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민족 12

버마에서 '인종청소'가...

지난달 말 버마 중부의 소도시 메익틸라에서 어린 아이들을 포함해 무슬림 주민들 40여명이 ‘조직적으로’ 살해됐습니다. 범인은 무슬림이 상권을 장악한 데에 불만을 품은 불교도 주민들이었습니다. 버마 민주화의 그늘, 종족-종교 갈등 그런데 경찰은 무슬림 살해극을 곁에서 지켜보면서도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았으며, 살해 과정을 비디오카메라로 찍기만 했습니다. 무슬림들은 “정부가 학살을 방조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당국은 묵살했습니다. 하지만 BBC방송이 무슬림 살해 동영상을 입수해 22일 공개하면서 버마 경찰의 ‘학살 방조’ 사실이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이 동영상에는 무슬림이 운영하는 금은방에 불교도들이 불을 지르는 장면, 무슬림 주민이 ‘화형’을 당하는 장면 등이 담겨 있다고 합니다. 이 동영상은 버마 경찰이..

강이, 나무가, 꽃이 돼 보라

석달 전 교토에 여행을 갔다가, 교토 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히가시혼간지(東本願寺)에 들른 적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오래된 큰 건물들이 일본에는 많지만, 특히나 이 히가시혼간지라는 절은 건물의 크기가 워낙 컸다. 정토진종의 절인데 안에는 사람들이 거의 없이 고즈넉했다. 그곳 갤러리에서 뜻밖의 전시를 만났다. 조용한 갤러리에서 갑자기 눈에 들어온 것은 한국인임이 확실한 어떤 문인의 이름이었고, 그 옆에는 일본어로 '재일(자이니치)코리안' 즉 식민지 시절 일본에 끌려갔거나 건너갔다가 정착하게 된 사람들을 소개하는 글이 실려 있었다. 이들은 남북한이 갈라지기 전에 일본에 간 이들이기 때문에 한국인도 북한사람도 아닌 '재일'이라고만 불린다. 일부는 조총련계, 일부는 민단계로 갈려 있지만 자..

딸기네 책방 2012.08.27

런던 소요, '마이너리티 충돌'로 가나

영국 소요사태가 벌써 엿새 째... 10일 새벽 버밍엄에서 상점을 약탈하려던 것으로 보이는 흑인 남성이, 경비를 서고 있던 파키스탄 청년 3명을 차로 들이받아 숨지게 만든 일이 일어났습니다. 버밍엄은 아시아계 주민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 중 하나인데 소수민족 간 충돌과 복수극으로 자칫 비화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8일에는 말레이시아에서 온 유학생이 런던 북부 해크니에서 폭력배들에게 폭행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영국에 거주하는 아시아계라고 하면, 대개는 과거 영국의 식민지였던 인도계와 파키스탄계입니다. 이들은 영국 내에서 소수민족으로서 카리브·아프리카계(즉 흑인들)와 마찬가지로 일자리 차별 등에 맞서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1992년 로드니킹 사건으로 촉발된 미국 로스앤젤레스 흑인 소요 ..

사르코지 "집시 나가라"

프랑스의 우파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집시들한테 칼을 빼들었습니다. 시작은 지난 19일의 추방 조치였지요. 프랑스 정부는 지난달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뒤 치안불안을 불법 이민자들 탓으로 돌리며 단속령을 내렸습니다. 그리고는 19일 파리와 리용 등지에서 집시들을 붙잡아 90명을 출신국인 루마니아로 내보냈습니다. 20일에도 132명을 추방했고, 26일에 다시 루마니아로 집시 169명을 내보낼 계획이라고 합니다. 집시들은 추방령을 받으면 한 달 안에 떠나야 합니다. 그동안에는 집시들한테 생활보조금을 줘왔던 모양인데 사르코지의 강경 조치에 따라 보조금도 중단되고 출신국가로 송환 당하게 됐습니다. 루마니아로 돌아가는 집시에게는 300유로 정도씩을 지급한다고 합니다. 45만원 정도 쥐어주고 내보내는 셈이네요..

기후변화로 언어가 사라진다

덴마크령 그린란드 북서쪽에 있는 시오라팔룩은 사람 사는 곳 중 지구상 맨 북쪽에 있는 마을이다. 이 곳에 이누이트 원주민 일족인 이누구이트 부족 70여명이 살고 있다. 겨울이면 석달씩 밤이 이어지고 기온이 영하 40도로 내려가는 혹독한 환경이지만 이들은 물개와 고래 등을 사냥하고 낚시를 하며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1818년 스코틀랜드 탐험가 존 로스가 도착하기 전까지 이누구이트족은 자신들과 다르게 생기고 다른 말을 하는 사람들이 사는 ‘바깥 세상’이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 그후 200년이 흘러 그린란드 대부분 지역이 유럽화, 기독교화됐지만 이누구이트족은 유독 자기네들 생활방식과 무속신앙을 그대로 유지해왔다. Inughuit - History and Cultural Relations ‘이누크툰’이라 불..

