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인샤알라, 중동이슬람

발루치스탄을 아시나요

딸기21 2010. 7. 16.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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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과 파키스탄이 만나는 험난한 산악지역에는 발루치라 부르는 민족이 살고 있다. 이란·이라크·시리아·터키가 만나는 북쪽의 쿠르디스탄 산악지역에 사는 쿠르드족이 역사상 독립국가를 갖지 못한 비운의 민족이라면, 발루치족은 그 남쪽에서 비슷한 처지로 이란과 파키스탄 양쪽으로부터 차별과 억압을 받는 소수민족이다. 가난과 범죄, 탄압에 시달리는 비극의 땅에서 또다시 폭탄테러가 일어났다.


알자지라방송과 이란 IRNA통신 등은 15일 밤 이란 남부 시스탄-발루체스탄주(州) 주도 자하덴의 자미아 모스크에서 두 차례 연쇄자폭테러가 일어나 20여명이 숨지고 70명 이상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테러범들은 여장을 하고 시아파 사원인 이 모스크에 들어가려다가 제지를 당하자 자폭을 했다. 이란 내무부는 최정예부대인 혁명수비대 대원들도 여러 명 숨졌다고 밝혔다. 이 날은 시아파의 시조 격인 예언자 무함마드의 손자 이맘 후세인 탄신일이어서 모스크가 신도들로 붐비고 있었다.



파키스탄에 근거지를 둔 발루치족 수니파 무장조직 준달라(‘신의 병사들’)는 자신들이 공격을 감행했다고 밝혔다. 준달라는 지난해 10월에도 자헤단의 시아파 사원을 공격, 42명을 숨지게 했다. 이란 정부는 파키스탄 정보당국에 붙잡힌 준달라 지도자 압둘말레크 리기를 인도받아 지난달 20일 처형했다. 

리기는 20년 넘게 발루치족 분리운동을 하면서 테헤란 정부에 맞서온 인물이다. 2002년에는 준달라 조직을 만들었고, 2005년부터 테러공격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준달라 조직원은 1000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번 테러는 리기 처형에 대한 보복으로 일어났다. 이란 정부는 지난해와 올해 수차례에 걸쳐 체포된 준달라 조직원들을 사형시켰다.

하지만 발루치족 지역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은 ‘테러범 처형과 보복테러’라는 공식으로 단순화시킬 수 없는 복잡한 배경을 안고 있다. 시스탄-발루체스탄은 이란의 30개 주 가운데 면적이 18만1785㎢로 가장 넓다. 인구는 240만명에 이른다. 이란은 인구 대부분이 시아파 무슬림이지만 발루치족은 수니파가 주를 이룬다.

발루치족은 시스탄-발루체스탄과 파키스탄 내 발루치스탄 주에 흩어져 살고 있다. 두 곳 모두 이란, 파키스탄 안에서 낙후되고 소외된 곳이다. 시스탄-발루체스탄 주민들은 이란의 에너지 개발 혜택에서 소외된 채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산 헤로인과 아편을 밀매하며 살고 있다. 주민 대부분은 여전히 열악한 흙집에서 살고, 몸값을 노린 납치 같은 범죄가 기승을 부린다.

이란의 발루치족은 이란 정부를 상대로, 파키스탄의 발루치족은 파키스탄 정부를 상대로 수십년간 분리독립운동을 벌이고 있다. ‘발루치스탄’이라는 독립국을 세우는 것이 이들의 꿈이지만, 두 나라 정부의 탄압이 극심하다. 시아파 이란과 수니파 파키스탄은 사이가 나쁘지만, 발루치족을 내리누르는 데에는 이해관계가 일치한다. 처형당한 리기는 2007년 “발루치족의 권리를 찾겠다”고 선언하면서 이란 측이 자기네 민족에 대해 ‘종족말살’을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했었다.

반면 이란은 “준달라는 테러집단일 뿐”이라며 미국·영국 정보기관과 연결돼 반 이란 공격을 저지르고 있다고 비난한다. 자헤단 테러가 일어나자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즉시 성명을 내고 준달라를 비판했다. 이란에서 일어난 폭력사태에 대해 미국이 이례적으로 재빨리 공식 입장을 밝힌 데에는 이런 이유가 있다. 미국은 발루치 지역이 불안정해져 파키스탄으로 혼란이 퍼지고 아프간전에 방해가 될까봐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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