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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다드에서 만난 사람들- 송영길의원과 화가 최병수씨

서상섭, 안영근, 김성호, 송영길의원 등 의원 네 명이 이라크전 반대서명을 한 34명의 의원들을 대표해 이라크 의회 초청으로 11일부터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 체류하고 있다. 의원들은 사둔 함마디 이라크 국회의장과 쿠베이 사이 외교위원장 등을 면담하고 걸프전 오폭지점인 아미리야 방공호 전쟁기념관과 후세인아동병원 등을 둘러봤다. 12일 바그다드의 알 라시드 호텔에서 만난 송영길 의원은 "이라크를 둘러보면서 첫 번째로 느낀 것은 '제발 이들을 이대로 내버려뒀으면' 하는 것이었다"면서 말을 꺼냈다. 순박하고 평화로운 이라크인들을 보니 미국이 과연 누구를 위해 전쟁을 하려 하는지 의심스러워질 수 밖에 없었고, 전쟁에 반대하는 신념이 더 굳어졌다는 것. 송의원은 "구식 칼리시니코프 소총을 들고 있는 이라크인들을 ..

이라크의 피해

최첨단 화력을 총동원한 미국의 일방적인 공격이 될 이라크전쟁에서 이라크측이 입을 피해는 막대할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은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주요 군사시설과 통신시설 등을 정확히 폭격할 방침이라고 밝혔지만 지난 1991년 걸프전에서 드러났듯 미사일 오폭 등으로 인한 대규모 민간인 피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걸프전 당시 미국은 바그다드 시내의 교량과 알 라시드 호텔 등을 폭격하면서, 아메리야의 방공호를 오폭했다. 408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 방공호 폭격은 걸프전의 대표적인 오폭사건으로 기록됐다. 이번에는 특히 미군이 지상군을 투입할 방침이기 때문에 인명피해가 많이 날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군 특수부대 상당수가 민간인과 뒤섞여 있기 때문에 시가전이 벌어지면 대도시에서는 큰 피해가 예상된다. 일각에..

[이라크]뚱뚱한 것은 희망이 없기 때문이야

아침에 프레스센터에서 홍콩케이블TV 기자인 윌리엄을 만났다. 3년전 홍콩에 갔더니 사람들이 아주 친절하더라고 얘기해줬다. "그래요? 당신, 운이 좋았던 거예요. 홍콩 사람들 안 친절해요." 나는 프레스카드를 아직 안 만들어서 곧 만들어야 한다고 했더니, "그럼 지금은 어떻게 들어왔느냐, 문 앞에서 검사하는데"라고 물었다. 몰래 들어왔다고 했다. "당신은 정말 lucky한 모양이네요." 그의 말처럼 나는 운이 좋은 편인 것 같다. 앞으로도 운이 좋았으면 좋겠다. 원래 혼자 돌아다니면 안 되는데 그냥 몰래몰래 다니고 있다. 스트리트 택시를 타면 끔찍하긴 하지만 재미도 있다. 어떻냐고? 열심히 달리고 있는데 잘 보니 사이드 미러가 한 개도 없다. 아슬아슬. 영어는 당연히 안 통한다. 어제 운전을 해줬던 하미드..

키르쿠크

터키 정부는 최근 이라크전이 발발하면 이라크 북부에 군을 투입시킬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라크 북부의 쿠르드족 주력부대인 쿠르드민주당(KDP)은 "터키군이 들어오면 유혈충돌이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달 말에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이라크 반군이 북부지역에 잠입했다. 미국은 반군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터키를 상대로 미군 주둔 허용을 요구하고 있다. 이라크 북부를 둘러싼 이같은 일련의 움직임의 핵심에는 전략 요충지인 키르쿠크가 있다. 이라크 최대의 유전지대, 미국-이라크-터키-이란-쿠르드족의 각축전이 벌어지는 곳. 다가올 이라크전쟁에서는 키르쿠크를 장악하는 것이 전세를 결정지을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 내의 모든 종족·종교갈등이 집약돼 있는 키르쿠크는 자칫 '또 하나의 전쟁'이 벌어질 위험..

이라크, 비동시성의 동시성

바그다드 시내에서는 종종 말이 끄는 수레를 볼 수가 있다. 바그다드와 암만을 있는 고속도로변에서는 베두인들이 양떼를 끌고 다니고, 원유를 실은 탱크로리가 질주하는 곁으로 낙타들이 앉아 쉬거나 지나다닌다. 그 모습을 보면 컨템포러리(동시대성)란 과연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 생기면서 기분이 묘해진다. 송두율교수는 예전에 '비동시성의 동시성'이라는 말을 사용했었는데, 그 말이 모순의 중첩을 가리킨 것이었다면 사막에서 제기되는 동시대성의 문제는 문명의 중첩과 관계가 있다. 사막 곳곳에서 만나는 비동시성은 이 땅에 얼마나 오랫동안 문명들이 명멸해왔는지를 보여주는 거울이기도 하다. 바그다드의 시민들과 베두인들은 서로 다른 역사의 길을 걸어왔다. 바그다드에서는 일당독재가 판을 치는데 북쪽에서는 예수 시대의 언어인 아람..

