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포스트휴먼과의 만남 -미래인간 가이드북

딸기21 2007. 7. 16. 22:55

포스트휴먼과의 만남 Manuel d‘usage et d’entretien du Post-Humain (2004)

도미니크 바뱅 (지은이) | 양영란 (옮긴이) | 궁리 | 2007-01-22



포스트휴먼이란 개념도 요즘 유행하는 모양이다. 인간 그 다음의 인간. 우리가 ‘인간성’이라고 부르는 것이 오랜 세월의 진화를 거쳐 형성된 것이었다고 한다면, 지금까지 우리 머릿속에 뿌리를 내린 인간의 속성들을 뛰어넘는 ‘갑작스런 진화’의 결과물은 분명 기존의 상상과는 다른 존재일 것이다. 그 변화가 과연 얼마나 갑작스런 것일지는 알 수 없지만.

 

엄지손가락으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엄지족 세대와 기성세대는 다른 종류의 인간들일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문제는 양질 전화에 있으니, 양적인 변화들이 쌓이고 쌓여 드디어 (오늘날의 개념으로는) 인간이라 부르기 힘든 전혀 다른 인간이 나타나지 말란 법은 없다. 하지만 다만 그 양적인 변화의 속도가 빠르다는 것뿐이지, 변화는 점진적으로 오기 때문에(어느날 갑자기 완벽한 인공지능 로봇이 출현하는 것은 아니다) 아마도 ‘새로운 인간’이 어느날 갑자기 깨벗고 나타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우리’ 눈으로 보면, 양질전화를 이룬 미래의 인간은 우리에게서 멀찌감치 떨어진 새로운 인간으로 보일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우리같은 ‘오래된 눈’을 가진 사람들에겐 전혀 새로운 종류로 보일, 그렇지만 점진적 변화를 통해 우리에게서 출발해서 비로소 나타날 ‘다음 인간들’의 모습을 그려내 보인다.


(다음 세대의 인간을 저자는 탈(脫)인간이라 이름붙였지만 그들이라고 인간이 아닐쏘냐. 포스트휴먼은 그저 21세기 초반을 살아가는 인간의 자기중심적 시각에서 나온 말이니 구애받을 필요는 없겠다.) 


아이러니하게도 포스트휴먼의 탄생을 전망한 이 책의 첫 번째 장은 ‘죽음’을 다룬다. 어쩌면 미래사회 인간들의 핵심적인 특징은 지금의 인류보다 훨씬 오래산다는 사실인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그것은 모든 현생인류의 목적이자 미래 인류의 본질을 구성하는 요소가 될 것이다. 죽음이라는 시간표를 늦추면서 인류는 진화의 궁극을 향해간다? 죽음을 넘어서는 방법은 그렇다면 무엇일까. 2장 ‘포스트 바디’가 그 해법을 보여준다. 게놈시대 이야기는 이만 생략.


이어지는 장들은 ‘포스트 에고’, ‘포스트 릴레이션’, ‘포스트 리얼리티’를 다룬다. 낙관과 비관을 넘나든다는 점에서 공상과학소설보다는 현실적으로 보이지만 미래의 그림을 사실적으로 그려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결국 이런 종류의 책들이 다룰 수 있는 최대한도는 ‘트렌드’가 될 것인데, 이 책은 인간 변화의 트렌드를 전하면서 길지 않은 분량 속에 되도록 많은 이슈를 담았다. 포스트휴먼들에겐 세대 사이의 관계가 후원이나 양육이 아닌 경쟁이 될 것이라든가, 고도의 물질문명에서 배태된 포스트휴먼 시대에 기계 숭배는 오히려 끝나고 생명의 복잡성이 인류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라는 예측, 포스트휴먼적 ‘극장쇼’ 관점에서 바라본 9·11 테러의 의미 등 재미있는 부분들이 많았다. 저자는 미래학자인데, 프랑스식 유머가 간간이 배어있어서 책 읽는데 지루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