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화교'는 '주현미와 하희라'다. 중학교 때였나, 주현미라는 트로트 가수가 대박 히트를 쳤는데 그가 화교라고 해서 다들 신기해했다. 말 그대로 신기한 일이었다. 외국인을 볼 일이 별로 없는, 이주민이나 경계인이나 주변인을 본 적이 없는 당시의 한국 중학생에게 주현미는 화교의 대표였다. 어릴 적 내가 살던 동네에서 멀지 않은 곳에 화교학교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한국인은 아니지만, '외국인=서양인=미국인'으로 인식되던 때에 '우리 안의 외국인' 혹은 '한국인같은 외국인'은 그리 눈길을 끄는 대상은 아니었다. 대학교 1학년 때 중국어 수업을 들었다. 진짜 외국인, 독일인 유학생이 어설픈 동작으로 한자를 칠판에 쓸 때마다 우리는 키득거렸다. 강사 선생님이 어느 날 강의실 창밖을 보면서 누군가와 눈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