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과학, 수학, 의학 등등 103

스티븐 제이 굴드, '인간에 대한 오해'

인간에 대한 오해 스티븐 제이 굴드. 김동광 옮김. 사회평론 작년 5월 스티븐 제이 굴드가 지병으로 숨졌을 때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찰스 다윈 이후 가장 유명한 생물학자가 사망했다"고 선언했다. 신문에 쓰인대로 굴드는 '스타 과학자'였다. 30년 가까이 수많은 에세이와 저술을 남긴 대중적인 과학자이기도 했지만, 그가 갖고 있는 스타성은 학문적 업적과 날카로운 사회적인 메시지를 바탕으로 한 것이었기 때문에 공허한 것이 아니었다. 굴드가 숨진지 1년이 넘어서, 굴드의 최대 역작 중 하나인 이 책이 출간됐다. 책은 생물학적(유전적) 결정론에 대한 비판서로 요약할 수 있다. 굴드의 다른 저서들과 마찬가지로 이 책 역시 주제가 명확하다. '인간의 지능에 대한 신화'를 깨뜨리는 것이다. 센세이셔널하게 표현하면 'I..

최재천,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최재천의 동물과 인간 이야기 -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최재천 (지은이) | 효형출판 | 2001-01-20 서울대 생명과학부 최재천교수가 일간지에 썼던 과학칼럼들을 모은 것인데, 오랜 시간에 걸쳐 조금씩조금씩 재미있게 읽었다. 저널에 실리는 글들이 재미는 있지만 정작 내용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최교수의 글은 그렇지 않다. 과학자들 중에 글 잘 쓰는 두 사람이, 최재천 교수와 모씨라고 하는데 그냥들 하는 소리가 아니었다. 사람에게건, 동물에게건 따뜻한 마음으로 대하는 사람은 훌륭한 사람이다. 정말 본받을 일이고, 또 힘든 일이기도 하다. 최교수의 글은 제목처럼 '생명이 있는 것' 모두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러면서, 인간세상의 일에 대해서도 안타까움과 연민, 애정을 듬뿍 보낸다. 해마다..

리처드 도킨스, '이기적 유전자'

이기적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 홍영남 옮김. 을유문화사 책 표지에 '진화론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써 있고, 느낌표까지 찍혀 있다. 그 말이 아니더라도, 워낙 유명한 책이라서 제목 정도는 안 들어본 이가 없을 것이다. 이 책을 이제야, 큰맘먹고 읽었다. 1976년에 발표됐다가 이번에 개정판으로 나왔는데 내가 본 것은 을유문화사에서 새로 나온 책이다. 널리 알려진 책이고, 그동안 재미나게 읽었던 매트 리들리의 이 모두 이 책을 바탕으로 쓴 것이어서, 정작 도킨스의 '획기적 이론'(발표 당시)은 아주 낯익게 다가와버렸다. 이기적 유전자 개념이나 확장된 표현형 개념은 수긍이 가고, 또 다양한 시뮬레이션 과정이 참 재미있는데, 정작 인간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뜬금없다 싶었다. 동식물(개체)은 '이기적인' 유전..

아인슈타인의 '나의 세계관'- 거인의 세계관

아인슈타인의 나의 세계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지은이) | 구자현 | 홍수원 (옮긴이) | 중심 | 2003-05-30 이 사람의 글이 너무나 좋습니다. 요새 과학과 어떤 형태로든 관련된 책을 ‘즐겁게’ 읽고 있습니다. 원래는 과학 관련기사를 쓰기 위해서 시작한 독서인데 어느새 재미가 들린 거죠. 괴상한 과학자 소개라든가, 물렁물렁 과학 따위의 책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고, 과학과 다른 분야의 만남을 다룬 책들을 좋아합니다. 어느 분야에서든, 대가(大家)는 통한다고 할까요. 스스로를 `외로운 여행자'라 불리웠던 20세기 최고의 지성. 사람들은 보통 그를 ‘뇌가 쪼글쪼글한 천재' 정도로만 생각하지만(오죽하면 우유 이름이 아인슈타인일까요), 노벨상을 받은 뛰어난 과학자일 뿐 아니라 그는 사상가이고 철학자였습니..

우주의 점

우주의 점 | 원제 How The Universe Got its Spots (2002) 재너 레빈 (지은이), 이경아 (옮긴이) | 한승 우주에 대한 얘기인데. 우주론을 위상수학과 연결했다나. 해설에는 그렇게 써있다. 좋아하는 책 '무.영.진공'의 저자인 존 배로 얘기도 나오고, 로저 펜로즈니 스티븐 호킹이니 하는 유명한 과학자들 얘기도 나온다. "내가 하는 말을 이 세상 사람 아무도 못알아듣는다 하더라도 어머니만은 이해해주세요" 평생 딸이 하는 일을 궁금해하면서도 알지 못했던 어머니에게, 과학자인 딸이 편지를 쓴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짦은 편지에서 글재주 많은 딸 재너 레빈은 자기가 하는 연구를 비롯해 현대물리학의 성과와 기본개념들을 설명한다. 재너 레빈이 하는 얘기 중에서 정작 과학 얘기는 하나도 ..

