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유럽이라는 곳

120살까지 총리를?

딸기21 2010. 9. 12.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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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살까지 총리를 지내 볼까요.”

이탈리아의 말 많고 탈 많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와, 3선 도전설이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120세까지 총리를 지내보자’는 농담을 주고 받았습니다. 지난 11일 모스크바 북쪽에 있는 야로슬라플에서 열린 국제포럼에 참석한 두 사람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초장기 집권에 대한 ‘덕담’을 나눠 관심을 끌었다고 BBC방송 등이 보도했습니다.

두 사람은 이날 비공식 회동에서 인간의 평균기대수명을 늘리기 위한 방안과 연구 지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대화 도중 베를루스코니가 푸틴에게 국민 평균기대수명을 120세까지 끌어올릴 방안을 연구하도록 기금을 지원하겠다면서, “국가의 지도자들은 그보다 훨씬 더 오래 살아야하지 않겠느냐”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푸틴은 “그럼 우리도 최소한 120세까지는 총리를 하는 건가요”라는 농담을 던졌다고 합니다.


지난 11일 러시아 야로스와플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는 베를루스코니(왼쪽)와 푸틴(오른쪽). /AFP


베를루스코니는 “너무 힘들어서 그 때까지 총리직을 하는 건 힘들 것 같다”고 대답했습니다. 현재 73세인 베를루스코니는 “일이 많아 1년에 단 하루도 휴가를 가지 못한다”면서 업무부담이 너무 무겁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푸틴은 “조만간 둘이 함께 며칠 동안이라도 휴가를 즐기자”며 곧 다시 초청하겠다는 뜻을 전했습니다.

베를루스코니가 휴가 갈 시간이 없다고?

해마다 성추문이 빠지지 않는 베를루스코니는 지난달에도 다시 스캔들에 휩싸였습니다.
베를루스코니가 2008년 로마에 있는 자기 별장에서 여성 15명하고 파티를 한 뒤, 그 중 직업적 성매매 여성 3명과 하룻밤을 보냈다는 증언이 나온 것이랍니다.

지난달 초에 언론들이 이 사실을 일제히 보도하면서 이탈리아가 다시 들끓었습니다. “단 하루도 휴가를 낼 짬이 없다”고 베를루스코니가 강조한 것은 스캔들을 무마하기 위한 것으로도 보이는군요.

유럽 정계 최고의 스캔들 메이커인 베를루스코니는 얼마전에는 재산목록 1호라던 사르데냐 섬의 별장을 지난달 4억5000만 유로(약 6800억원)에 매각할 계획이라고 해서 화제가 됐었지요.
푸틴도 이 별장에 초대받아 파티에 참석한 적이 있는데, 수백명을 들일 수 있는 원형극장에 정원과 폭포가 있는 초호화 별장이라고 합니다. 베를루스코니는 이 별장에서도 여러 젊은 여성들과 함께 있다가 사진이 폭로돼 곤욕을 치른 바 있습니다(이 별장을 내놓은 것도 부인 베로니카 라리오 여사가 이혼소송을 내면서 거액 위자료를 요구했기 때문이라는군요).


2008년 사르데냐의 별장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는 푸틴(오른쪽)과 베를루스코니(오른쪽). /AFP


베를루스코니는 120세가 아니라 머잖아 정권을 내놓아야 할지 모를 상황입니다.
잇단 스캔들 때문에 지지율은 최근 30%대로 떨어졌습니다. 지난 7월말에는 베를루스코니와 연립정권을 구성했던 잔프랑코 피니 하원의장이 결별을 선언했습니다. 그 이후 베를루스코니의 자유국민당(PDL)은 현재 하원 과반의석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베를루스코니는 조기총선 카드를 내놓았지만 집권 PDL 측에서 거부하고 있습니다. 로이터통신은 12일 베를루스코니가 조만간 의회에 출두해 최근의 불안정한 정국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베를루스코니는 이달 안에 의회에서 ‘신임투표’를 실시, 권력을 다시 공고히 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푸틴=FDR?

푸틴은 장기 집권 가능성이 훨씬 높지요. 푸틴은 8년간 크렘린을 차지하고 있다가 2008년 3연임 금지조항에 발목 잡혀 물러난 뒤 2년 넘게 총리를 지내고 있는데, 이제 겨우 57세에 불과합니다.

지난 7일 푸틴은 2012년 대선에 다시 출마하는 걸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의 프랭클린 루즈벨트 전 대통령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조지 워싱턴 이래로 미국 대통령은 연임 뒤 물러나는 것이 관례였지만 루즈벨트는 1933년 3월 취임해 1945년 4월 임기 중 사망할 때까지 12년을 대통령 자리에 있었습니다. 대공황 수습과 2차 세계대전이라는 중대한 사안이 있었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그가 죽은 뒤 미국에서는 3연임 금지법이 만들어졌다.

푸틴은 “루즈벨트는 합법적인 4선 대통령이었다”면서 자신과 루즈벨트습니를 비교하는 듯한 말을 했습니다. 현행법 상 러시아에선 3연임 혹은 4선은 안 되지만, 법을 바꿔 ‘합법적으로’ 더 집권하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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