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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우파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집시들한테 칼을 빼들었습니다.
시작은 지난 19일의 추방 조치였지요.
프랑스 정부는 지난달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뒤 치안불안을 불법 이민자들 탓으로 돌리며 단속령을 내렸습니다. 그리고는 19일 파리와 리용 등지에서 집시들을 붙잡아 90명을 출신국인 루마니아로 내보냈습니다. 20일에도 132명을 추방했고, 26일에 다시 루마니아로 집시 169명을 내보낼 계획이라고 합니다.
집시들은 추방령을 받으면 한 달 안에 떠나야 합니다. 그동안에는 집시들한테 생활보조금을 줘왔던 모양인데 사르코지의 강경 조치에 따라 보조금도 중단되고 출신국가로 송환 당하게 됐습니다. 루마니아로 돌아가는 집시에게는 300유로 정도씩을 지급한다고 합니다. 45만원 정도 쥐어주고 내보내는 셈이네요.
유럽 일부 국가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독일, 영국, 스페인 내무장관이 다음달 6일 파리에 모여서 집시 문제를 논의할 계획입니다. 이 회의를 계기로 프랑스의 강경조치가 주변 나라들로도 확산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이민자들이나 불법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물리적 탄압을 가하고 있는 이탈리아는 유럽연합(EU)에 이민자를 더욱 엄격히 제한하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반인권적인 조치라는 반발도 만만치 않습니다.
유엔과 유럽의회, 유럽 인권위원회 등은 일제히 프랑스 조치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유럽 내에서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EU의 정신에도 위배되는 것이고, 유럽연합이 추진해온 인권의 가치를 조롱하는 처사라는 것이죠.
특히 프랑스의 조치는 집시에 대한 편견을 이용, 교묘하게 소수민족을 탄압하는 것이어서 논란거리가 됩니다. EU 집행위의 매튜 뉴먼 대변인은 “EU는 어떤 형태의 차별에도 반대하며, 집시를 포함한 모든 소수민족을 유럽에 통합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면서 “집시들도 유럽의 시민이므로 어느 나라에든 갈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사르코지 정부는 “근로허가증도 받지 않고 불법 체류하는 집시들을 본국에 되돌려 보낸 것일 뿐”이라는 입장입니다. 프랑스 외무부는 “EU 지침에 따르면 공공질서나 안전, 보건 상의 이유가 있을 경우 유럽 시민들에 대해서라도 이동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도록 돼 있다”고 주장했다고 AFP통신 등이 전했습니다.
프랑스는 지난해에도 루마니아와 불가리아계 집시 1만명 가량을 자발적 귀환 형식으로 추방한 바 있습니다. 지금 남아있는 집시들은 약 1만5000명 정도랍니다.
하지만 프랑스 내에서도 사회당과 인권단체들은 정부 조치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유럽의회 일각에서는 다음달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리는 의원 총회에서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집시들의 고향인 루마니아는 어떤 입장일까요?
루마니아 정부는 “프랑스 내에서 외국인 혐오 감정을 확산시킬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트라이안 바세스쿠 루마니아 대통령은 “프랑스의 입장을 이해하지만, 집시를 포함해 모든 루마니아 국민은 EU 회원국 주민으로서 자유롭게 각국을 오갈 권리가 있다”는 성명을 냈습니다.
반면 같은 동유럽일지라도, 불가리아에서는 일부 우익세력이 집시에 대한 반감을 부추기는 모습도 나타났습니다. 불가리아의 우익 정당 VMRO는 “집시는 유럽 전체에 걸친 문제”라면서 오히려 프랑스를 지지한다고 선언했습니다. 이 정당 당수인 크라시미르 카라카차노프는 자국 언론과 인터뷰하면서 “집시들을 사회에 포용하려는 노력은 돈 낭비였을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다분히 인종주의적인 발언이 아닐 수 없군요. 사실 집시들은 자기네 '출신국'에서도 핍박받는 소수민족이고요.
루마니아와 불가리아는 2007년 유럽연합 회원국이 됐습니다. 불가리아는 인구가 720만명, 1인당 연간 국내총생산(GDP)이 구매력 기준으로 1만2500달러 정도입니다. 루마니아는 1인당 연간 GDP 1만1500달러에 인구는 2200만명으로, 유럽연합 27개 회원국 중에서 인구가 7번째로 많습니다.
