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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파티스타는 어디로 가나

멕시코의 비센테 폭스 정권 출범 이후 무장투쟁을 자제하면서 밀림에 은둔해있던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EZLN)이 자치를 선언하면서 다시 멕시코 정치의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 지지부진한 정부와의 평화협상과 무장투쟁의 동력 상실 등으로 정치적 위기를 겪어온 사파티스타는 어떤 방식으로 변신에 성공해 '새로운 정치'를 해낼 것인가. "이제 우리가 정부다" 사파티스타는 10일 남부 치아파스주(州)의 30개 도시에서 자치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2001년 치아파스에서 멕시코시티까지 전국을 도는 '평화대장정'을 가진 뒤 사실상 활동을 중단한채 밀림으로 들어갔던 사파티스타는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사흘간 치아파스주 오벤틱에서 '좋은 정부 위원회'의 공식 출범을 선언하는 축제를 벌였다. 반군지도자인 마르코스 부사령..

전쟁이 민영화된다

이라크는 '용병 싸움터' (2003.8.10) 이슬람세력들은 미군 점령에 맞서 이슬람 각국의 무자헤딘(전사)들을 불러들이고 있고 미군과 영국군은 보안회사들과 계약해 용병을 고용, 무자헤딘을 진압하려 하고 있다. 이들의 충돌로 유혈사태가 악화되고 있으니, 1980-90년대 옛 소련 점령하의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졌던 용병싸움이 재연되고 있다는 우려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아이 무셔워... 부시 미국대통령은 10일 "외부에서 온 테러리스트들이 이라크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백악관이 이날 이라크 점령 100일을 기념하야 '이라크 안보와 자유를 향한 100일의 결과'라는 보고서를 냈는데, 이 보고서는 알카에다와 연계된 테러조직들이 이라크 재건의 장애가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폴 브레머 이라크최..

아이와 같이보면 좋을 신간 그림책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도와주는 그림책들이 여러권 나왔습니다. 하나같이 풍성한 색감에 재미난 발상으로 어린이들의 눈길을 확 잡아끌 것 같은 책들입니다. 국내 동화작가들의 것도 있고, 프랑스와 아르헨티나, 미국, 일본 유명작가의 작품들도 있습니다. 여름날을 소재로 한 동화들을 골라 읽으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단연 눈에 띄는 책은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림작가 아이린 하스의 (비룡소). 그림이 그야말로 '환상'입니다. 위의 그림이 이 책의 한 장면이예요. '엄지공주'의 모티프를 훨씬 몽환적으로 만들어서, 부드럽고 따뜻한 색채로 그렸습니다. 아마 제가 어린 시절에 이 책을 봤으면, 완전히 뿅갔을 거예요. 또다른 미국 작가 마크 티그의 (달리)도 재미있습니다. 흑백톤과 파스텔톤이 번갈아 ..

딸기네 책방 2003.08.05

체첸에서 또 테러가.

러시아 남부 북(北)오세티아 공화국 수도 모즈도크의 군 병원에서 1일 오후(현지시간) 체첸 반군의 소행으로 보이는 차량 폭탄테러가 발생해 최소 35명이 숨지고 76명이 다쳤다. 폭발 당시 병원 안에는 150여명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사상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타르타스통신은 이날 저녁 7시쯤 폭발물을 가득 실은 트럭 한 대가 병원 정문으로 돌진해 들어와 충돌했고, 이 충격으로 건물이 무너져 내렸다고 보도했다. 목격자들은 테러범이 중년 남성 1명이었으며, 병원 정문을 빠른 속도로 통과해 건물을 들이받았다고 전했다. 러시아군 검찰국 세르게이 프리딘스키 차장은 폭발 현장에서 시신 35구를 수습했으며 추가 발굴작업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병원에는 폭발 당시 환자 100여명이 입원해 있었고 의료진..

양길승 '향응 비디오' 파문과 각국의 '몰카 스캔들'

양길승(梁吉承) 청와대 제1부속실장의 '향응 비디오'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정권의 요직에 있는 인사가 이른바 `몰래카메라'에 덜미를 잡힌 것이 처음이 아니다. 외국에서는 유사한 사례로 정권이 아예 뒤바뀌어버린 일도 있다. 대표적인 것은 페루 알베르토 후지모리 정권의 몰락. 일본 이민 3세대로 지난 1990년 당선된 후지모리 전대통령은 2000년초까지만 해도 보안당국, 군부와 결탁한 철(鐵)의 3두체제를 구가하고 있었다. 부정선거로 재선된 그에게 결정타를 가한 것은, 최측근이었던 블라디미르 몬테시노스 국가정보국장의 돈거래 장면을 포착한 비디오테이프였다. 몬테시노스는 후지모리에게 군부 실력자들을 연결시켜주면서 승승장구한 인물. 그러나 2000년 8월 한 해군장교가 야당 지도자들에게 출처불명의 비디..

