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빌론에 갔었다. 바빌론, 바벨. 이라크 사람들은 외국인에게는 (영어로) 바빌론이라 말하고, 자기들끼리는 그냥 바벨이라고만 부른다. 택시를 빌려 타고 갔다. 기아에서 만든 프레스코인가 하는 승합차인데, 운전기사 타리크(32)와는 그 뒤로도 한 이틀인가를 함께 다녔다. 한국산 전자제품 상점들이 몰려 있는 카라데 거리를 지나 바그다드를 벗어나니 허름한 집들, 주변에는 대추야자밭이 보인다. 바그다드가 있는 바그다드주(州) 바로 남쪽에 바빌론이 있는 바벨주가 붙어 있다. 승합차는 바벨주의 시작인 마무디야 마을을 지나는데, 여기도 도처에 사담의 얼굴이다. '나암 나암(예스 예스)' 하는 선전구호가 쓰인 현수막들. 곳곳에 일본제, 한국제 자동차가 보이는데 모두 20-30년전 것들이다. 흰 페인트로 덧칠한 도요타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