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대로 세계사 198

데니스 티토 첫 민간 우주여행

“천국에 다녀온 기분이었다.” 2001년 4월 28일 미국인 억만장자 기업가 데니스 티토(아래 사진)가 인류 역사상 첫 ‘우주관광’길에 올랐다. 러시아의 소유스 우주선을 타고 당시 갓 출범한 국제우주정거장(ISS)을 방문, 7일 22시간 4분 동안 우주에 머물며 지구를 128바퀴 돈 뒤 귀환한 것. 1940년 뉴욕에서 태어난 티토는 뉴욕대 등에서 항공우주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로, 미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에서 일하다가 72년 독립해 투자회사를 차렸다. 그의 회사는 시장의 리스크를 수학적으로 분석하는 기법을 통해 급성장했다.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시절 상무부에서 일했던 제프리 맨버는 특이한 경력을 가진 인물이었다. 우주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상무부를 설득해 ‘우주상업과’를 만들도록 했다. 90..

조선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

덕혜옹주(德惠翁主)는 고종이 예순이 되던 해에 1912년 후궁인 귀인 양씨에게서 얻은 고명딸이다. 경술국치(1910년) 뒤 2년이 지난 때라 시국이 몹시 어수선했지만 고종은 외동 딸을 몹시 사랑해, 양씨에게 복녕(福寧)이라는 당호(堂號)를 내리고 즉조당에 유치원까지 만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옹주의 인생은 순탄치 않았다. 일본 총독부가 양씨의 신분을 문제삼아 옹주를 조선 왕실의 일원으로 인정하지 않았기에 어릴 적에는 이름도 없이 ‘복녕당 아기’로만 불렸다. 고종이 서거한 뒤인 21년에야 옹주에 봉해지고 덕혜라는 이름을 얻었다. 오라버니 영친왕처럼 인질 격으로 일본에 억지 유학을 하게 된 덕혜옹주는 도쿄 가쿠슈인(學習院) 대학에 들어갔지만 적응하지 못했다. 30년 어머니인 귀인 양씨가 숨을 거뒀는데도 돌아와..

타이타닉의 침몰

‘타이탄’은 그리스 신화의 거인족 티탄에서 나온 말이다. 대지의 여신 가이아와 하늘을 상징하는 우라누스 사이에서 나온 자식들은 티탄들은 신화 속 ‘황금시대’에 세계를 지배했다. 하지만 빙하기를 맞은 공룡의 몰락처럼, 티탄족은 자신들의 후손인 제우스와 신들의 연합군에 몰려 멸망한다. 영국의 초호화 여객선 타이타닉도 이름에 걸맞는 규모를 가진 배였다. 화이트스타라인 선박회사는 1911년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서 이 배를 완공한 뒤 신화 속 거인들의 이름을 따 명명했다. 무게 4만6326톤에 길이 259m, 너비 29m로 당시까지 세계에서 만들어진 증기여객선 중 가장 큰 배였다. 이 배를 만드는 데에 2년이 걸렸고, 외부를 꾸미는 데에 1년이 더 들어갔다고 한다. 이 배는 만들어질 때부터 서방 세계 언론들을 통..

어제의 오늘/ 혁명가 투생 루베르튀르의 죽음

프랑수아-도미니크 투생 루베르튀르는 1743년 카리브해 히스파니올라섬의 생도밍그 근처에 있는 프랑스 플랜테이션 농장에서 태어났다. 전해 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농장에서 말을 몰고 훈련시키는 일을 했었다고 한다. 그의 주인은 루베르튀르가 33세였을 때 노예 신분에서 해방시켜주었고, 루베르튀르는 수잔이라는 여성과 혼인을 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루베르튀르는 자유로운 신분이 된 뒤 생도밍그의 신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1790년 플렝 뒤 플로웨라에서 노예들의 봉기가 일어났다. 루베르튀르는 해방노예 신분으로서 다른 지도자들과 함께 여러 집단으로 구성된 노예들의 봉기를 이끌었다. 1792년 프랑스 식민의회는 흑인과 뮬라토(히스패닉계와 아프리카계 사이의 혼혈)을 노예의 족쇄에서 풀어주고 완전한 시민권을 보장해..

어제의 오늘/ 테리 샤이보의 죽음

미국 버지니아주 동남부 세인트피터스버그에 살고 있던 주부 테리 샤이보는 과체중 때문에 무리한 다이어트를 하다가 식사조절을 못하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 그로 인한 생리학적 불균형 때문에 1990년 샤이보는 집 안에서 쓰러져 뇌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었다. 병원은 샤이보에게 ‘지속적인 식물인간 상태(PVS)’라는 진단을 내렸다. 93년 남편 마이클은 아내가 누워있는 호스피스 시설에 인공적인 생명유지장치를 떼어줄 것을 요청했지만 시설 측의 설득으로 마음을 바꿨다. 하지만 98년 플로리다주 순회법원에 보조장치 제거명령 청구소송을 내, 허가를 받아냈다.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과 그 동생인 젭 부시 플로리다 주지사 등 공화당 ‘생명론자’들이 일제히 반대하고 나선 ‘샤이보 논쟁’의 시작이었다. 빠진 샤이보는 극심한..