유씨프 신부님과의 대화.

에삼과 함께 시내를 돌아다녔다. 주무리야 거리의 책 시장에 갔었다. 길거리에 노점상들이 헌 책을 판다. 나는 꾸란 두 권과 꾸란을 담기 위한 종이가방, 나자프와 케르발라의 사원들이 조잡하게 그려져 있는 카드 한 벌을 샀다. 오늘은 아슈라 모하람(이슬람력 1월 10일)이다. 8세기에 케르발라에서 무하마드의 사위 알리와 손자 후세인이 반대파들에게 처형당한 날이다. 시아파들은 이 날을 최대 추모일로 치고, 순니파들도 이 날을 기린다. 국경일이어서 거리는 한산했다. 에삼과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점심을 먹었다. 이라크 음식들 사진도 한 장 찍었다. 에삼이 우연히 생각났다면서 자기가 이 곳 기독교 교회가 어디 있는지를 안다고 했다. 당장 가자고 했다. 와흐다 거리에 갔더니 도미니칸 성당과 학교, 사제관을 겸한 수도원..

[이라크]12일, 만수르바자에서.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는 평온하고 일상적인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모래바람 부는 겨울이 끝나고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했다. 가벼워진 옷차림만큼이나 거리는 활기가 있어 보였다. 가게에는 여전히 상품이 부족하고 생필품은 값싼 중국산으로 충당하는 '가난한 생활'이 계속되고 있었지만 바그다드 시민들은 미국의 위협에 '단결'이라는 유일한 무기로 맞서기로 한 것처럼 보였다. 한국에서 온 국회의원 일행과 함께 옛 시가지 중심가에 있는 만수르 바자(시장)에 들렀다. 옷가지와 신발 따위를 파는 가게들과, 관광객들을 위한 기념품 가게들이 몰려 있다. 동남아 등지에서 만들어진 싸구려 양탄자와 조악한 공예품들을 파는 상점가에는 상인들이 나와 호객을 하고 있었지만 외국인 관광객은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골동품 가게 한 곳을 찾..

[스크랩] 바스크

카발리 스포르차의 에서 스크랩. ...(카발리-스포르차 팀 연구는) 바스크인들이 구석기인들과 뒤이어 프랑스 남서부와 스페인 북부에서 살던 중석기인들로부터 직접적 계통으로 내려왔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것을 시사했다. ... 전지구적으로 RH+가 대다수인 반면에 RH-는 유럽인들에게서만 주목할만한 높은 빈도로 나타나고, 스페인과 프랑스 접경 지역의 바스크족에서 최대의 빈도가 나타난다. 이것은 RH-가 서부 유럽의 RH+ 대립인자에서 돌연변이로 나타나고, 그 이유는 잘 모르지만 RH+ 유전자의 빈도를 확연하게 감소시키지 않는 방향으로 아시아와 아프리카로 퍼져나갔다는 것을 시사한다. 바스크인들은 독특하면서 어려운 그들의 고유한 언어 덕분에 자신들의 인족 집단 안에서만 결혼하는 부분적 족내혼이 관습화되었고, 이..

딸기네 책방 2003.03.12

[이라크]다시, 바그다드로

다시 이라크로 가는 길. 950km는 역시 멀었다. 검은 돌과 듬성듬성한 풀밭이 이어진 요르단쪽 사막을 지나, 케라메의 국경을 통과해서 바그다드로 향했다. 사방이 모두 지평선이면, 기분이 이상해진다. 지구는 대체 얼마나 오랜 세월을 돌았기에 이렇게 둥글어졌을까. 소실점이 사라져버리면 근대적 세계관에 익숙한 두 눈은 방향을 잃고 만다. 백미러로 보이는 것은 까마득한 도로와 햇빛. 깜깜해질 때까지 달리고 또 달려서 바그다드로 들어갔다. 시간은 자정에 가까워 있었다. 서울에서는 요르단인 운전기사와 둘이서만 사막을 통과하는 것이 좀 걱정스럽게 생각됐었는데, 정작 달려가는 동안에는 천하태평이었다. 운전기사 왈리드는 줄창 아랍 가요테잎을 틀었다. 내 생각에는, 아마도 아랍의 뽕짝 정도 되는 노래들이 아닌가 싶었다...

중동은 어디로 갈까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 연설을 통해 "이라크전쟁을 계기로 중동 전체에 민주주의를 확산시킬 것"이라고 공언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달 초에도 '중동 민주화'라는 구상에는 변함이 없음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중동 국가들은 이번 이라크전쟁을 계기로 미국이 중동의 '새로운 지도'를 그리려 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 부시대통령이 말한 '중동 민주화' 구상은 중동 전역에 엄청난 격변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구상대로라면 전쟁 이후 중동에 정치적으로는 서구식 민주주의,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이 확산될 것이고 현재 중동 각국에 군림하고 있는 권위주의 정권의 상당수가 교체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민주주의 확대'라는 명분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