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하루가 머다하고 테러가 또 기승을 부리네요.
이라크 무장저항세력이 여성, 어린이들에 이어 이번에는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장애인을 자폭테러에 동원해 친미 민병조직을 공격했다는 소식이로군요.
18일 바그다드 남서부 라드와니야에 있는 이라크군 기지 앞에서 자살폭탄테러가 일어나, 당국이 주는 월급을 받으려고 줄을 서있던 친미 민병대 ‘사흐와(각성)’ 대원 48명이 떼죽음을 당했습니다. 당시 군 기지 앞에서는 150여명이 급료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폭탄띠를 두른 남성 2명이 자폭하면서 사망자가 커졌다고 합니다.
독일 dpa통신은 이라크 내무부 관리의 말을 인용해 “자폭한 두 사람은 다운증후군을 앓는 장애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습니다.
Iraqi soldiers inspect the scene of a suicide attack in Radwaniya, southwest of Baghdad, July 18, 2010.|AP
이번 테러는 장애인을 살인병기로 동원했다는 점 외에도, 친미 민병대를 타깃으로 삼은 대형테러라는 점에서 눈길을 끕니다.
‘이라크의 아들들(SOI)’이라 불리기도 하는 사흐와는 반 알카에다 군사조직으로, 2006년말 결성됐습니다.
이라크는 인구 60%가 시아파이고 수니파 수가 적지요. 사담 후세인 정권 시절 탄압받던 다수 시아파들은 상대적으로 미국 점령통치를 온건하게 받아들였지만 후세인 시절의 기득권층이던 수니파는 '이라크 알카에다' 같은 무장세력을 형성해 극렬 저항했습니다(그렇다고 시아파의 저항이 없었다는 것은 아닙니다, 바그다드의 '사드르 여단' 같은 시아파 민병대는 반미 무장투쟁을 오랫동안 벌였지요).
특히 바그다드 근처 안바르주 등 3개 주가 이른바 ‘수니 삼각지대’로 맹위를 떨쳤습니다. 그러자 미국은 수니파 민병조직을 지원해, 같은 종파인 수니 저항세력에 맞서게 했습니다.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은 사흐와가 수니 주민들이 알카에다에 동조하는 것을 막아주고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국내 일부 언론들도 좋다고 써댔던 것이 기억나네요.
하지만 누리 알 말리키 총리가 이끄는 시아파 중심의 현 연립정부는 자칫 수니-시아 무장조직 간 경쟁을 부르고 ‘또 하나의 알카에다’를 만들어내는 꼴이 될 수 있다고 반대했었지요. 이라크 정부는 2008년 사흐와에 대한 통제권을 넘겨받았고, 아예 해산시키고 20% 가량을 내무부 산하 치안군에 받아들이는 계획을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10만명에 이르는 조직원 중 실제로 군에 수용될 수 있는 것은 3000명 뿐이어서 사실상 계획이 무산됐습니다. 사흐와 멤버들은 매달 정부가 주는 300달러 가량의 월급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 중 일부는 알카에다에 들어갔다가 전향한 사람들이고, 나머지 대다수는 일자리가 없어 조직원이 된 이들이라고 합니다. 최근에는 월급 지급이 미뤄지는 경우가 많아 사흐와의 불만이 커지고 있었다고 AP는 전했습니다. 지난해 사흐와 내 몇몇 그룹들은 지방선거가 일정대로 치러지지 않자 “내전을 시작하겠다”며 정부를 위협하기도 했다는군요.
사흐와와 정부 간 갈등이 불거지는 가운데, 수니저항세력들은 ‘민족의 배신자’인 사흐와에 대한 공격을 늘리고 있습니다. 18일 테러와 거의 동시에 바그다드에서 56㎞ 떨어진 마하윌의 사흐와 검문소에 괴한들이 총격을 가해 1명이 다쳤고, 곧바로 부근에서 폭탄이 터졌습니다. 4월에는 바그다드 남부 수니파 마을인 조부르에서 괴한들이 민가에 들이닥쳐 사흐와 대원 등 25명을 사살했습니다.
미국이 이라크에 뿌려놓은 '폭력의 악순환'은 언제나 끝이 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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