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8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작으면서 크고 넓은 책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經濟成長がなければ私たちは豊かになれないのだろうかC. 더글러스 러미스 (지은이) | 최성현 | 김종철 (옮긴이) | 녹색평론사 | 2011-04-05 책은 재생지로 된 작고 두껍지 않은 책인데 내용은 크고 넓다. 제목이 너무나 직설적이어서 상상의 여지를 주지 않는다. 책은 미국 출신 사회운동가 겸 저술가 더글러스 러미스가 일본에 살면서 일본 사람들에게 이러저러하게 살아보자, 하고 지적하고 제안하는 형식으로 돼 있다. 일본어 문체로 돼 있어서 거기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겐 다소 생소한 말투로 들릴 수도 있을 것 같다. 지적하는 내용과 제안도 일본적이지만, 우리 또한 새겨들어야만 하는 내용임에는 틀림없다. 아니, 사실은 “개같이 벌으렸다, 돈만 벌어라” 하는 식의 사..

딸기네 책방 2007.10.01

파리드 자카리아, <자유의 미래>

The Future of Freedom: Illiberal Democracy at Home and Abroad Fareed Zakaria. W. W. Norton & Company. 한 해 동안 읽은 책들 중에서, 다시 생각해봐도 아마도 이 책이 가장 수작이 아니었나 싶다. 파리드 자카리아는 포린어페어스 편집장을 거쳐 뉴스위크 편집장을 하고 있는, 인도 무슬림 이민자 가정 출신의 학자 겸 저널리스트다.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면 미국 최초의 ‘무슬림 국무장관’이 될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나올 만큼 미국에선 알아주는 똑똑한 사람인데 이상하게 국내에선 ‘벌써 다 유명해진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로 더더욱 유명해지지 못하고 있는 느낌. 자카리아의 이 책이 한번 나왔다가 절판이 되는 바람에 어쩔수 없이 영어본으로 읽었..

딸기네 책방 2007.09.08

얼굴 없는 공포, 광우병

얼굴 없는 공포, 광우병 그리고 숨겨진 치매. Brain Trust. 폴 켈러허. 김상윤·안성수 옮김. 고려원북스. 5/7 틈 날 때마다 요즘 주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권한다. 책의 원제는 brain trust 인데 한국어판 책 표지에는 대문짝만하게 ‘광우병’이라고 쓰여 있는 것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부제까지 합치면 ‘얼굴 없는 공포, 광우병 그리고 숨겨진 치매’. 책 표지 왼쪽 윗부분엔 ‘광우병에 관한 최신 연구보고서! 켈러허 박사가 최근 8년간 추적, 새롭게 밝혀지는 광우병의 진실 그리고 또다른 의혹들!’ 느낌표를 두 개 씩이나 받아가며 ('브레인 트러스트'라는 애매모호한 제목으로는 도저히 안 팔릴 것임을 예감했는지) 설명을 붙여놨다. 소설보다 더 흥미진진한! 이라고 하면 상투적..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제국의 선택- 거인의 어깨에서 세상을 보다

제국의 선택- 지배인가 리더십인가. THE CHOICE.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김명섭 역주. 황금가지. 7/22 2000년에 을 읽은 뒤, 두 번째로 읽는 브레진스키의 책이다. 저자도 그 때 그 저자, 옮긴이도 그 때 그 옮긴이. 은 2004년 미국과 한국에서 거의 동시에 출간됐다고 하는데, 2004년이라면 미국이 이라크전쟁을 일으키고 1년 뒤다. 그러니 아마도 이 책은 이라크전이 한창이던 와중에(조지 W 부시의 화려한 ‘주요 전투 종료 선언’과 달리 지금도 전쟁은 끝나지 않았지만) 쓰였을 것이다. 이름도 특이하고 어려운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는 널리 알려진 대로 미국의 ‘정통’ ‘보수파’ ‘현실주의’ ‘안보전문가 겸 정치외교학자’다. 폴란드 바르샤바 출신. 1928년 생이니 나이가 여든을 바라본다. 하버드..

딸기네 책방 2007.07.22

The World Is Flat

The World Is Flat 토머스 L. 프리드먼 (지은이) | Farrar Straus and Giroux | 2006-04-18 어떤 부분은 지겹다 싶고 또 어떤 부분은 제기랄... 이러면서도 프리드먼의 새 책이 나오면 읽지 않을 수가 없다. 내가 이 사람의 글을 좋아하건 좋아하지 않건, 이 사람의 글 속에 통찰력이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몇 년 새 프리드먼의 책들이 번역돼 나오면 웬만한 것은 다 읽어보았고, 더불어 로버트 카플란도 가능하면 읽으려고 애쓰는 중이다. 지난 여름엔 벼르고 벼르던 파리드 자카리아의 책도 간신히 한권 읽었고, 지금은 니알 퍼거슨의 책을 손에 잡고 있다. 제국주의를 연구한 영국 학자인 퍼거슨은 우선 논외로 하자. 프리드먼과 카플란, 자카리아는 모두 미국에서..

딸기네 책방 2007.07.21

군사주의에 갇힌 근대 -별점 7개짜리.

