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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스키아 사센, '축출 자본주의'

축출 자본주의 Expulsions사스키아 사센. 박슬라 옮김. 글항아리 사센의 도시 책을 읽고 싶다고 생각만 하다가 결국 못 읽고... 이 책을 샀다. 사센에게 명성을 안겨준 것은 도시 대 나머지로 엮이는 글로벌 경제구조에 대한 분석이었다는데, 이 책은 그후 한참 지나서 쓴 소고에 가깝다. 난민-이주민-수감자 등등 뿌리를 뽑힌 채 옮겨다니는 것을 넘어서 아예 잉여가 되어 세상에서 '쫓겨나는' 사람들, 그들이 쫓겨나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인 땅뺏기와 환경재앙, 그로 인해 사람과 함께 지구상에서 버림받는 땅과 물과 자연을 아우르기 위해 사센은 '축출'이라는 용어를 선택했다. '체제적 동력' '지하 동향' 등등 여러 용어들을 쓰고 있지만 대단히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잉여-쓰레기가 되는 사람들 문제는 지그문트..

딸기네 책방 2017.10.29

5공 때 지어진 프레스센터 놓고 분쟁이 벌어진 까닭은  

한국신문협회와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기자협회, 관훈클럽, 한국여기자협회, 한국신문윤리위원회 등 언론6단체는 프레스센터 소유권과 관리운영권을 둘러싼 분쟁 과 관련해 “새 정부가 풀어야 한다”는 공동입장을 26일 발표했다. 6개 단체는 이날 오전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프레스센터는 시설의 역사성으로 보나 설립 취지로 보나 명백히 ‘언론의 전당’이며 공적(公的) 자산”이라면서 “마땅히 언론계 품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단체들은 이 문제가 소송보다는 정책 원칙에 따라 조정·해결돼야 한다며 “그동안 열린 조정회의 결과대로 프레스센터와 남한강연수원을 문화체육관광부가 관장하고 방송회관과 광고문화회관은 방송통신위원회 산하에 두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코바코(한국방송광고진..

물고기의 혀

35년 전 발산시장 생선장수 장옥자(74세) 여사 필담-엄마, 물고기 혀 있어?-민어도 이꼬 도미도 이따.-봤어? -민어 주글때 혀 말려서 내장오 들가고 도미 혀 빼고 주거.-우럭도?-이따. 몰라.-특별한 얘들만 있나? -이찌.-물고기 혀도 먹어?-꺼끄러 회 안 먹어. 대가리라 끄러 먹지.-뻥 같아. 물고기 혀는 왜 있어?-입맛 다시고 그래야지. 유명 소설가인 하명희 작가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위 글의 장옥자 여사는 하 작가의 모친. 글이 정말 재미있다. 민어도 이꼬 도미도 이따. 뭐가? 혀가... 혀가 있는 이유는 ‘입맛 다시고 그래야’ 하기 때문이라는 장 여사님의 통찰력에 빵 터졌다. 야근 중 문득 궁금하여... 일본 총선결과 체크하다 말고, 물고기 혀에 대해 찾아봤다.(내가 진짜... 명희 땜..

[구정은의 세상]라프토와 김대중, 그리고 이명박

토롤프 라프토(Thorolf Rafto). 노르웨이 베르겐 경제대학에서 경제사를 가르친 학자이자 인권운동가였던 사람이다. 라프토가 인권 분야에서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은 공산정권 하의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일어난 민주화 운동인 1968년 ‘프라하의 봄’ 때였다. 라프토는 체코 개혁파들을 지지하면서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운동을 시작했고, 동유럽 민주화 전반으로 관심과 활동을 넓혀갔다. 1973년에는 소련의 오데사를 방문하고 돌아온 뒤 소련의 국내정치를 비판하는 칼럼을 이탈리아 신문에 실었다. 1979년 라프토는 대학생들 앞에서 강의를 하기 위해 프라하를 방문했지만 공산정권은 이를 허락하지 않았을뿐 아니라, 심지어 공안요원들이 라프토를 붙잡아 구타하기까지 했다. 라프토는 1986년 64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당시..

브라이언 그린, '멀티유니버스'

멀티유니버스브라이언 그린. 박병철 옮김. 김영사 '엘러건트 유니버스'하고 '우주의 구조'는 매우매우 어렵고 뭔소린지 모르겠지만 어쩐지 멋있어서 재미있게 읽었다. 멀티유니버스는... 브라이언 그린의 책이 아니었다면, 이런 제목의 책에 끌리진 않았을 것 같다. 원제는 이고, 한국판 제목이 다중우주를 내세운 것이었다. 하지만 내용을 따져보면 한국판 제목이 더 나은 듯하다. 오래 전에 사뒀던 책이 책장 어딘가에 숨어 있었고, 이사해서 책장을 정리하는 도중에 발견되어 뒤늦게 읽었다. 숨겨진 실체라니. 뒷부분에서 저자는 그 '실체'의 하나가 수학이라는 식으로 얘기를 했는데, 수학에 문외한인데다 워낙 어려운 내용을 뭉뚱그려 '의미는 이런 거야~' 식으로 설명해놨기 때문에 그다지 인상적이지는 않았다. 전작들이 끈이론을..