과학 오디세이- 과학이 신화를 만나는 방법.

과학 오디세이 정창훈 지음. 휴머니스트. "그리스인들이 에트나 산을 '라 노스트라 시뇨라' 즉 어머니산이라 불렀던 이유가 있다. 오랫동안 경작을 계속하면 땅은 산성이 되어 황폐해진다. 이때 사람들은 논밭에 석회를 뿌려 땅을 중화시키는데, 이 지역에서는 화산재가 그 역할을 한다. 화산재가 바로 석회이기 때문이다. 즉 에트나 산은 이 지역 사람들에게 비옥한 토지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카로스는 태양을 향해 날아오르다 햇볕에 날개가 녹아 바다에 떨어졌다. 그러나 실제로 사람이 하늘로 날아간다면, 주변 공기는 점점 식어갈 것이다. 그렇다고 이카로스 이야기를, 뭘 모르는 선조들이 만들어낸 넌센스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다이달로스의 미궁과 이카로스의 날개 사이에는 우리가 미처 읽어내지 못한 많은 이야기들이 숨어있기 ..

[스크랩] 극단의 생명

극단의 생명 The Outer Reaches of Life (1994) 존 포스트게이트 (지은이) | 박형욱 (옮긴이) | 들녘(코기토) | 2003-05-06 퇴비더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생각해보자. 식물성 유기물질의 파편들은 '청소부'라 불리는 민달팽이 등의 연체동물과 진균류, 호기성 세균, 벌레 등에 먹히기 시작하며 순식간에 더미 안의 산소는 소진되어버린다. 이 때에도 퇴비 더미의 표면에서 1-2 센티미터 정도까지 외부의 산소가 들어갈 수 있지만 그 내부에는 거의 모든 산소가 사라진다. 따라서 벌레와 연체동물들은 산소가 더 많은 곳으로 이동하고 호기성 세균과 진균류는 휴지상태에 들어가는데, 이 때부터 무산소성 생물들이 활동하기 시작한다. 그들은 유기물질의 파편들과 섬유소, 전분, 단백질 등 여..

케이스 데블린, '수학의 언어'

수학의 언어 The Language of Mathematics (1998) 케이스 데블린 (지은이) | 전대호 (옮긴이) | 해나무 | 2003-05-06 대체 수학이라는 것은 어떤 학문일까. 고등학교 때 배웠던 미적분 공식은 대학입시만 치르고 나면 거짓말처럼 머릿속에서 지워진다. 수학이나 과학전공자가 아니라면, 고교 졸업 뒤 10년이 지나서 함수를 계산하고 사인 코사인 곡선을 그릴 일은 없을 것이다. 어쩌면 평생동안, 4칙연산을 제외한 '고난이도' 수학 문제를 풀 일은 다시 없을 수도 있다. '수학의 언어'라는 책의 제목만 보면, 대체 이 책이 수학의 어떤 측면을 어떻게 설명하려 하는 것인지 감(感)이 잘 오지 않는다. 저자는 '수학은 패턴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수학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해준..

[스크랩] 라이너스 칼 폴링과 몇몇 과학자들의 이야기.

제임스 왓슨이 폴링에 대해 쓴 글이다. 에 실려있다. 희한하게도 다른 글에는 모두 저술 연도가 있는데 이 글에만 연도가 붙어있지 않아 언제 썼는지는 알 수가 없다. 한때 우러러보며 마음 속 경쟁상대로 삼았던 폴링을 왓슨은 어떻게 봤을까. 라이너스 칼 폴링(1901-1994) 1931년 나이 서른 살에 오리건 출신의 라이너스 폴링은 자신이 세계 최고의 화학자가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이한음의 번역은 가끔 이렇게 삑사리가 난다 -.-). 동의하지 않던 다른 화학자들도 10년 뒤에는 그 점에 동의했다. 그들은 유럽 이론물리학자들이 내놓은 새로운 양자역학을 그가 활용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폴링이 1939년에 쓴 명작 은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화학책이었으며, 성서와 같은 영향력을 미쳤다. 그러나 젊은 교수..

제임스 왓슨, 'DNA를 향한 열정'

16세에 미 시카고대학 조기입학. 25세에 놀라운 발견을 해내다. 34세에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 캘리포니아공과대학(칼텍)과 하버드대 교수 역임. '천재는 불운하다'는데, 이 과학자의 삶은 화려하기 그지없다. 20세기의 가장 유명한 과학자들 명단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다음 급으로 이름을 올려놓을 만한 생물학자 제임스 왓슨. 1953년 프랜시스 크릭과 함께 염색체(DNA)의 이중나선구조를 밝혀낸 짧은 논문을 발표해 세상을 발칵 뒤집었던 왓슨은 자신에게서 시작된 '유전자 논쟁'들에서도 싸움 붙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화려한 경력만큼이나 과학계의 논쟁에서도 언제나 중심에 서있었던 그가 자신의 입으로 과학을 향한 열정과, 발견의 뒷얘기들을 털어놓는다. "아버지의 서재에는 과학책들도 드문드문 있었는데, 날씨가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