두 나라 다 유럽에서는 가난한 편에 속합니다. 사실 두 나라가 EU에 들어갈 때부터 서유럽 부국들은 “집시들을 비롯해 가난한 이주자들이 밀려오는 것 아니냐”며 눈총을 보냈었지요.
이번 조치 이면에는 동유럽 출신들에 대한 경계감이 배어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얼마 전 루마니아는 옛 소련권에 흩어져 있는 자민족들을 국민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정책을 발표했고, 지난 16일 실제로 몰도바 공화국에 살던 루마니아 민족 1만7000여명을 자국민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루마니아나 불가리아가 이주민들을 받아들이면 유럽 전반으로 봤을 때에는 상대적으로 가난한 인구가 늘어나고, 루마니아와 불가리아가 유럽정계에서 갖는 지분은 인구에 비례해서 커지겠지요. 하지만 EU 차원의 복지비용은 늘어나며 이주노동자는 더욱 많아지게 됩니다. 프랑스 등이 나서서 핏대를 세운 데에는 이 두 나라에 경고를 보내겠다는 의도도 들어있는 것 같습니다.
유럽 내부의 역학관계에도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다음달 6일 집시 문제로 회의를 하자면서 프랑스는 집시 인구가 많거나 직접 관련이 있는 루마니아, 불가리아, 그리스 등에는 초대장도 보내지 않았습니다. 그리스는 동유럽 집시들이나 이주노동자들이 서유럽으로 건너가는 통로지요. 그리스 측은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큰 덩치를 무기로 EU 안에서 집시 문제를 멋대로 해결하려는 것 아닌지 의구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EU 순번제 의장국인 벨기에는 초대를 받았지만 “집시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룰 거라면 가지 않겠다”면서 참석을 거부했습니다. 역시 초대를 받은 독일도 “장관 스케줄이 바쁘다”면서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시작은 지난 19일의 추방 조치였지요.
프랑스 정부는 지난달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뒤 치안불안을 불법 이민자들 탓으로 돌리며 단속령을 내렸습니다. 그리고는 19일 파리와 리용 등지에서 집시들을 붙잡아 90명을 출신국인 루마니아로 내보냈습니다. 20일에도 132명을 추방했고, 26일에 다시 루마니아로 집시 169명을 내보낼 계획이라고 합니다.
집시들은 추방령을 받으면 한 달 안에 떠나야 합니다. 그동안에는 집시들한테 생활보조금을 줘왔던 모양인데 사르코지의 강경 조치에 따라 보조금도 중단되고 출신국가로 송환 당하게 됐습니다. 루마니아로 돌아가는 집시에게는 300유로 정도씩을 지급한다고 합니다. 45만원 정도 쥐어주고 내보내는 셈이네요.
유럽 일부 국가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독일, 영국, 스페인 내무장관이 다음달 6일 파리에 모여서 집시 문제를 논의할 계획입니다. 이 회의를 계기로 프랑스의 강경조치가 주변 나라들로도 확산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이민자들이나 불법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물리적 탄압을 가하고 있는 이탈리아는 유럽연합(EU)에 이민자를 더욱 엄격히 제한하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Romanian gypsies are escorted by French police officers to the check-in desk
at Roissy Charles de Gaulle airport, near Paris , Friday, Aug. 20, 2010. |AP
하지만 반인권적인 조치라는 반발도 만만치 않습니다.
유엔과 유럽의회, 유럽 인권위원회 등은 일제히 프랑스 조치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유럽 내에서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EU의 정신에도 위배되는 것이고, 유럽연합이 추진해온 인권의 가치를 조롱하는 처사라는 것이죠.