어제의 오늘/ 1999년 3월 24일 나토군의 코소보 공습

‘지정학적 화약고’라 불리는 발칸 반도에서도 코소보는 특히 민족적·종교적으로 복잡하다. 코소보는 동쪽과 북쪽으로는 세르비아에 둘러싸여 있고, 남쪽으로는 마케도니아, 서쪽으로는 알바니아와 몬테네그로에 면해 있다. 코소보(Kosovo)는 세르비아어로 ‘검은 새’라는 뜻이다. 1389년 이 곳에 펼쳐진 코소보 폴례, 즉 ‘검은 새들의 들판’에서 오늘날 세르비아인들의 조상들이 막강한 오스만투르크 제국 군대와 싸워 승리를 거뒀다. 그래서 세르비아인들은 이 곳을 민족적 성지로 삼고 역사의 중심으로 여긴다. 그러나 그 땅에 사는 이들은 대부분 알바니아 민족이다. 내전과 공습으로 1999년 190만명이던 인구가 2007년에는 180만명으로 오히려 줄었는데 그 중 알바니아계가 92%이고 세르비아계는 4%에 불과하다. 나..

시사주간지 <타임>

'국제적으로 일어나는 사건들을 다룬 잡지’. 이렇게 말하면 감이 오지 않겠지만, 영어 “The International Magazine of Events”의 약자를 모아놓으면 영어를 조금이라도 들여다본 사람들은 쉽게 알아들을 이름이 됩니다. 미국에 본사를 둔 세계적인 시사주간지 ‘타임(TIME)’이 바로 그 잡지입니다. 미국 저널리스트 겸 출판인인 브리튼 해든과 헨리 루스(아래 사진)가 창간한 타임은 1923년 3월 3일 첫 출간됐습니다. 예일대 동창생으로 캠퍼스 신문 ‘예일 데일리뉴스’를 만들던 두 사람은 일반인들을 위한 시사잡지를 만들기로 한 뒤에 이름을 놓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고 합니다. 맨 처음 물망에 올랐던 것은 ‘팩츠(Facts·사실들)’였으나, 해든이 “뭔가 중요한 문제를 다루는 것 같으..

어제의 오늘/ 루시디 목에 현상금

소설의 배경은 인도와 영국과 아라비아의 어느 사막을 오간다. 공간적 배경 만큼이나 주인공들의 성격과 문화적 배경도 다양하다. 천사 지브릴(영어로는 가브리엘)을 상징하는 인도의 영화스타 지브릴, 반대로 자의와 상관 없이 악의 화신으로 변해가는 성우 살라딘. 지브릴은 서구적인 것, 인도적이지 않은 것을 경멸하지만 정작 그의 애인은 ‘히말라야의 만년설처럼 흰 피부를 지닌’ 알렐루야라는 이름의 유대인 여성이다. 반면 런던에서 주로 활동하는 살라딘은 인도 출신임을 한탄하며 오로지 영국, 런던만을 숭상하고 옛 식민종주국의 시민이 되기 위해 애쓴다. 또다른 주인공은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7세기 메카와 메디나의 사막에 살았던 ‘예언자 마훈드’다. 개에 비유되기도 하는 이 마훈드라는 인물은 누가 봐도 한 눈에 이슬람의..

어제의 오늘/ 1947년 '미국의 소리' 옛소련권 전파 송신 시작

냉전시절 반공 이데올로기와 ‘미국식 체제’의 우월성을 전파하던 도구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다. VoA의 출범은 2차 대전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30년대 이미 미국에는 NBC 국제라디오방송, 화이트넷 등 다국어 민간 단파라디오방송들이 있었다. CBS 남미 네트워크는 대륙 곳곳에 64개 방송기지를 두고 단파라디오 방송을 했다. 39년 연방통신위원회(FCC)는 ‘미국의 방송사들이 해외로 전파를 보낼 경우 미국 문화를 보여주고 국제 우호와 상호이해를 증진시키는 데에 힘써야 한다’는 정책목표를 설정하고, 여기 맞지 않는 민간방송들의 서비스를 제한하기로 결정했다. 양차 대전 와중에 세계를 네 편 내 편으로 가르는 것이 당연시되던 시기였기에, “언론검열”이라는 방송사들의 항..

어제의 오늘/ 세기의 체스 대결

D와 K는 모두 체스의 달인이었다. 1996년 2월 10일 미국 뉴욕 에퀴터블 센터에서 세계의 관심을 모은 둘이 체스 맞대결이 펼쳐졌다. 미국 태생인 D는 2m 키의 장신에, 왕년의 미국 체스 챔피언 조엘 벤저민 등에게서 체스를 배웠다. D는 고지식해서 상대방의 눈치를 본다든가 약점을 간파하는 재주 따위는 없었지만 그 대신 치밀하고 행마를 계산하는 데에 능했고, 지칠 줄을 몰랐다. 러시아에서 태어난 K의 무기는 그동안 쌓아올린 실전 경험과 끈질긴 승부근성이었다. 하지만 대전시간이 길어질수록 지쳐갔고, 갈증과 함께 집중력이 떨어졌다. 순간순간 작전을 바꿔가며 D를 공략하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D의 승리였다. K는 결과가 몹시 아쉬웠겠지만, 정작 D는 기쁨도 보람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그에게 이 게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