Scientists Obscurred the Truth on Issues from Tobacco Smoke to Global Warming에릭 M. 콘웨이, 나오미 오레스케스. 유강은 옮김. 미지북스. 5/16 정말 재미있었던 책. 일군의 미국 과학자들이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면서 세상을 어떻게 농락하려 하는지를 탐사보도처럼 추적했다. 냉전 시대에는 군비확산을 부추기면서 국방부와 손잡고 이익을 챙기다가, 냉전이 끝나니 잠시 끈 떨어진 신세가 되었던 ‘어용 과학자’들. 그러나 거대 기업들과 우익 언론들은 늘 이런 자들을 필요로 하게 마련. 이 못된 과학자들, 더 이상 ‘과..

복제양 돌리 그 후

복제양 돌리 그 후 AFTER DOLLY 이언 월머트,로저 하이필드 | 이한음 역 | 사이언스북스 | 2009년 04월 복제양 돌리가 태어나던 때가 기억난다. 멋모르고 국제부에서 텔렉스 받아 외신기사 훑어보는 당번을 하고 있었다. 과학 담당기자를 해서 과학 쪽 일을 많이 아는 여자선배가 계셨다. 나는 그때 정말이지 뭘 통 몰랐다. 정확히 말하면 아무 것도 몰랐다. 과학도 몰랐고 영어도 몰랐고... 외국 통신 읽는 것도 서툴렀다. 더더군다나 '클론'이란 것은 몰랐다. 사전을 찾아보니 '쌍둥이'였다. 왜? 왜 쌍둥이가 문제가 되지? 돌리? 뭔 돌리? 양의 쌍둥이가 왜 문제야? 왜들 난리야? 그러고 나서야 알았다. 그것이 그 유명한 복제양 돌리의 탄생이었다는 것을. 한 가지 위안이 있었다면, 아마도 나 뿐 아..

스티븐 와인버그, '최초의 3분'

최초의 3분 The First Three Minutes(1994)스티븐 와인버그. 신상진 옮김. 양문 책이 신간으로 회사에 갓 도착했을 때 그쪽 부서를 기웃거리며 주워온 기억이 난다. 국내에서 나오기 전부터 다른 물리학 교양서들을 통해 이 책의 존재를 알았기 때문에 몹시 궁금해하고 있었고, 잽싸게 집어오면서 한껏 기대에 부풀었더랬다. 그런데 아직까지 쟁여만 두고 있다가... 지금 확인해보니, 국내 발행된 것이 2005년이다. 그러니 쟁여두고 무려 7년을 열어보지 않았던 셈이 되네... 일단 펴든 뒤에는 죽죽 읽어나갔다. 책은 미국 핵물리학자인 와인버그가 1973년 하버드 대학 과학관 개관식에서 한 연설을 기초로, 빅뱅 이후 '첫 3분'에 대한 그간의 연구성과와 추측을 덧붙여 펴낸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브로노우스키, '과학과 인간의 미래'

과학과 인간의 미래 A Sense of the Future: Essays in Natural Philosophy제이콥 브로노우스키, 임경순 옮김. 김영사 얼마전 읽은 '루시, 최초의 인간'과 마찬가지로 김영사에서 펴낸 '모던&클래식' 시리즈 중의 하나다. 그 시리즈의 '도도의 노래'나 마찬가지로, 이 책 역시 오래된 책이다. 에세이 묶음집인데 처음 나온 것이 1977년. 국내에선 그 20년 뒤인 1997년 임경순 선생 번역으로 이미 한차례 출간됐다가 최근에 출판사와 포장이 바뀌어 다시 나왔다. 한글판에 적힌 저자 이름은 동유럽식의 '브로노프스키'에서 10여년 만에 영어식 '브로노우스키'로 바뀌었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저자는 오늘날의 폴란드에서 태어난 유대인으로 독일을 거쳐 영국으로 이주한 과학자..

루시, 최초의 인류

루시, 최초의 인류 The Beginnings of Humankind도널드 조핸슨. 진주현 해제, 이충호 옮김. 김영사. 미국 고인류학자 도널드 조핸슨이 에티오피아의 아파르 지역에서 (당시 기준으로) 가장 오래된 인류 화석 '루시'를 발견하기까지의 과정을 기록한 책이다 - 이렇게만 적으면 너무 썰렁하다. 문제의 '루시'는, 고고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더라도 한번은 들어봤음직한 존재다. 심지어 초등학생을 위한 역사책을 읽고 있던 우리 딸도 "엄마가 읽던 책에 나온 '루시'가 여기에도 나왔어요!" 하면서 제 책을 들이밀 정도이니 말이다. 아파르 지역에서 나왔다 해서 '호모 아파렌시스'라는 이름이 붙은 루시는 1974년 발굴됐다. 저자는 루시를 발굴하기까지의 과정, 루시의 발굴을 둘러싼 저간의 사정과 고인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