특히 프랑스의 조치는 집시에 대한 편견을 이용, 교묘하게 소수민족을 탄압하는 것이어서 논란거리가 됩니다. EU 집행위의 매튜 뉴먼 대변인은 “EU는 어떤 형태의 차별에도 반대하며, 집시를 포함한 모든 소수민족을 유럽에 통합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면서 “집시들도 유럽의 시민이므로 어느 나라에든 갈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사르코지 정부는 “근로허가증도 받지 않고 불법 체류하는 집시들을 본국에 되돌려 보낸 것일 뿐”이라는 입장입니다. 프랑스 외무부는 “EU 지침에 따르면 공공질서나 안전, 보건 상의 이유가 있을 경우 유럽 시민들에 대해서라도 이동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도록 돼 있다”고 주장했다고 AFP통신 등이 전했습니다.
프랑스는 지난해에도 루마니아와 불가리아계 집시 1만명 가량을 자발적 귀환 형식으로 추방한 바 있습니다. 지금 남아있는 집시들은 약 1만5000명 정도랍니다.
하지만 프랑스 내에서도 사회당과 인권단체들은 정부 조치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유럽의회 일각에서는 다음달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리는 의원 총회에서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집시들의 고향인 루마니아는 어떤 입장일까요?
루마니아 정부는 “프랑스 내에서 외국인 혐오 감정을 확산시킬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트라이안 바세스쿠 루마니아 대통령은 “프랑스의 입장을 이해하지만, 집시를 포함해 모든 루마니아 국민은 EU 회원국 주민으로서 자유롭게 각국을 오갈 권리가 있다”는 성명을 냈습니다.
반면 같은 동유럽일지라도, 불가리아에서는 일부 우익세력이 집시에 대한 반감을 부추기는 모습도 나타났습니다. 불가리아의 우익 정당 VMRO는 “집시는 유럽 전체에 걸친 문제”라면서 오히려 프랑스를 지지한다고 선언했습니다. 이 정당 당수인 크라시미르 카라카차노프는 자국 언론과 인터뷰하면서 “집시들을 사회에 포용하려는 노력은 돈 낭비였을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다분히 인종주의적인 발언이 아닐 수 없군요. 사실 집시들은 자기네 '출신국'에서도 핍박받는 소수민족이고요.
루마니아와 불가리아는 2007년 유럽연합 회원국이 됐습니다. 불가리아는 인구가 720만명, 1인당 연간 국내총생산(GDP)이 구매력 기준으로 1만2500달러 정도입니다. 루마니아는 1인당 연간 GDP 1만1500달러에 인구는 2200만명으로, 유럽연합 27개 회원국 중에서 인구가 7번째로 많습니다.
두 나라 다 유럽에서는 가난한 편에 속합니다. 사실 두 나라가 EU에 들어갈 때부터 서유럽 부국들은 “집시들을 비롯해 가난한 이주자들이 밀려오는 것 아니냐”며 눈총을 보냈었지요.
이번 조치 이면에는 동유럽 출신들에 대한 경계감이 배어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얼마 전 루마니아는 옛 소련권에 흩어져 있는 자민족들을 국민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정책을 발표했고, 지난 16일 실제로 몰도바 공화국에 살던 루마니아 민족 1만7000여명을 자국민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루마니아나 불가리아가 이주민들을 받아들이면 유럽 전반으로 봤을 때에는 상대적으로 가난한 인구가 늘어나고, 루마니아와 불가리아가 유럽정계에서 갖는 지분은 인구에 비례해서 커지겠지요. 하지만 EU 차원의 복지비용은 늘어나며 이주노동자는 더욱 많아지게 됩니다. 프랑스 등이 나서서 핏대를 세운 데에는 이 두 나라에 경고를 보내겠다는 의도도 들어있는 것 같습니다.
유럽 내부의 역학관계에도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다음달 6일 집시 문제로 회의를 하자면서 프랑스는 집시 인구가 많거나 직접 관련이 있는 루마니아, 불가리아, 그리스 등에는 초대장도 보내지 않았습니다. 그리스는 동유럽 집시들이나 이주노동자들이 서유럽으로 건너가는 통로지요. 그리스 측은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큰 덩치를 무기로 EU 안에서 집시 문제를 멋대로 해결하려는 것 아닌지 의구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EU 순번제 의장국인 벨기에는 초대를 받았지만 “집시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룰 거라면 가지 않겠다”면서 참석을 거부했습니다. 역시 초대를 받은 독일도 “장관 스케줄이 바쁘다”면서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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