토머스 프리드먼, '늦어서 고마워'

오랜만에 읽은 토머스 프리드먼의 책. 내가 오랜만에 읽은 게 아니고 이 아저씨가 오랜만에 내놓은 책이겠지, 아마도. 프리드먼의 책은 를 비롯해 경도와 태도,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뜨겁고 평평한~, 세계는 평평하다 등등 전부 읽었다. 만델바움과 함께 낸 하나만 빼고. 프리드먼의 책을 찾아 읽기는 하지만 언제나 별로라고 생각했다. 말투가 싫어... 그런데 이번 책은 좀 달랐다. 일단 재미는 있었다. 너무나 빨리 변해가는 세계, 너무나 걱정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관주의를 견지하면서 우리 모두가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 프리드먼은 무지막지한 속도로 달라지는 세상의 메커니즘을 대기계(기술의 변화), 대자연(기후변화), 그리고 무어의 법칙(변화의 속도를 곱배기로 만드는)같은 ..

딸기네 책방 2017.10.12

[구정은의 세상]김성주, 김광석, 가족

"결혼은 1년에서 350~360일은 정말 행복한데, 나머지 열흘이 그렇게 고통스러울 수가 없다. 명절, 날카로운 말끝이 가슴에 닿아 생채기를 냈다. 가족을 설득하고 화내고 싸우는 일이 지겨워진 우리 부부는 왜 결혼이란 제도권으로 들어온 건지 후회가 된다는 말을 주고받았다. 몇 번 반복하면 이 짓이 익숙해질까." 지인은 페이스북에 저런 글을 올렸다. 결혼과 더불어 생기는 가족에 대한 고민들. 추석이 낀 달에는 한방병원에 찾아가 ‘화병’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연중 가장 많고, 그런 이들 가운데 여성이 남성의 4배라는 언론 보도도 눈에 띄었다. 여느 해보다 길었던 추석 연휴는 지나갔다. 가족의 존재 의미를 고민하게 하는 명절은 끝났다. 추석을 앞두고 가족을 다시 곱씹게 만든 두 가지 사건이 있었다. 첫째는 방송..

현대 아프리카의 역사

현대 아프리카의 역사 A History of Modern Africa: 1800 to the Present리처드 J. 리드. 이석호 옮김. 삼천리 아프리카의 지리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한 뒤 19세기 이후 주요 지역들의 역사를 훑는 책이다. 두께가 상당하다. 지역과 테마가 교차하게 돼 있어서 좀 어수선한 느낌이 들 수 있지만 거대한 대륙 전반을 다루는 것이니... 서방의 대륙 침략과 땅 나눠먹기가 진행되는 사이 아프리카인들이 어떻게 대응했는지에 초점을 맞춘 것이 눈에 띈다. 어느 식민지에서나 비슷한 사정이 있었겠지만 아프리카에서도 일부는 열강에 저항했고, 일부(혹은 대다수)는 그저 희생됐거나 협력했거나 열강의 움직임 속에서 발 디딜 터를 잡기 위해 애썼다. 협력하면서도 밀고당기기를 했고, 얻어낼 것을 얻어..

딸기네 책방 2017.10.08

아픔이 길이 되려면

고려대학교 보건과학대학 김승섭 교수의 책 (동아시아)을 읽었다. 이미 김 교수의 인터뷰를 읽으며 감동을 받았는데, 책을 읽어보니... 정말 너무나 좋다. 아프고 슬프지만 새겨 들어야 할 이야기들. 사회적 폭력으로 인해 상처를 받은 사람들은 종종 자신의 경험을 말하지 못합니다. 그 상처를 이해하는 일은 아프면서 동시에 혼란스럽습니다. 그러나우리 몸은 스스로 말하지 못하는 때로는 인지하지 못하는 그 상처까지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몸은 정직하기 때문입니다. 물고기 비늘에 바다가 스미는 것처럼 인간의 몸에는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의 시간이 새겨집니다. (22쪽) 저자는 사회의 건강이 개인의 몸에 새겨진다고 말한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사회역학'을 공부했다고 한다. 폴 파머를 비롯한 외국 학자들의 책을 보면서, 국..

딸기네 책방 2017.10.08

길 가다가 변을 당할 확률이 높은 나라들

보행자 사고에 대한 기사를 읽다가. 관련된 통계를 찾느라 OECD 데이타 페이지에 들어가봤다. 저기 나와 있는 나라별 숫자는 '길 가다 변을 당할 확률'이랄까, 그런 걸 일종의 지수로 만들어놓은 것이다. OECD의 설명을 빌면 길에서 교통사고로 다치거나 그 자리에서 숨지거나 혹은 사고로 30일 이내에 숨지는 사람 숫자와 건수, 주민 수와 교통수단 수를 기준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교통사고뿐 아니라 '길에서 자폭테러를 당할 경우' 같은 것들도 모두 반영한 수치라고. 수치들을 들여다보니 여러가지가 눈에 띈다. 조지아는 독립한 뒤에 계속 거리 상황이 안 좋아졌구나. 러시아는 늘 나빴고 지금도 나쁘구나. 그나마 나아진 것이 저 정도. 인도는 차량이 늘면서 갈수록 악화. 한국은 국가의 경제수준에 비해 꾸준히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