동성결혼, 허용해야 하나

미국 몇몇 주(州)와 유럽 일부 국가에서 동성(同姓) 결혼을 법적으로 허용하려는 움직임이 잇따르자 바티칸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동성애 그룹은 반발을 한 반면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의 반(反) 동성애 방침을 분명히했다. 동성 결혼 문제는 서구사회에서 보수-진보진영을 가르는 최대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로마교황청은 31일 동성애와 동성애자들간의 결혼에 반대한다는 12쪽 짜리 교서를 냈다. 교황 요한바오로2세는 이 교서에서 "동성애는 가족과 결혼제도에 대한 신의 의도와는 거리가 먼 현상"이라면서 "신을 믿는 각국의 의원들은 극도로 부도덕한 법안을 나서서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바티칸은 동성 결혼은 물론, 동성애 커플의 자녀 입양도 '죄악'에 해당된다는 인식을 분명히 하고 "자연의 법칙에 위배되는 동성애..

석유시장, 다시 '메이저 시대'로

좀 길지만 중요한 얘기. 이라크전쟁을 계기로 세계 에너지시장이 대격변기를 맞고 있다. 전쟁 전부터 예상됐던 바이긴 하다. 가장 근본적인 변화는, 1970년대 이후 걸프의 국가들이 석유를 장악했던 자원민족주의 시대는 끝났다는 것이다. 이건 즉, 오펙 체제가 끝났다는 얘기다. 이미 다국적 에너지기업들이 석유와 천연가스 시장을 탈환하는 조짐이 뚜렷하다. 중동의 시장개방은 역내 정치불안을 가중시키고 국제유가를 불안정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문 여는 걸프 전쟁으로 정부 기능이 상실된 이라크 뿐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이란까지도 서방 에너지자본에 자원시장의 문을 열어놓기 시작했다. 생각을 해보라. 사우디와 이란이 석유시장의 문을 열다니. 사우디 에너지부는 지난 22일부터 이틀간 유럽과 일본을 돌며 50..

팔레스타인 소년의 장기 기증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협상은 난항을 거듭하고 있지만 적대적인 두 민족 사이에도 생명의 소중함을 나누는 교류는 있다. 이스라엘 하레츠지는 29일 팔레스타인 11살 소년의 장기기증으로 이스라엘 어린이 3명이 새 생명을 얻게된 사연을 소개했다. 요르단강 서안 쿠르자 마을에 살던 팔레스타인 소년 카하르는 지난 22일 지붕에서 떨어져 중상을 입었다. 카하르는 이스라엘 페타 티크바에 있는 슈나이더 아동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소생하지 못했고 결국 일주일만인 29일 뇌사판정을 받았다. 의사는 같은 병원에 입원해있던 어린이들을 치료하기 위해 장기를 기증할 의사가 있는지 카하르의 가족들에게 물었다. "엄마는 의사에게서 장기와 조직을 기증하라는 제안을 받고서 망설이지 않고 그러겠다고 했어요. 우리는 카하르의 ..

장애와 소통하는 법

토베 케이코 글·그림. 자음과모음. 노라 엘렌 그로스. 한길사 몇해전 전문직종에서 제법 잘 나가는 사람을 취재차 만났다. 심심찮게 신문에 이름이 거론되기에 "언제 출마하실거냐"고 물었더니 "지금은 아니"란다. 그분 아이가 자폐아라고 했다. 정치 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아이에게는 아직 아빠가 필요한 때라는 얘기였다. 토베 케이코의 만화책 `사랑하는…'의 주인공 히카루는 자폐아다. 싸우고 울고지새던 일중독자 아빠, 마음 약한 엄마가 자폐아를 매몰차게 대하는 사회와 맞부딪쳐 함께 싸우는 것이 책의 줄거리다. 사회는 장애를 가진, 혹은 그저 다른 사람들과 `다를' 뿐인 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 걸까. 과학저널리스트인 매트 리들리는 다운증후군 아기를 낳을까 싶어 낙태를 하는 세태를 비꼬면서 "사람들은 `그저 ..

딸기네 책방 2003.07.28

네시는 없다

"네시는 없다" 영국의 BBC방송이 27일 방영한 다큐멘터리에서 오랜 세월 사람들을 공포에 몰아넣었던 네시(Nessie), 즉 `네스호(湖)의 괴물'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방송은 고생물학자와 해양생물학자들로 팀을 구성, 초음파탐지장치 600개를 동원해 네스호를 샅샅이 뒤졌지만 괴물의 그림자조차 찾을 수 없었다면서 괴물 소동은 사람들이 꾸며낸 이야기일 뿐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네시는 스코틀랜드의 인버네스에 있는 네스호에 산다는 전설의 괴물. 긴 목에 거대한 몸집의 괴물을 보았다는 사람들은 많았지만 정체는 오리무중이었다. 현지 설화에 나오는 지옥의 요정이라는 설과 추락한 군용기의 잔해라는 설 등 추측이 분분했으나 최근에는 수생 공룡의 일종인 플레시오사우루스라는 주장이 지배적이었다. BBC 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