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대로 세계사

어제의 오늘/ 테리 샤이보의 죽음

딸기21 2010. 3. 31. 03:02

미국 버지니아주 동남부 세인트피터스버그에 살고 있던 주부 테리 샤이보는 과체중 때문에 무리한 다이어트를 하다가 식사조절을 못하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 그로 인한 생리학적 불균형 때문에 1990년 샤이보는 집 안에서 쓰러져 뇌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었다. 병원은 샤이보에게 ‘지속적인 식물인간 상태(PVS)’라는 진단을 내렸다.


93년 남편 마이클은 아내가 누워있는 호스피스 시설에 인공적인 생명유지장치를 떼어줄 것을 요청했지만 시설 측의 설득으로 마음을 바꿨다. 하지만 98년 플로리다주 순회법원에 보조장치 제거명령 청구소송을 내, 허가를 받아냈다.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과 그 동생인 젭 부시 플로리다 주지사 등 공화당 ‘생명론자’들이 일제히 반대하고 나선 ‘샤이보 논쟁’의 시작이었다.


빠진 샤이보는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지도 않았고, 뇌사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연명치료가 ‘의학적으로 완전히 무의미한’ 것인지도 확언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의식이 있는 환자에게서 극심한 고통을 덜어주고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주기 위해 죽음으로 이끄는 것을 안락사라 부른다. 환자의 요청에 따라 약제 등을 투입, 인위적으로 죽음을 앞당기는 것을 적극적 안락사, 환자나 가족의 요청에 따라 생명유지에 필요한 영양공급이나 약물 치료를 중단하는 것을 소극적 안락사로 구분하기도 한다. 


이와 달리 존엄사는 최선의 치료를 했음에도 환자를 살려낼 수 없는 것이 확실할 때, ‘의학적으로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함으로써 질병에 따라 자연스레 죽음을 맞이할 수 있게 하는 것을 가리킨다. 샤이보의 경우 두 케이스 모두에서 경계선에 놓여있었다. 식물인간 상태에 


샤이보의 부모인 밥 쉰들러와 메리 쉰들러 부부는 사위가 다른 여성과 재혼하기 위해 샤이보를 버리려고 죽음을 강요하고 있다면서 법원 판결에 거세게 반발했다. 쉰들러 부부는 2001년부터 연방대법원에 딸의 영양공급 튜브를 다시 연결하도록 명령해달라며 여섯 차례나 청원을 했다. 


이들의 호소가 세상에 알려지자 부시 대통령과 연방의회는 ‘샤이보 특별법안’이라 불리는 법안을 통과시켜가면서 생명을 유지시키기 위해 나섰다. 젭 부시 플로리다 주지사는 샤이보를 살리기 위한 한시법을 제정했다. 급기야 바티칸까지 ‘생명 대 죽음’의 논쟁에 끼어들었다. 그러나 이 모든 시도는 연방대법원의 거부로 좌절됐다.

15년 동안 호스피스 시설에서 영양공급 튜브에 의존해 목숨을 이어오던 샤이보는 2005년 3월 31일 결국 숨을 거뒀다. 법원 판결에 따라 튜브가 제거된 지 13일 만이었다. 샤이보 이후로도 ‘죽을 권리’와 ‘생명을 이어갈 권리’를 둘러싼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