발루치스탄을 아시나요

이란과 파키스탄이 만나는 험난한 산악지역에는 발루치라 부르는 민족이 살고 있다. 이란·이라크·시리아·터키가 만나는 북쪽의 쿠르디스탄 산악지역에 사는 쿠르드족이 역사상 독립국가를 갖지 못한 비운의 민족이라면, 발루치족은 그 남쪽에서 비슷한 처지로 이란과 파키스탄 양쪽으로부터 차별과 억압을 받는 소수민족이다. 가난과 범죄, 탄압에 시달리는 비극의 땅에서 또다시 폭탄테러가 일어났다. 알자지라방송과 이란 IRNA통신 등은 15일 밤 이란 남부 시스탄-발루체스탄주(州) 주도 자하덴의 자미아 모스크에서 두 차례 연쇄자폭테러가 일어나 20여명이 숨지고 70명 이상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테러범들은 여장을 하고 시아파 사원인 이 모스크에 들어가려다가 제지를 당하자 자폭을 했다. 이란 내무부는 최정예부대인 혁명수비대 대원..

셰르파 이야기

네팔의 셰르파인 아파(49)는 지난달 초 에베레스트(현지명 초모랑마) 등반을 시작했다. 5월 중순이면 8848m 정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선 오은선 대장의 ‘세계 최초 여성 히말라야 14좌 완등’에만 시선이 쏠렸으나, 아파의 등정 또한 네팔의 모든 셰르파들과 산악인들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다. 지금은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교외 드레이퍼에 이주해 살고 있지만 아파는 에베레스트 기슭에서 나고 자랐다. 12살 때부터 등반을 시작해 1989년 에베레스트 정상을 처음으로 밟았다. 그 후 에베레스트를 오른 것이 19번. 이번은 그의 20번째 도전이다. 셰르파들 가운데서도 베테랑 중의 베테랑인 아파가 역사적인 기록을 세울 것인지도 중요하지만, 그에겐 이번 등정에서 또하나의 임무가 있다. 53년 셰르파 텐..

신장위구르 사태 Q&A

중국 신장위구르 지역이 최근 들어 격렬한 분쟁지역으로 부상하면서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과거 산발적인 봉기가 일어나긴 했었지만, 위구르족 분리독립 움직임은 근래 특히 가열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번 유혈사태는 위구르족과 한족의 충돌, 중국 당국의 고질적인 위구르족 탄압, 경제개발에서 따돌림당한 변두리의 불만 등이 합쳐지면서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외신들과 전문가들의 분석을 통해 이번 사태의 원인과 전망을 알아본다. Q.신장위구르 사태가 일어난 계기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은 지난달 26일 광둥성의 장난감 공장에서 일어난 위구르 노동자 살해사건이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고 보도했다. 당초 이 사건은 한 한족노동자가 “한족 여성 2명이 위구르족에게 성폭행 당했다”는 거짓말을 퍼뜨리면서 일어났다. 중..

'위구르의 어머니' 레비야 카디르

중국 정부는 신장위구르에서 다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자 강경진압에 나서면서, 미국에 망명 중인 위구르족 여성 독립운동가 레비야 카디르(61.사진)를 ‘배후’로 지목했습니다. 미국 당국의 보호를 받는 카디르가 위구르인들에게 돈을 대고 시위를 부추겼다는 겁니다. 중국 정부의 이같은 주장으로 새삼 주목을 받게 된 카디르는 위구르 출신의 여성사업가이자 분리운동가로서, ‘위구르인의 어머니’라 불리는 인물이랍니다. 그는 1948년 동투르키스탄(지금의 신장위구르 자치주)의 산악지대에서 태어났는데, 중국 공산당이 한족을 그곳으로 강제이주시키면서 사막으로 쫓겨났습니다. 카디르는 15세에 결혼해 여섯 아이를 낳았는데, 남편의 구타에 시달리다가 28세에 이혼했습니다. 힘겨운 결혼생활과 문화대혁명의 소용돌이 속에 고초..

죽이지 마라

세상 어떤 이유로든 사람을 죽이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이란 사태 난지 며칠이나 지났다고... 중국 서부 신장위구르 자치구에서 또다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 신화통신 보도가 140명 사망이니, 실제로는 얼마나 죽었는지도 알 수 없다. 유튜브에 올라온 동영상들을 보는데 두렵고 끔찍하다. http://www.uyghur1.com/ 여기에 가면 동영상들이 있는데 중간에 끔찍한 스틸도 있으니, 시각적 충격에 약한 분들은 보지 마세요. 사실은 이번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 광둥 완구공장이라는 곳에서 지난달 말에 벌써 유혈사태가 있었다. 위구르족들 말로는, 한족 노동자 8000명이 위구르족 노동자 600여명이 잠들어 있던 기숙사를 덮쳐서 여성을 비롯한 위구르족 27명을 살해했다고 한다. 자세한 사정은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