군사주의에 갇힌 근대 문승숙 (지은이) | 이현정 (옮긴이) | 또하나의문화 | 2007-02-01 으으으... 이런 책은 별점을 마구마구 더줘야 하는데... 아주 속이 시원했다. 대한민국 사람들이 모두 이 책을 한번씩 읽어봤음 좋겠다. 올 하반기 읽은 책들 중에 정말이지! 맘에 드는 책이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만들어지고 군사독재, 다른 말로 ‘개발독재’가 시작된 이래 남성성과 여성성을 어떻게 차별해서 ‘나라만들기/국민만들기’에 동원했는지를 파헤친다. 저자는 1960년대부터 1987년 이전까지를 ‘군사화된 근대성과 성별적 대중동원’의 시기로 규정하고, 그 이후 2002년까지를 ‘군사화된 근대성의 쇠퇴와 성별화된 시민성의 대두’로 정리한다. 말하자면 이 책의 핵심 개념은 ‘군사화된 근대성’이다. 귤이 ..

딸기네 책방 2007.07.21

서경식, 디아스포라 기행

디아스포라 기행 ディアスボラ紀行-追放された者のまなざし (2005)서경식 (지은이) | 김혜신 (옮긴이) | 돌베개 | 2006-01-16 "‘나는 재일조선인’이라고 나서는 사람만이 재일조선인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름을 말하지 못하고, 늘 자신은 누구인가 자문하는 존재가 재일조선인이다. 재일조선인이 자기 이름을 말하는 것을 어렵게 하고 그들을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로 만드는 온갖 식민주의적 관계를 고려하면 이 잘 보이지 않는 부분을 포함한 전체야말로 재일조선인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128쪽) 1992년 서경식의 ‘나의 서양미술 순례’를 읽을 때 너무 슬프고 마음 아프고 두렵고 충격적이었던, 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외로운 떠돌이가 이번엔 세계화 시대의 제1 화두가 된 ‘디아스포라’라는 담론으로..

딸기네 책방 2007.07.17

포스트휴먼과의 만남 -미래인간 가이드북

포스트휴먼과의 만남 Manuel d‘usage et d’entretien du Post-Humain (2004)도미니크 바뱅 (지은이) | 양영란 (옮긴이) | 궁리 | 2007-01-22 포스트휴먼이란 개념도 요즘 유행하는 모양이다. 인간 그 다음의 인간. 우리가 ‘인간성’이라고 부르는 것이 오랜 세월의 진화를 거쳐 형성된 것이었다고 한다면, 지금까지 우리 머릿속에 뿌리를 내린 인간의 속성들을 뛰어넘는 ‘갑작스런 진화’의 결과물은 분명 기존의 상상과는 다른 존재일 것이다. 그 변화가 과연 얼마나 갑작스런 것일지는 알 수 없지만. 엄지손가락으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엄지족 세대와 기성세대는 다른 종류의 인간들일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문제는 양질 전화에 있으니, 양적인 변화들이 쌓이고..

딸기네 책방 2007.07.16

밀턴 프리드먼, '자본주의와 자유'

자본주의와 자유 Capitalism and Freedom밀턴 프리드먼 (지은이) | 심준보 | 변동열 (옮긴이) | 청어람미디어 | 2007-04-02 늘 이름만 듣고 정작 한번도 접해보지 못했던 밀턴 프리드먼의 책을 올여름 읽었다. 유명한 책이라고 한다. “를 읽지 않고서는 현대 경제학을 논할수 없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영향력 있는 100권의 책 중 하나”. 분량이 생각보다 많지 않고(320쪽 정도) 에세이풍이길래 한번 읽어봐야지 하고 도전해봤다. 책이 처음 나온 것은 1962년. 1982년에 한번 다시 냈고, 그 다음에 2002년 다시 펴냈다고 한다. 내가 본 책에는 이 세 버전의 저자 서문이 모두 붙어 있다. 저자가 2002년판 서문에서 밝혔듯, 1962년과 이후 20년, 또 그 뒤의 ..

딸기네 책방 2007.07.15

기로에 선 미국 -똑똑한 학자의 못돼먹은 책

기로에 선 미국 America at the crossroads프랜시스 후쿠야마 (지은이) | 유강은 (옮긴이)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11-17 이번 여름에 몇 권의 굵직한 책들을 읽었다. 두께나 분량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고, 내용의 무거움 측면에서 읽은 보람이 있다 싶어 뿌듯한 그런 책들이다. 그 중 가장 탁월했던 것은 파리드 자카리아의 ‘자유의 미래’였고 나머지는 밀턴 프리드먼의 ‘자본주의와 자유’, 브레진스키 ‘제국의 미래’, 문승숙 ‘군사주의에 갇힌 근대’, 그리고 이 책, 후쿠야마의 ‘기로에 선 미국’이었다. 모두 무게가 적잖은 것들인데, 읽고 나서 정리를 제때 제때 하지 않은 탓에 머리 속에서 뒤죽박죽이 되어 두통을 안겨줬던 책들이다. 후쿠야마는 설명할 필요 없이 ‘역사의 종언’의 그..

딸기네 책방 2007.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